지금은 가구점이 귀하지만 한 40여 년 전엔 어느 동내이든 가구점이 삼삼오오 있었고 대단위 가구단지가 있었다. 당시 혼수 1순위가 가구였다. 주로 여자 측에서 장만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희와 철수도 가구단지에 갔다. 영희와 철수는 가구 보는 눈은 달랐다. 영희는 화려함에 끌렸고 철수는 실용성을 따졌다. 당시에도 자계 장롱이 좋으면서 가장 비쌌다. 영희는 자계 장롱을 사자고 했고 철수는 당시 유행하던 원목 가구를 사자고 했다. 철수의 생각은 집 장만을 하려면 이사를 많이 다여야 하고 그때 자계 장을 사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었다. 영수는 가구 가게 직원이다. 월급은 적고 하나 팔면 거기에 수당을 받는 직원이다. 무조건 비싼 것을 팔아야 수당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물건 비싸게 받아야 수당이 높다. 당시엔 가구를 한번 사면 누구나 오래 쓰기 때문에 단골 개념도 없다. 가구단지에서 비슷비슷한 물건 아무 데 나서 팔면 장땡이다. 모두 친절을 가장해서 팔면 된다. 영수도 분위기 파악을 하였다. 장롱 앞에 자계 문향이 적당히 있고 잘 팔리지 않는 장롱이 있었다. 물론 제대로 된 제품에 가격은 반값도 안 되었다. 그래도 철수 생각엔 비쌌다. 영수가 영희에게 이 장롱을 사면 문갑과 화장대는 서비스로 준다고 했다. 철수는 그래도 미심쩍어 문갑과 화장대를 보자고 했다. 영수는 매장엔 장소만 차지해서 공장 창고에 있다고 둘러댔다. 사실 공장이 없다. 영희는 철수에게 그냥 이것으로 하자고 했다. 철수는 나중에 아주 좋은 것으로 바꾸어 준다고 하고 결정했다. 철수는 영업사원이었는데 상술만 좋은 상인들은 항상 경계하였다. 친절하지만 정직하지 않은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긴 정직하면 경쟁사회에서 제대로 물건을 팔 수 있을까? 신혼집으로 빌라 4층을 전세로 얻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짐꾼들이 계단으로 가구를 날랐다. 철수도 거들었는데 무겁긴 되게 무거웠다. 문갑 화장대는 장롱과 앞면과 비슷했지, 뒷면이나 나무 재질이 형편없었다. 철수가 영수에게 전화해서 따지니 영수는 서비스라 그렇고, 반품해도 문갑 화장대 가격은 못 준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영희는 철수에게 그냥 쓰자고 말한다. 40여 년이 지났다. 이사할 적마다 영희 철수의 아들딸들은 가구를 제발 버리자고 한다. 열 번 정도의 이사에 가구는 멀쩡한 데가 하나도 없다. 뒤틀려서 문짝이나 서랍이 제대로 닫치지도 않는다. 철수는 요지부동이다. 영희 옛 추억이 있다나 어쨌다나 좋은 것으로, 바꾸어 준다는 말은 공염불이다. 제발 이젠 아들, 딸 말 좀 듣지 옛 추억은 개뿔 좋은 추억도 아니면서~ |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청천고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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