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발목을 다치는 환자가 급증한다. 주로 발목 인대를 삐끗하는 염좌인데, 처음에는 시큰거리다 며칠 지나면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돼 병원 치료를 받지 않고 그냥 넘기게 된다. 그러나 발목 인대가 손상된 채로 어설프게 아물면 반복적으로 삐게 되고 결국 연골까지 망가져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볍게 봤던 발목 부상에 평생 발목 잡히는 격이다. 따라서 빙판길이나 스키장에서 발목을 다쳤을 경우 가볍게 보지 말고 신속하게 응급처치 한 뒤, 2~3일 뒤에도 통증이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야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가벼운 발목 염좌, 파스-찜질에만 의존하면 만성 염좌로 발전
발목염좌는 관절 질환 중에서 무릎 관절염 다음으로 흔한데 증가율도 가파르다. 지난 2013년 발목염좌 환자는 180만명으로 2007년 (143만명)에 비해 5년새 25.9%나 증가했다.(건강보험공단 통계연보) 이런 발목염좌 환자는 겨울철에 크게 늘어난다. 추운 겨울에는 근육이 수축하고 관절 유연성이 떨어져 발목을 삐끗할 위험이 높아진다. 빙판길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발목 환자가 급증하고 스키장에서도 넘어지거나 충돌하면서 발목 부상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겨울철 발목 부상의 대부분은 발목을 삐어 인대가 붓고 통증이 생긴 염좌다. 발목 염좌는 인대 손상 정도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하는데, 1단계는 파열 없이 붓고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긴 상태이며 2단계는 인대가 부분 파열, 3단계는 완전히 파열된 심각한 상태다. 2~3단계는 심한 부종과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응급처치와 병원 치료가 비교적 빨리 이뤄진다. 문제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가벼운 염좌다. 처음에는 아프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사라지고 어느 정도 거동할 수 있게 돼 제대로 치료 받지 않고 넘기게 된다. 그러나 겉으로는 다 나은 것 같아도 속으로는 손상이 지속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족부를 중점적으로 치료하는 연세견우병원 박의현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발목을 삐는 부상은 워낙 흔하기 때문에 찜질을 하거나 파스를 붙이고 쉬다가 어느 정도 통증이 사라지면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발목은 한 번 염좌가 생기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이로 인해 연골 손상과 관절염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목은 처음 다쳤을 때 인대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면 작은 충격에도 염좌가 생긴다. 염좌가 반복되면 인대가 느슨해져 수시로 발목을 삐는 발목불안정으로 발전하고 결국 연골까지 손상돼 관절염으로 이어진다. 급성 발목 염좌의 10~20%는 불안정성 및 인대 손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목 관절염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대부분이 과거 반복적인 발목 염좌 경험이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발목 관절염의 원인은 반복적인 발목 염좌로 인한 불안정성, 발목 관절 조직과 인대 및 연골 손상임을 보여준다.
목이 긴 양말로 발목 따뜻하게 하고 귀가 후 스트레칭 하세요
따라서 겨울철 발목 질환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발목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체온이 내려가면 관절이 경직되므로 발목이 드러나지 않는 긴 양말과 발목을 덮는 부츠를 신는 것이 권장된다. 빙판길이 생긴 날에는 넘어지지 않도록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신고 특히 여성의 경우 굽이 높고 밑창이 미끄러운 하이힐 종류를 가급적 신지 않도록 한다. 귀가 후에는 발목과 발, 아킬레스건, 종아리를 유연하게 하는 스트레칭을 해준다. 따뜻한 물로 족욕을 하는 것도 좋다.
발목을 다쳤을 때는 반드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Rest(휴식), Ice(냉찜질), Compression(다친 부위 압박), Elevation(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이 위치 시키기) 등 ‘RICE요법’만 제대로 지켜도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만약 한 번 발목을 삔 후 재차 그 부위를 접질리거나 통증이 사라진 뒤에도 계속 부어있다면 족부 전문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발목 인대와 연골 손상은 X레이 검사만으로 진단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초음파나 MRI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검사 결과 인대 손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깁스나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을 하게 된다. 인대파열이 심할 때는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인대재건술과 인대봉합술 등의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인대 수술은 환자 본인의 발목을 주변 조직을 이용해 수술하므로 안전하고 절개가 적어 회복이 빠른 것이 장점이다.
연세견우병원 박의현 원장은 “인대만 손상된 환자는 인대를 재건해주는 수술로 해결할 수 있지만 연골이 닳아 뼈가 부딪히는 관절염으로 발전한 상태는 인공관절수술이나 발목 고정술 등의 큰 수술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 번 손상된 연골은 이전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우므로 작은 발목 부상도 조심하고 완전히 나을 때까지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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