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이어집니다.
구불구불하면 구불구불한 대로 아슬아슬하면 아슬아슬한 대로....
그런데 비록 형편없는 솜씨고 아무렇게나 찍어대기는 했지만
또 어떤 사진은 그냥 얻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저기 언덕에 이상한 자세로 붙어 있는 사람, 보이시나요... 접니다.
때로는 저렇게 기어오르고 미끄러지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데...
제가 언덕에 올라가 사진 찍고 있으면 아래에서 세 사람은 내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 인간, 내려올 때 굴러내려 온다, 그냥 내려온다....ㅠ.ㅠ;;
내 비록 일찌기, 어릴 적 목욕탕에서 믿을 인간 없다는 걸 체득한 바이기는 하나
나 비틀거릴 때 환호성을 지르는 인간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날까지 있을 줄이야....
가다가 이렇게 말 세워진 곳에...
우리 차도 세우고(해발 2,500m)...
한 유목민의 유르따를 방문합니다.
두 가구(10명)가 한 팀이 된 이 유목민은 비쉬켁에 정주하면서 5~9월까지 천산산맥에서 이렇게 유목을 한다고 하네요.
소와 말을 주로 기른다고 하는데 몇 명은 지금 소를 몰고 나갔고 나머지 가족들과 아이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유르따 옆에 있던 발전기. 지금은 다 이렇게 불을 밝힌다고 합니다.)
남은 가족도 바쁘기는 마찬가지.
초원의 일이라는 것이 밖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이제 잠시 우유에 관련된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젖먹이 새끼 송아지는 집에 남아 어미를 기다립니다.)
우유는 지방과 기타성분으로 구성됩니다. (임신 착각 호르몬과 항생제 투성이 인 젖소의 우유가 아닙니다!)
그래서 우유에서 둘을 분리해 지방은 버터로 나머지는 치즈로 만들게 되는데....
(남편이 일하러 나간동안 스메따나를 만들고 있는 부인.)
지금 이 아주머님이 하는 작업이 바로 우유에서 지방을 분리시키는 과정입니다.
옛날에는 우유를 큰 통에 넣고 손으로 오랫동안 저어야만 했답니다.
그렇게 지방을 분리해서 (지방만)모으면 스메타나라는 반고체 상태의 음식이 되고(여기 사람들은 이걸 즐겨 먹는데, 맛있습니다)....
여기에서 다시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면 버터가 되는 겁니다.
지방을 제거하고 남은 재료는 치즈를 만드는데....지방을 제거하고 남은 상태는 순두부와 같은 상태.
보시는 사진이 바로 그 상태에서 식초를 넣고 수분을 제거해 치즈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수분 제거 담당은 말뚝님 혹은 인근의 나뭇가지님 되겠심다^*^.
우유를 이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끓이는 겁니다.
우유를 끓여 걸죽해진 상태가 되면 발효균을 넣고 식혀서 반고체 상태를 만드는데, 여기에 다시 소금을 넣어 동그랗게 알처럼 만들어 말린 것이 아이란.
보시는 것이 아이란을 말리는 과정입니다.
끓인 우유죽과 아이란은 우리나라에서도 예부터 임금들이 매우 좋아했던 음식으로 낙죽(酪粥)과 건락(乾酪)으로 불리며 일반인들은 꿈도 꿀 수 없던 귀한 보양 식품으로 명성을 날렸더랬습니다.
말젖은 더욱 귀해서(값도 몇 배가 더 비쌉니다) 발효시켜 끄므스라는 음료를 만드는데, 저 플래스틱 병들은 쓰레기가 아니고 바로 그 끄므스를 넣을 용기들입니다.
여기서 맛 본 끄므스는 엊그제 길가에서 사 먹은 끄므스와 비교할 수 없이 맛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길 가의 끄므스는 물 탄 사이비 끄므스 였던 겁니다. 조금 슬퍼집니다.
(유르따 내부. 상상할 수 있듯 단출합니다.)
케슈또벡이라는 35살의 주인이 우리를 자신의 유르따로 안내합니다.
초원에서는 손님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답니다. 그래서 자기에게 찾아온 손님을 절대로 그냥 보내는 법이 없다는 군요.
(한쪽 구석에서 낮잠을 주무시던 케슈또벡의 할아버지. 92세.)
최근에는 독일, 일본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작년에도 일본의 한 연구팀 15명이 이곳에 와서 한 달간 머물렀는데, 자기들이 원하는 나비를 잡아다 주면 한 마리에 30달러씩을 줘서 모두 나비 잡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하네요^^.
손님을 유르타로 안내하고 나면 이렇게 음식들을 차려 냅니다.
컵에 든 것이 바로 말 젖 발효 음료 끄므스. 엊그제 맛 본 끄므스를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입에 댔는데....
오, 상큼한 것이 매력적인 맛이었습니다(우유에 비해 영양가도 좋다는 군요).
이것이 바로 버터 직전의 스메타나. 지방질의, 그 매력적인, 느끼한 고소함이라니!
인간의 유전자를 가졌다면 절대로 이 맛을 거부할 수 없겠습니다^^.
그리고 유목민들이 먹는 누룩 없는 빵.
이스라엘 사람들이 유월절에 먹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접해 보는 것은 처음.
그러나 생긴 모양새에 비해서는 담백한 고소함이 있어 먹을 만 했습니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동안 케슈또벡 부부가 ‘고무스’라는 이쪽의 전통 악기를 가지고 와서 시범을 보여줍니다.
뷔쉬켁에서 놀러 왔다는 사촌누이 ‘베리(14살)’와 ‘루이자(10살)’, ‘메림(7살)’.
(가족에게 가지고 간 부채를 선물했습니다. 막내 '메림'의 표정이 야무지고 총기 있어 보입니다.)
작별을 합니다. 일행이 떠나는 순간까지 일가족이 모여서 손을 흔들어 줍니다. 저희도 손을 흔듭니다.
손을 흔든다는 것, 그 사소해 보이는 동작 하나가 얼마나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놀라게 되는 순간입니다.
저는 그들의 손 흔드는 모습에서 잘 가시라는, 당신들을 만나서 반가웠고 헤어지기 아쉽다는 마음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었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통했다고 저는 믿습니다. 얼마만일까요, 타인과 소통했다는 느낌을 가져본 것이....
가슴 뭉클하면서도, 그동안 나는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고 살아 온 것은 아닌가 하는 아픈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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