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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암 정복 보고] 암세포 자살유도하는 새로운 치료기술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3. 11. 26.

수많은 암 절제술과 항암치료가 시행되는 와중에도 암 환자들의 ‘신기술’에 대한 갈망은 뜨겁다. 절제술과 항암치료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경제적인 부담은 물론, 식욕이 떨어지고 머리가 심하게 빠져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괴로워하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치료법을 기대하고 있고, 이에 따른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주목받는 새로운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암세포 자살유도 기술이다. 암세포가 스스로 사멸한다니 꿈만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암세포 자살유도 기술은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분야다.

암세포 자살유도 기술에 대해 알고 싶다면 먼저 ‘아포토시스(apoptosis)’란 단어를 살펴봐야 한다. 아포토시스는 예정세포사라고도 불리는 세포 자살을 일컫는다. 노화나 사고 등으로 세포가 손상돼 죽는 것이 아니라, 세포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소모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인 세포는 터지면서 죽지만, 자살을 선택한 세포는 크기가 줄어든다. 크기가 줄어든 뒤에는 주변의 식세포가 줄어든 세포를 잡아먹으면서 자살의 과정이 종료된다. 다른 세포를 죽이거나 위협하지 않고 스스로 사멸하는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분열하며 끊임없이 성장하는 암 세포가 스스로 자살한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때문에 암세포 자살유도 기술은 계속해 연구되고 있다.

세포의 DNA가 심하게 손상되면 아포토시스가 일어나도록 하는 특정 유전자가 우리 몸 속에는 존재한다. 이 유전자가 아포토시스를 결정하면 ‘캐스패이즈’라는 효소 또한 활성화시키는데, 이 효소가 세포의 사멸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많은 의료진 및 과학자들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암세포 자살 유도 기술을 연구한다.

실제로 작년 국내 연구진은 세포가 자살할 때 특정 단백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세대학교 송재환·이은우 박사 연구팀은 ‘마코린 원(MKRN1)’ 이라는 단백질이 암세포 자살을 막는 구조를 밝혀내며 과학전문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7월 31일자에 게재된 바 있다. 연유방암과 자궁암에 걸린 환자의 세포를 분석한 결과, 정상세포에 비해 암세포에서 마코린 원 단백질이 많았다. 마코린 원 단백질을 막을 수 있다면 암세포 치료도 가능한 셈이다.

작년 10월에는 연세대학교 천진우·신전수 교수 연구팀은 자기장을 이용해 암세포를 자살시키는 나노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히며 학술잡지 ‘네이처 머티리얼즈’ 인터넷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자성 원소로 구성된 자성 나노입자는 특수한 자기장 성질이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자성 나노입자를 암세포 근방에 투입하면, 입자들이 암세포 표면에 있는 세포사멸수용체에 결합한다. 세포사멸수용체는 자살 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외부에서 자기장을 쬐면 나노입자가 세포사멸수용체에 자살 신호를 전달하는 원리다.

자살을 유도하는 약물조합에 대한 발표도 있다. KAIST 조광현 교수 연구팀의 암 억제 단백질과 관련한 유방암 세포 사멸 연구가 그것이다. 연구팀은 암 억제 단백질로 알려진 ‘p53’과 관련된 시뮬레이션을 통해 핵심회로를 억제하는 표적약물인 ‘Wip 억제제’와 기존의 표적 항암약물인 ‘뉴트린’을 조합하면 유방암 세포의 사멸 유도가 가능함을 밝혀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세포신호전달분야 학술지 ‘사이언스 시그널링’ 표지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최근에는 전립선암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자살유전자를 탑재한 인간 신경 줄기세포를 주사한 결과 전립선 암세포가 사멸되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암 전문 국제학술지 ‘캔서 레터스’ 온라인 판에 실린 중앙대 김승업·이홍준 교수팀과 순천향의대 송윤섭 교수팀의 연구다. 이러한 까닭에 남성암 중 가장 높은 발생 빈도를 보이는 전립선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처럼 암세포 자살유도와 관련한 신기술은 속속들이 그 명암이 떠오르고 있다. 아직까지 암세포 자살유도 기술이 대중적으로 상용화 되진 않았지만, 이러한 연구결과가 진행성 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영택 매경헬스 기자 [ogoon@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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