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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절염, 오십견

[스크랩] 지옥같은 고통 안겼던 류마티스관절염 “완치 욕심 내려놓으니 건강 찾아오더라”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5. 1. 22.

류마티스관절염은 병의 진행을 막을 치료법이 없어 오랜 시간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마치 감기나 고혈압처럼 집에서 편하게 먹기만 하면 류마티스관절염을 다스릴 수 있게 한다는 새로운 약 개발 소식이 들려왔다. 토파시티닙(상품명 젤잔즈) 성분이었다.

이 획기적인 토파시티닙 임상연구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는 미국 류마티스학회에 2014년 11월 참석했다. 역시나 전 세계 많은 의료진들의 관심과 질문이 쏟아졌다. 그 날 저녁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우회 김소희 前 회장(김 회장 임기는 2014년까지였다). 김 전 회장에게 토파시티닙에 대한 환자의 입장을 물어봤다.

“효과 좋고 간편한 약 개발, 반가운 뉴스”


	사진 조은선 헬스조선 기자
사진 조은선 헬스조선 기자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에게 치료 선택권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적응증이 인정돼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받은 사람은 생물학적 제제 주사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여기에서 치료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치료를 포기해야 한다. 생물학적 제제 주사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항류마티스 제제로 만족해야 했다.

항류마티스 제제는 관절기능을 유지시키고, 관절 파괴 진행을 늦추지만 직접 염증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는 떨어진다.

하지만 이번에 토파시티닙이 개발되면서 입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환자가 자신의 상태와 환경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토파시티닙은 류마티스관절염을 유발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신호전달물질)의 활동을 억제해 염증 생성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김 전 회장은 “기존에 있던 생물학적 제제도 염증 생성을 막는 효과가 있지만, 꼭 주사로만 맞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가야 하는 문제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정상적인 직장생활 등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일반 만성질환자들처럼 약을 처방받아서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은 환자들의 삶의 패턴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젤잔즈는 2015년 상반기부터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다.

지네·고양이 먹으며 고통받던 시절

김 전 회장은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의 발전 상황을 직접 보고 체험한 산 증인이다. 1980년대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을 받았는데, 그때만 해도 병에 대한 인식도 낮았고, 이를 맡아서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도 별로 없었다. “한약, 진통제, 지네, 고양이 등 효과 있다는 것은 모두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고, 상태는 오히려 악화됐다.

마치 지옥의 고통을 겪는 듯 괴로웠다”고 김 전 회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항류마티스 제제의 개발, 생물학적 제제의 개발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의 관절이 변형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통증도 크게 줄었다. 김 전 회장은 지금 모든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바라는 ‘관해(병이 있지만 병의 증상을 발견할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해 있다.

완치에 집착하면 증상 오히려 악화

파란만장한 20년간의 투병생활을 어떻게 견뎌 왔을지 궁금했다. 김 전 회장은 “완치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갖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병을 호전시킨 것 같다”며 “완치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면 아마 치료에 실패할 때마다 좌절해서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마티스관절염을 친구처럼 받아들이고, 함께 일하면서 함께 생활하라”는 주치의의 말을 듣고 김 전 회장은 그냥 일상을 살았다. 그 어떤 것도 병 때문에 포기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이해와 양해를 구하면서 함께 걸어왔다. 김 전 회장은 “특히 환우회 활동이 큰 도움이 됐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만나 서로 위로하고, 지지하는 것이 마음에 평안을 줬다”고 말했다.

처음 생물학적 제제가 나왔을 때는 한 달에 100만원이라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산정특례(희귀난치성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 주는 제도)를 받으면 10만원에도 맞을 수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김 전 회장을 필두로 한 ‘펭귄회’의 노력이 컸다.

김 전 회장은 “아직 산정특례 범위에 속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치료비 때문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 그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며 “현재 건강보험 적용 평가를 받고 있는 토파시티닙의 가격이 생물학적 제제 가격보다 낮게 책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취재 김련옥 헬스조선 기자 (미국 보스턴) kyo@chosun.com
월간헬스조선 1월호(138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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