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레나의 사무실에 갑니다. 이곳은 최근 우리 “미스터 차가버섯”님이 노력을 집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레나는 향기 치료 전문가입니다. 아로마테라피 뭐 그런 얘기를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실 거고..... 내기를 한다면. 여자들 피부관리나 하는 것쯤...이라고 여러분이 생각하고 계실 거라는 데에 500원 걸겠습니다^^.
aroma +therapy.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향기요법이라고 번역되곤 하지만 그러나 그 원래 뜻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인류가 아로마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오랜 옛날의 일이지만 그것을 과학적으로 정리하게 된 것은 1928년의 일입니다.
(예쁜 레나. 늑대 한 마리가 옆에 붙었습니다....)
프랑스의 의사이자 화학자인 가트포세는 어느 날 실험을 하다가 손에 화상을 입게 되는데,
무심결에 옆에 있던 어떤 용액에 손을 담그게 되고(라벤더 오일이었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화상이 쉽게 치료된 것에 놀라서 본격적인 연구를 통해 아로마테라피라는 책을 출판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아로마테라피는 자연에서 자란 식물의 추출 용액을 이용한 치료법인 겁니다.
그 후 2차대전에서 부상당한 병사들로부터 그 효용을 확인한 의사 장 빌레에 의해서 더욱 널리 퍼지게 되었는데, 마가렛 모리라는 여자가 이 아로마요법을 여자들의 피부관리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 후의 일입니다.
(레나의 사무실. 구조상 이렇게밖에 찍을 수가 없었던 점 이해해 주시길)
우리는 두통이 일어나면 타이레놀 계열의 진통제를 먹습니다. 종양 환자는 더욱 강력한 몰핀계열의 진통제를 먹구요. 그런데 두 진통제 모두 신경(혹은 신경전달 물질)을 마비시켜버린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두통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느끼는 신경을 마비시키는 겁니다. 두통의 원인은 상존하고 있는데 말이죠.
그동안 인체가 정상을 되찾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진통제 처방은 문제만 더 키워가는 꼴이 되는 겁니다. 정상을 되찾는 건 오로지 인체의 몫입니다. 모든 면역계 질환에 대한 현대의학의 대처방식이 그렇습니다.
(레나와 함께 개발 중이거나 개발한 아로마 진통제들)
자녀를 교육하는 데에 있어 물리력을 동원하는 것이 좋은가 대화와 설득을 통해 이해를 증진시켜 나가는 것이 좋은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라면 우리는 쉽게 의견의 일치를 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의학적 차원에 오면 전혀 달라진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함이 있습니다.
지금 레나와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아로마테라피의 주장이 바로 그겁니다. 몸이 아프면 몸과의 대화를 통해 아픔의 원인을 해결하자는 겁니다. 폭력을 쓰지 말고.
물론 급하면 급한 대로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그 발병의 원인은 지금과 같은 임시변통적 현대의학으로는 결코 고칠 수 없으니까요.
(레나의 화분 안에 놓여 있던 귀여운 마녀 인형. )
종양, 당뇨, 고혈압, 아토피, 건선, 류머티즘 등등과 같은 면역계 질환은 지금의 현대의학적 방법으로는 속수무책입니다.
해법은 시각의 전환입니다. 질병이 아니라 건강의 차원에서, 생명의 차원에서 인체를 바라볼 것. 그럴 때만 면역계 질환은 해결될 겁니다.
비록 갈 길은 멀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 바로 자연 친화적 길인 겁니다. 우리가 바로 자연이니까요.
그러려면...우리의 사는 방식이 바뀌어야 되고...사는 방식이 바뀌려면 우리의 의식이 바뀌어져야 할 겁니다.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문제는 인류가 너무 큰 대가를 치르기 전에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3인조 에콰도르 인디언 악단)
이제 레나의 사무실을 떠나 오페라 하우스로 갑니다.
오페라하우스 앞에 오니 어디선가 나왕케촉류의 음악이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에쿠아도르에서 온 세 명의 인디언 악단이 연주를 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차분한 리듬과 부드러운 음색이 잘 조화된, 명상음악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 곡들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처음 들어도 어디선가 들어 본 것만 같은 친숙함이 묻어납니다.
(우리의 퉁소 같은 악기로 주음을 잡아가던 리더...남자답게, 잘 생겼습니다)
남미의 인디언들이 영적인 삶을 살았다는 증언은 많습니다.
2008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살아 있는 프랑스의 신화’라 불리는 르 클레지오도 남미의 인디언과 함께 살면서 많은 공부가 됐다고 술회하고 있더군요.
이 떠돌이 삼인조의 연주도 에쿠아도르 인디언의 전통음악이라 합니다. 티벳의 깊은 명상에서 우러나온 나왕케촉의 음악과 남미 인디언의 전통음악이 흡사하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 이 세 인디언의 공통점은 매우 힘이 좋게 생겼다는 것임다...여자들이 좋아하겠슴당^^)
인디언들의 전통은 대체로 ‘자연에서 배울 것’입니다. 반면 티벳의 선(禪)은 ‘밖을 버리고 자신의 안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음악에서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눈을 부릅뜨거나 꼭 감거나 열심히만 한다면 같은 결과에 이른다..... 재미있지 않은가요. 어디로 가든 길은 하나인가요?
(보다시피 관객도 많고 장사도 제법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우리 돈 6천 원을 주고 CD 한 장을 샀습니다. 이 인디언 트리오의 여정이 순조롭게 이어지길 바라면서 산 것이긴 하지만,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음악을 들은 감사의 표시도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시디는 내가 갖고 돈은 우리 “미스터 차가버섯”님이 냅니다^^
(공연 포스터)
러시아에 와서 가장 설레이는 일 중의 하나는 그들의 음악과 예술을 접하는 것입니다.
러시아의 음악과 발레는 두말할 필요 없이(클래식하다는 면에서) 세계 정상입니다. 한국에서 모스크바 필의 연주를 듣거나 볼쇼이 발레를 본다는 것은 행운에 속한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만큼 그들을 접하기란 어렵고, 또 온다고 해도 입장권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서 저 같은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이 아닐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3년 전 제가 이곳에 있을 때 볼쇼이 발레단이 왔습니다.
(입구에 있는 외투 보관소. 겨울 공연 때는 이곳이 가장 바뻐집니다)
만사를 제치고 일찍 예약을 해서(곧 표가 동이 났습니다. 볼쇼이는 러시아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다행히도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3등석인데도 일인당 7만 원쯤 하는 고가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볼쇼이의 수석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는 지방공연에는 안 온답니다. 그러니 그 공연은 남녀 수석이 빠진 2인자의 공연이었는데....
그러나 공연 내내 무대를 휘어잡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율동, 그리고 관객의 환호가 어우러져 불러일으키는 감동은 대단했습니다.
(공연장 내부. 장중하면서도 아름답고, 그리고 차분합니다. 이곳은 러시아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라고 합니다)
공연이 모두 끝나고 기립한 채 외쳐대는 관객들의 브라보 소리와 박수갈채. 정말 감사하다는 공연자들의 인사에 다시 화답하는 관객들의 환호. 그건 어쩌면 희열에 가까운 것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돈과 출세와 권력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세계. 밥 먹고 사는 데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이런 세계가 그렇게 매혹적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예술은 절대적인 권위를 갖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좌석은 의자의 골과 골이 교차되어 앞사람의 머리로 하여금 고톧받는 일로부터 면제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음악도 지금은 상당한 수준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KBS교향악단은 별개로 치더라도 서울시립교향악단이나 부천필이 받는 평가들이 그렇고 또 개별 연주자들이 해외 음악제에서 수상하는 것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되었다는 사실로도 그렇습니다.
(이제 공연이 임박했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모두 자리를 잡고 조율을 마쳤습니다.)
지난 6월 30일 상트페테르브르그에서 끝난 14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도 한국인 성악가가 남녀 1위를 휩쓸었고, 피아노와 바이올린 부문에서도 세 명의 수상자를 내어 화제가 되었던 걸 아실겁니다.
세계 3대 콩쿠르에서 한 국가가 동시에 5명의 수상자를 내는 것은 극히 드믄 일이라는 데 말이죠. 이제는 한국 음악가들의 실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증거이니 기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연이 막 시작됐습니다. 사건은 언제나 술집으로부터 그리고 여자로부터 시작되는 법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어딜 가도 벼락부자라는 인식은 경멸의 대상일 겁니다. 그런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네가 가진 게 돈 밖에 더 있니? 돈이 네 무식과 천박함을 감춰주게 돋보이게 해주게?”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들이 인사를 마칩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소중하다고 우겨대는 속물적 시야나, 먹고 마시고 잠자는 동물적 본능에 고급스럽고자 하는 배설주의적 자세가 시정되는 곳이 바로 문화라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도 이제는 그런 측면에서 조심스럽게 살펴보아야 할 겁니다.
우리가 결코 벼락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원래 문화적인 민족이었지만 잠시 가난했을 뿐이었다는 사실을,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증명해야 할 의무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겁니다.
(막이 닫히고 이어지는 커튼콜. 오늘의 주인공 미하일라, 돈 호세, 카르멘이 다시 나와 인사를 합니다. 쏱아지는 환호, 환호..)
문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또한 문제가 크다는 데에 동감입니다. 하지만 문화가 그 사회에서 적정한 위치를 잡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정신적인 측면에서 위험을 알리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겁니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먹고 사는 것 외에 무언가를 해야 하고, 그 무언가가 무엇인가에 따라 그 사회의 내면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겠습니다.
(공연 전에 예술 감독이거나 뭐거나쯤 되보이는 남자를 만나 ....."기타이?" " 노, 후롬 코리아" "오, 코리아!" 그런 속 깊은 대화?를 했더랬슴다^^)
공자님이 그러셨다던가,
무엇에 편안해하고, 무엇에 즐거워하며, 무엇을 즐겨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법....
(공연 끝난 시간이 열 시 반. 근데 대낮입니다)
발칙한 카르멘, 그러나 또한 모든 남성들의 꿈일 수밖에 없는 카르멘.
인간은 왜 그리 몰래하는 사랑과 나쁜 남자, 나쁜 여자에게 끌리는 걸까요.
죽음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사랑과 배신, 그걸 알고도 끌려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말릴 수 없는 욕망이 아직도 밝은 대낮 앞에 섭니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대낮에 달이 휘영청 밝습니다)
아~오.
늑대는 달을 보면 그렇게 운다지요. 오늘은 낮달이 뜬 밤에(그런 게 있나요^^) 카르멘을 통해 내 안에 있는 늑대를 만납니다.
아~오.
좋은 밤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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