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가버섯 관련 글/차가버섯 바로알기

[스크랩] "미스터 차가버섯"과 천산산맥에 가다 2.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9. 17.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미스터 차가버섯님이 끓여 준 라면 하나를 먹고 천산산맥을 향해 출발합니다.

 

 

 (붉은 글씨로 '슐탄'이라고 써 있습니다)


비쉬켁의 어린이 놀이터에 있는 이 그림은 키르키즈 국민들에게 천산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지를 잘 보여 줍니다.

 

그림에서 보시듯이 비쉬켁을 관통하는 개천 끝에는 천산산맥이 있고 그 산맥 속에는 큰 대왕이 살고 있습니다. 키르키즈의 상징은 천산산맥이고 천산산맥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국민들을 보호하는 대왕 즉, ‘슐탄’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천산산맥에 대한 경외감이겠습니다.

 

 

 


출발한지 얼마 안 돼서 갑자기 하늘 한켠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고, 소나기가 채 그치기 전 예쁜 무지개가 떴습니다.

 

그래서 하늘에는 해와 달과 무지개와 빗줄기가 동시에 존재하는 보기 드믄 장면이 연출되었는데... 당연히도 저는 이런 현상을 천산산맥의 슐탄께서 우리를 환영해 베푸시는 공식적인 의전으로 해석합니다^^.

길조임에 분명합니다.

 


 (천산산맥 입구에 몰려 있는 가게들. 우리도 여기서 비상용 빵과 물을 샀습니다)


뷔쉬켁에서 오쉬로 가기 위해서는 ‘까라발타’라는 지역을 통과해야 합니다.

 

까라발타는 검은 도끼라는 뜻인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천산산맥 속에는 예전부터 산적들이 많았고 그 산적들이 까만 도끼를 들고 있었다고 하네요. '까라발타'는 그래서 붙여진 이름. 저는 그 고장 이름을 생각할 때마다 웃음이 납니다 ^*^.

 

도적이 아니라도 이곳에는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깊은 산 속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므로 마지막으로 부족한 물품을 보충하고, 생명을 의탁할 길동무를 구하고..... 그 마지막 점검 지점이 바로 여기, 까라발타가 되는 겁니다.

 


(이제 천산산맥이 그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천산(天山)산맥은 중국의 북서부에서 시작되어 중앙아시아의 우즈벡까지 연결되는 길이 3천 킬로미터의 대 산맥입니다. 길이도 길이지만 그 폭이 평균 4백 킬로미터. 폭이 4백 킬로미터라니!

 

그 4백 킬로미터에 천산산맥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산맥 속에 또 산맥이 있고, 그 속에 또 산맥이 있으며, 산맥과 산맥 사이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광활한 스텝지역이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

 

 

 

 

천산산맥 속에는 낮게는 해발 1천 미터부터 높게는 해발 3천 몇 백 미터에 이르기까지 작고 큰 무수히 많은 스텝지역, 그러니까 초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 초원들이 바로 유목민족의 삶의 터전이 됩니다.

 

저 멀리 만년설을 배경으로 두고 푸른 초원 위에서 소와 말과 양이 뛰놀며, 저만치 말 탄 목동과 양몰이 개가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꿈에도 보고 싶은 목가적인 풍경.

 


(천산산맥 속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 뚜아슈 뻬레발의 정상. 뻬레발은 고개라는 뜻. 저 앞의 터널을 통과하면 천산산맥의 진정한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해발 3,500미터)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림에서 예쁜 집을(특히 스위스 풍의) 뺀다면 겉모습은 아마도 천산산맥 속의 상황과 일치할겁니다. 한 마디로 아름답습니다.

 

 

 


드디어 천산산맥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는 처음 천산산맥에 들어오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를 천산산맥으로 이끌어 주었던 차가버섯님도 사전에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에 (차가버섯님의 그 속 깊은 배려에 대해 무한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제가 느낀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해발 3,500 미터의 그 가파르고 높은 산봉우리를 지나서 이렇게 넓은 평원이 펼쳐지리라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더구나 그 때는 한 겨울. 해발 3,500미터에서 갑자기 펼쳐진 눈 쌓인 평원이 해발 5천 미터 이상의 산맥에, 구름과 함께 둘러싸여 있는 겁니다.

 

눈 쌓인 평원과 설산과 구름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그 몽환적인 풍경.

 

저는 정녕 살아서 이곳에 온 것인지 의심했고, 살아서 이런 곳에 올 수 있었음에 대해 감사드렸습니다. 아마도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평원에서 바라 본 산맥)


제가 과장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신다면 여러 분들도 꼭 한 번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말씀드릴 수밖에는 없겠습니다.

 


 


산맥 사이에 있는 평원의 규모는 매우 넓습니다.

어떤 평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들판이라는 김제, 만경 평야보다 더 크고, 폭이 다소 좁더라도 쭉 이어진 평원의 길이까지 생각한다면 초원은 대체로 우리의 상상을 넘는 규모가 됩니다.

 


 


그러나 평원이 아무리 넓다고 해도 농사를 지을 수는 없는 곳이 대부분입니다(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척박하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여름 한 철 풀이나 겨우 자랄 수 있는 땅에 불과하다면 삶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겠습니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유목과 목축은 선택이 아닌 필연입니다.

자연히 몇 가구나 작은 부족이 함께 어울려 저렇게 이동식 천막을 치고 계절에 따라 옮겨 다니며 소나 말, 양 등을 방목하고 그들에게서 나온 물품들로 생활해 가는 방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유목민 하면 흉포한 약탈자라는 인식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사정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유목은 일종의 자급자족체제이지만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생명을 유지해 갈 수 없습니다. 옷감 등의 생필품은 별문제로 치더라도 고산지대의 유목민족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비타민과 탄수화물.

 

유목민들에게는 지방과 단백질이 남지만 비타민이나 탄수화물이 부족하고, 농경민족은 그 반대의 상황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셈입니다. 물물교환 조건이 성립되는 거죠.

 


 

 

 그런데 둘 중의 하나가 생산물의 수확에 차질을 빚게 되면 상황이 심각해지는데, 유목이나 농경이나 주기적인 재해가 없을 수 없으니 충돌 또한 불가피하게 되고....

 

절박한 건 유목민족들. 단백질은 조금 부족해도 살 수 있지만 비타민이나 탄수화물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그러니 유목민족들에게 차(茶)와 곡물은 저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절대적 품목입니다.

 


 

 

 만약 평원에 흉년이 들어 곡물이 부족하다면 제대로 된 거래가 성립이 될 수 없고, 유목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낍니다.

이럴 때 칼을 드는 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그러니까 자연의 가혹함이 불러일으킨 문제로 보아야 할 겁니다.

 

 

 


비단 유목민족만이 아니라 사막과 밀림의 모든 부족들이 다 그런 형태의 삶을 살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유목민족들을 흉노나 오랑캐로 부르며 전적으로 야만적인 집단으로 기록한 중국의 역사서들은 단지 평원민족의 입장에서 서술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듯합니다.

 

 

 

 

 그런 평가가 있었던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유목민족들이 무리지어 말을 타고 다닌다는 점입니다.

그 당시에 말은 지금으로 보자면 탱크쯤 되겠습니다. 말을 타고 칼을 휘두르고.... 평원 민족이 그들에게 느낀 두려움은 이해할 만합니다.

 

그 유목민족들이 타고 다녔던 말들. 그 말들이 바로 위에 보시는 말들이고 그 유명한 한혈마(汗血馬)의 적통들입니다.

 


 

한무제가 천마(天馬)라고 부르며 아꼈고, 여포에서 관우에게 이르렀던 적토마 또한 한혈마를 지칭하는 것. 피와 같은 땀을 흘리며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전설적인 말.

 

고산지대에서 나고 자라 남다른 폐활량에 엄청난 지구력을 자랑하는 이 말을 차지하기 위해 중원의 여러 나라들이 기울인 노력은 엄청났습니다. 한나라는 이 말을 차지하기 위해 페르가나(지금의 우즈벡)와 전쟁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이 말의 확보 여부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고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정도였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겠습니다.

 


그 말의 주인들은 보다시피 이렇게 밝고 건강한 목동들입니다.

 

슬픈 사실 하나는 저 많은 양떼나 소, 말떼의 소유주들이 도시에 있는 부유층들로 바뀌어 가고 있고, 당당한 초원의 주인이었던 목동들은 점차 위탁 관리자의 처지로 전락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목민들은 가난합니다. 그런데 그들도 화려함과 편리함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소비’의 유혹 앞에 서 있는 건 우리와 마찬가지입니다. 말하자면 돈이 필요한 겁니다.

 

유목민들이 저렇게 길 가에 유르타를 설치하고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겠습니다.

 


 (여기서 끄므스 한 잔을 사 먹었는데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맛은 별로였습니다)


자본이라는 건 참 무섭습니다. ‘초원의 주인들’을 ‘초원에서 일하는 고용인’으로 전락시키는 것도 자본이고, 그렇게 가난해지는 사람들을 유혹해 돈을 가져오게 하는 것도 자본이니 말입니다.

 

그들이 판매하는 것은 주로 소와 말, 양젖으로 만든 유제품들.

말젖 발효음료 ‘끄므스’(가장 비쌉니다), 소젖에서 수분을 제거해 만든 요구르트 ‘아이란’, 그리고 아이란에 소금을 넣어 둥근 알로 만들어 건조한 ‘꾸드르’가 바로 그것들입니다.

 


(길가에서 유제품들을 팔던 유목민 아주머니)


이제는 ‘유르따’와 이동식 컨테이너 주택을 동시에 사용하고, 발전기를 돌려 불을 밝히며, 승용차로 대도시에 드나드는 문명화 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러나 그들의 영원한 고향은 천산산맥.

 

천산산맥은 밖에서 그들의 마음으로 흘러 들어왔다가 삶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니, 저 부드러운 미소, 아름답지 않은가요? 저는 저 미소가 바로 천산산맥이 준 천산산맥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가평 차가원 - 차가버섯 자연요법 암환자 전문 요양원
글쓴이 : 가평차가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