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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그밖의 중요 질병

스크랩 [의학 칼럼] 치매 환자의 새로운 희망, 줄기세포로 치료 가능성 열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12. 14.

클립아트코리아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유병 장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관절질환, 파킨슨병, 치매 같은 퇴행성 질환이 급증하면서 사회적·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은 단연 '치매'다. 중앙치매센터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105만 명으로,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2030년 142만 명, 2050년 315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치료제 개발은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세계 의약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현재까지 승인된 치료제는 두 가지로, 주로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Aβ)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주사제 형태다. 하지만 환자마다 증상이 다양해 치료제의 효과를 보는 환자는 30%에 불과하며, 부작용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래픽=김경아

치매 환자 절반 '알츠하이머병'… 점진적 진행

치매는 단일 질환이 아닌, 여러 원인으로 인해 기억력·인지기능이 손상돼 이전의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하는 포괄적 용어다. 80∼90개 질환이 원인 질환으로 알려졌고, 가장 흔한 세 가지는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파킨슨 치매로 정리된다. 이 중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약 50%를 차지하며,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비정상적 축적과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로 인해 형성된 신경섬유매듭이 주요 병리학적 특징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병리적 변화는 신경세포의 구조적·기능적 손상을 유발하며, 장기적으로 시냅스 소실과 신경세포 사멸로 이어진다. 초기에는 기억력 저하로 시작해, 중기에 이르면 언어 능력과 판단력 이상 등 다양한 인지기능 장애가 동반된다.

줄기세포 기반 '재생의학'의 도전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는 조직 손상 부위로 이동해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거나 재생을 촉진한다. 특히 '혈액 줄기세포'의 경우 면역조절, 항염증, 항아포토시스 효과를 통해 치매와 같은 신경계 질환에서 유망한 치료제로 연구 중이다. 약물 부작용 없이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는 ▲신경보호 작용 ▲항염증 효과 ▲아밀로이드-베타 축적 억제 ▲뇌혈관 재생 기전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에 작용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혈액 줄기세포에서 분비되는 신경성장인자, 뇌유래신경영양인자 등 다양한 성장인자가 신경세포 생존을 촉진하고, 시냅스 연결성을 회복하면서 신경을 보호한다. 동시에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며,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 또한 감소시키면서 항염증 효과를 일으킨다. 혈액 줄기세포는 아밀로이드-베타의 자가분해와 대식세포의 식작용을 통해 플라크 형성을 막고,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를 분비해 혈관 신생을 유도한다. 뇌혈관 장벽의 복구 또한 돕는다.

최근 필자와 연구팀은 중증도 이상 알츠하이머 치매를 가진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자가 혈액으로부터 분리한 줄기세포와 여러 유효성분을 이용한 치료 기술을 임상 시험하고 그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줄기세포는 환자 본인의 혈액에서 추출한 후 원심분리·농축 과정을 통해 분리했으며, 정맥 주입 형태로 투여했다. 이 과정은 평균 1시간 소요되며, 시술 후 바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임상 결과, 간이정신상태검사 점수가 평균 3∼4점 상승하며 신경세포 재생과 시냅스 복구 효과 즉, 인지기능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 능력 점수 또한 점진적으로 향상됐고, 환자들의 요리, 쇼핑, 외출 등 활동 수행 능력도 증가했다. 마지막으로 LDL 콜레스테롤, 염증성 마커에서 유의미한 감소가 관찰되면서 혈액 지표가 개선됨을 확인했다. 이는 줄기세포의 항염증, 대사 개선 효과를 뒷받침한다. 줄기세포가 신경세포 재생과 뇌세포 활성화를 촉진하며, 뇌의 비정상적 신경 활동을 완화시킬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환자의 줄기세포를 분리·농축해 뇌로 공급하면, 뇌혈관 내피세포의 재생을 촉진하고 아밀로이드-베타와 같은 비정상 단백질의 제거를 도와 신경세포 간 시냅스 연결을 회복시키고 신경 회로의 정상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줄기세포 치료 연구는 전임상 논문을 곧 게재할 예정이다.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논문도 작성 중이다. 추가 연구를 통해 보다 정밀한 치료 기전과 장기적인 안전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예방 중요

알츠하이머병은 초기 증상이 경미하고 서서히 진행돼 진단 시점에 이미 상당한 뇌 손상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현재로서는 뇌 손상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관리를 통해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치매를 앓지 않기 위해서는 뇌혈관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 줄기세포 치료로 뇌혈관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미 치매가 진행됐다면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손상된 뇌세포를 보충하고 신체 기능·감각을 개선하며,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김경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세브란스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알츠하이머병은 치료가 어렵고 진행이 빠른 질환이지만, 줄기세포 기반 재생의학은 다중 표적 치료를 통해 질환 극복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는 신경세포 손상을 회복하고 질환 진행을 억제하며, 치매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부상 중이다. 향후 추가적인 연구와 임상시험을 통해 줄기세포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더욱 축적되기를 바라며,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도 희망을 전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2/10/202412100255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