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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크리에이터 정관진 저작권 글

스크랩 갑과을 병의 이야기 25.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5. 2. 10.

철수는 중소기업 간부다. 정년을 코앞에 두었다.
성실하기로 소문이 났다.


회사 생활 근 40년 지각 한번 한 적이 없다.
장점이자 단점은 지독히 물건을 아끼고 돈을 안 쓴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에 TV에서 유명 연예인이 아주 좋은 구두를 잘 보관하였다가 시상식 같은 특별한 날에만 신는다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인수는 철수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이다.


철수가 회사 유니폼으로 출퇴근하고 단벌 구두밖에 없는 것을 잘 안다.
10여 년 전에 회사창립 기념으로 30년 근속 철수에게 좋은 구두를 선물하였다.


철수는 그 구두를 고이 모셨다. 그리고 다 헤진 구두를 여전히 신고 다닌다.
마치 세계를 누비던 모 회장처럼


영희는 철수의 아내다.
철수의 근검절약하는 모습에 반해 결혼하였지만, 지금은 지겹다.


철수가 주변에 근검절약을 강요하는 것을 들으면 이젠 한숨이 나온다.
제일 자괴감이 드는 것은,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5,000원씩 타 쓰는 일이다.


철수의 지갑엔 5,000원권과 1,000원권 그리고 동전밖에 카드는 없다.
영희는 매번 5,000원 2장, 5,000원 5장 이런 식으로 생활비를 타 쓴다.
자식들 앞에서 고개를 못 들겠다.


자식들은 틈만 나면 이혼하라고 종용한다.


어느 날 인수의 아들 결혼식에 초대받고 철수는 영희와 참석하려고 집을 떠났다.
고희 모셔둔 인수가 선물한 구두를 신고


결혼식장 다 와서 철수의 구두가 말썽을 일으켰다. 구두 뒷굽이 삭아서 고무가 너덜너덜하였다. 구두 위 가죽은 그런대로 멀쩡한데 밑창이 삭아 도저히 걸을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마침 결혼식장 건물 옆에 구두 수선 가계가 있어 보니 주인이 없다. 한 번도 지각해 본 적이 없는 철수는 노심초사하였다. 더군다나 사장 아들 결혼식인데 주변을 살펴보니 구두가 몇 개 있었다.
영희에게 그곳에 있으라고 하고 발에 맞는 구두를 신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잠시 후에 구둣방 주인이 왔다. 영희가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니 구둣방 주인이 불같이 화를 내었다.
그 뒤 철수가 신고 간 구두의 주인이 나타났다. 그도 결혼식 하객의 한 명이었다.
영희는 무릎 꿇고 빌었다.


영희는 집에 와서 철수에게 말없이 이혼서류를 내밀었다.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청천고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