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잘 못 들어 돌아 나오기를 여러 차례, 칠흑 같은 어둠속을 4시간 이상 달려서(나중에는 공포스럽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정말 그 동네를 찾을 수는 있는 건가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까제르만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
(우리가 잔 방의 모습. 키르키즈스탄의 전통 양탄자와 장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호텔급입니다)
그나마 늦게까지 술 마시고 있던 마을의 청년들을 만나 잠 잘 집을 소개받을 수 있었던 것이 천만다행.
잠자다가 손님을 맞은 이 집 식구들의 태도는 그러나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니....
(우리의 곁에 붙어 필요사항을 전달해 주며 주인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낸 "다니엘")
일가족이 모두 일어나 우리를 맞은 것은 물론이고(밤 11시 반),
우리가 씻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남아(새벽 한 시) 모든 편의를 돌보아 주었더랬습니다.
(우리가 주인 자녀들을 몰아내고 잔 집...부모님이 사는 본채가 옆에 있습니다 )
보셨듯이 잠자리도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고 우리를 대하는 주인들의 언행 또한 범상치 않아서
우리는 예정에 없던 아침식사 부탁까지 했는데...
(닭고기 감자 양파 스프)
일반적으로 키르키즈스탄의 음식은 키르키즈 사람들도 안 믿는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런 산골에서야 두 말 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스즈멜". 우유를 발효시켜 굳힌 것인데 부드럽고도 깊은 향취가 있었습니다. )
하지만 우리의 직감은 정확했습니다.
(집에서 발효시켜 구워낸 빵)
닭고기를 재료로 한 스프와 양고기를 사용한 국수(제대로 된 면발을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요, 더구나 밤 늦게 갑자기 주문해서 아침에 먹어야 하는데..), 우유 발효 치즈(라고 표현하겠습니다), 빵, 전통차 등으로 차려진 아침 식탁에서 일행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행복해 했습니다.
(오늘의 메인 "베시 바르마크")
보시는 것이 “베시 바르마크”라는, 키르키즈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그러나 맛있게 만들기는 어려운 음식이랍니다.
“베시”는 다섯이라는 뜻, 그리고 “바르마크”는 안 돌아온다는 뜻.
그러니까 국수가 얼마나 맛있는지 손으로 막 집어먹다가 나중에 보니 다섯 손가락이 없어졌더라...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음식은 어디에나 있나봅니다.
(이건 제 아침식사. 차가버섯님이 이런 경우를 대비해 단무지와 연근까지 챙겨왔습니다. 생긴 거 하고 달리 세심하고 용의주도 합니다. 감격했슴다.)
발로제는 “태어나서 맛있는 키르키즈 음식 첨 먹어보았다”는 농담으로,
음식 맛의 감별에 대해서 둘째가라면 서운해 할 차가버섯님도 “훌륭하다!” 라는 칭찬으로 주인들의 성의에 감사했으니,
컵라면 정식 먹은 저도 덩달아 행복한 것 같은 느낌 입니다 ^^.
(떠나기 전 고마운 주인들과 한 장 찰칵. 남자들은 새벽부터 다 일하러 나갔습니다.)
어쨌든 이번 여행에는 행운이 많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여정도 순조로울 것 같은 강한 예감을 충전한 채 다시 송쿨을 향해 출발합니다.
(만년설이 녹하 흐르는 물. 식수로 사용이 가능한 1급수지만 맛이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자라는 풀과 꽃의 80%는 약재랍니다. 이것도 무슨무슨 이름에 어디에 좋고...근데 듣는 즉시 다 잊어버렸습니다 ^^.)
까제르만에서 송쿨까지는 약 200km.
아침부터 저희는 해발 1,500m에서 2,800m 사이를 끊임 없이 오르내리고 있는 중입니다.
많이 왔으니 아마 오늘 내로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기대가 됩니다. 여러 분들도 기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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