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도토리 줍지 않으려고 했는데
산책하러 나가는 길에 몇 개의 도토리 알이
눈에 띄었습니다.
도토리는 몇 알만 주우면
아무 쓸모없이 버려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도토리로
도토리묵을 만들었습니다.
이젠 도토리도 마지막인지 전처럼 많이 없었는데
그때 지나가던 할아버지 한 분이 큰 돌멩이로
참나무를 '쿵'하고 치자 도토리가 비 오듯 쏟아졌답니다.
다른 누군가 도토리 주우러 올세라 눈치를 살피며
허리도 펴지 못한 채 부지런히 주웠답니다.
방앗간으로 가져갈 만큼도 아니고
집에서 간단하게 믹서로 갈아서
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믹서에 넣어 순간 작동으로 10회쯤 하자
도토리가 깨지고 껍질이 잘 벗겨졌어요.
다음 껍질을 골라낸 후
도토리 속살만 믹서에 갈았답니다.
저속과 고속을 번갈아 하면서
물을 조금씩 붓고 곱게 갈아서
도토리 전분이 빠져나올 수 있을 만큼
곱게 빻습니다.
곱게 다져진 도토리 가루를 거즈 자루에 넣기 전에
바구니에 껍질을 대충 걸러낸 후
앙금을 거즈 자루에 넣습니다.
※ 주물럭거리며 전분이 몽땅 빠져 나오도록 합니다.
깨끗한 물을 붓고 도토리 앙금이 가라앉으면
윗물은 버리고 깨끗한 물을 붓고 헹굽니다.
여러 차례 깨끗한 물로 헹구는 일을 되풀이하여
하루나 이틀 정도 쓴맛이 빠져나간 뒤
도토리묵을 끓이면 됩니다.
도토리묵을 끓일 때 반죽이 가장 중요합니다.
먼저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다음
너무 묽게 끓이면 풀이되기 때문에
조심해서 물 조절을 잘 해야 합니다.
조금 되직하게 끓이다가
물을 더 보충하면 되지만
처음부터 수분이 많으면
실패하기에 십상이죠.
중간불로 끓이되 주걱으로 잘 저으며
조금씩 서서히 열을 가한 후
익기 시작할 무렵 묵이 되느냐
풀이 되느냐 판가름이 나죠?
묵이 익으면 주걱으로
떠서 흘려보면 압니다.
거품기나 나무 주걱에
도토리묵을 묻혀 높이 올려 주르륵
흘러내리지 않고 한번 뚝 떨어지면
묵이 된 것이죠.
그 무렵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한 방울 넣고 잘 저어 뚜껑을 덮고
10~15분간 약한 불로 뜸을 들이면
매끈하고 차진 도토리묵이 된답니다.
넘치는 영양으로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이 생기기 쉬운 현대인에게는
도토리묵이 저열량 음식으로
아주 제격이라 할 수 있지요.
골패 모양으로 썰거나 납작 썰어 반찬용으로
혹은 채묵 국수로 묵은 김치와 참기름,
김가루만 조금 뿌려도 한 끼 식사로 충분히
대체 할 수 있으며 도토리 부침개도 별미겠죠?
도토리는 줍는 것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믹서를 이용해 손은 좀 많이 가지만
무공해 식품으로 스스로 해 먹을 수 있는
도토리 한 알의 아름다운 변신은
정말 즐거운 일이랍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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