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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버섯 관련 글/차가버섯 바로알기

[스크랩] "미스터 차가버섯"과 천산산맥에 가다 4.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9. 21.

 

탈라스 가는 길을 돌아 나와 이제 다시 오쉬로 향합니다.

탈라스 분기점에서 오쉬까지는 다시 400km 정도. 아마도 오늘 안으로 오쉬에 도착하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탈라스 가는 길을 나와 다시 오쉬로. 저 앞의 해발 2700m부터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쉬로 가는 이 길은 간선도로이므로 포장도 되어 있고 군데군데 식당과 매점도 있는, 천산산맥 속에 있는 가장 좋은 길이 되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공도로로 사용하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해서 여객용 버스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뷔쉬켁에서 오쉬로 가는 상업용 버스들은 우즈벡을 통과하는, 천산산맥의 가장 낮은 언저리로 우회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천산산맥은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천차만별의 형태와 색을 보여주는 산들과 갑작스럽게 펼쳐지는 평원과 호수들....

 


 

 

천산산맥을 가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산이 주는 아름다움과 기이함에 혹은 놀라고 혹은 감탄하며, 천산산맥이 주는 이야기들을 가슴 깊이 느끼는 것, 그러니까 천산산맥 여행에서 필요한 것은 잠들지 않는 눈과 열린 가슴, 그 둘뿐입니다.

 

준비가 되셨나요^^.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개울. 사시사철 저렇게 푸르고 힘차게 흐르는데 그 기세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여기는 간선도로라서 저렇게 차량에 문제가 생겨도 수습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만, 이 외의 천산산맥 속에서 저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연락할 길도 없고, 생사가 걸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천산산맥에 갈 때는 반드시 차량 2대가 함께 가는 것이 이곳의 원칙.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쯤, 차가버섯님과 발로제가 천산속에서 차량이 멈춘 적이 있었답니다. 천만 다행으로 겨울은 아니었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다보니 구동축쪽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아무런 방법이 없어서 차가버섯님은 그 자리에 남고 발로제가 부품을 뜯어서 등에 메고 고쳐오겠다고 길을 떠났다는군요.

 

 

도대체 마을이 어디에 있을지, 마을을 찾는다고 해도 부품을 구하거나 수리할 수는 있는 건지.... 무엇보다도....

떠난 발로제가 정말 돌아오기는 할 건지.....



깊은 천산속에 홀로 남겨져 얼마 남지 않은 빵을 씹으며 불안에 떨던 시간들....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4일째 되던 날 발로제가 나타났다는 군요. 감동스런 동료애이고 오랜동안 기억될 아름다운 추억인 것은 틀림없지만....

전 그런 상황은 절대적으로 사양하고 싶습니다 ^^.

 

 

그리고 해발 1,800m에서 갑자기 나타난 닥다굴호수. 천산산맥의 의외성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닥다굴 호수에서 이어져 '나른 강'으로, 다시 아랄해로 흐르는 물.

키르키즈스탄은 이 곳에 댐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는데, 우즈벡과 카자흐 등 강 하류의 여러 국가들과 분쟁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저 비취빛 물은 주변의 암석과 관계가 있다고 하네요.


 

 

그 비취빛 강물 옆에 세워진, 우리가 잠시 쉬어 간 노천 카페.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위험천만한 길들. 도로 한 가운데에 좀 과장하자면, 집채만한 바위가 떨어져 있기도 합니다.

 

 

 

화강암 재질의 깔끔한 산들이 보이다가도 한 모롱이를 돌면 검은빛의 산들이 나타나고, 다시 민둥산 같은 초원의 산이 보이다가도 금세 저렇게 황토빛으로 변하는가 하면 누군가 일부러 알록달록한 무늬를 입힌 것 같은 산이 나타나기도 하는.... 참 알 수 없는 변화를 보이는 천산.


 

 

 

 

 

해발 1천500 미터 정도에 위치한 평원. 마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집을 짓고 사는 '타쉬 꾸므르' 마을. '타쉬 꾸므르'는 돌 석탄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제 마을들과 작은 도시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남쪽 평원 부근에 다가간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오쉬는 아직도 멀기만 한데 날은 어두워져가네요.

오늘은 아무래도 '졸라라바트'에서 자야할 것 같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지금시간 저녁 9시. 무려 17시간을 차 속에서 지낸 하루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견딜 수 있는 건 천산산맥의 맑은 기운 덕분일 겁니다.

아, 그리고 저 앞에 보이는 토담 같은 흙더미들이 뭘 뜻하는지 짐작이 가시나요?

저 엉성한 흙더미들이 바로 우즈벡 국경이랍니다. 호~ 국경이라....

철조망 겹겹이 쌓여 있고 총든 군인들이 눈에 핏발을 세우는 살벌한 국경만을 보다가 저런 아담한(^*^) 국경을 대하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이 마을 사람들도, 저 너머 우즈벡 사람들도, 서로 자주 왕래하며 술도 한 잔 하고 같이 일하고 놀기도 하는(실제로 그런답니다) 이런 국경.

사람들의 마음도 저렇게 낮아져서 쉽게 서로 마음을 건네고, 어울리고, 사랑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무지개를 보며 시작한 하루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국경으로 마무리 됩니다. 좋은 날입니다.

 

여러 분들도 좋은 날이시기를....


출처 : 가평 차가원 - 차가버섯 자연요법 암환자 전문 요양원
글쓴이 : 가평차가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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