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위(胃),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민국은 위암 세계 1위다. 된장, 김치 등 웰빙음식이 널려 있는 한국이 위암에 있어서만큼은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위암은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으로, 공식적인 암 통계를 시작한 1983년부터 지금까지 암 발생율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게다가 점점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서 예전에 없었던 위장 질환도 급증하고 있다.
소화불량증은 또 어떤가. 한국인 4명 중 1명은 소화불량에 시달린다는 통계도 있다. 속쓰림, 소화불량, 설사 등과 같은 ‘신호’를 보낼 때조차도 한국인들은 그냥 참는다. 이런 증세가 찾아오면 내 몸이 보내는 빨간 경고 신호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달리는’ 것도 문제다. 특히 위암의 경우 일반 소화불량 증세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병을 키우는 사례도 허다하다.
이처럼 한국인의 위가 위협받는 이유에 대해 위장질환 전문가들은 “짜고 매운 식습관, 높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율, 흡연,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한번쯤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서양음식이 짜다고 성토하지만 한국음식은 이보다 더하다. 국이나 김치, 젓갈 등 한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들은 모두 염도가 매우 높은 편으로 이와 같은 음식을 통한 나트륨 섭취가 60% 정도를 차지한다. 한국인의 하루 소금 섭취량(13~15g)은 일본의 1.2배, 미국의 1.6배,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5g 이하)과 비교하면 2.6~3배 가까이 된다.
왜 짜게 먹는 것이 위에는 치명적일까? 소금은 그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과다 섭취 시 위염을 유발하거나 위 점막을 손상시켜 위 내 발암물질의 작용을 돕는다. 우리나라를 포함 해 일본, 칠레, 핀란드, 아일랜드 등 소금에 절인 채소나 생선을 즐겨먹는 나라에서 위암 발생률이 높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매운 음식도 위산을 다량 분비하게 만들어 위에 자극을 주고, 위염, 위궤양 등을 유발한다. 고추의 캡사이신, 후추의 피페린, 생강의 진저론, 카레의 커큐민 등 향신료에 든 매운 맛 성분은 적당히 섭취하면 소화기관의 운동을 돕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향신료의 매운맛 성분이 위를 상하게 할 수 있다.
둘째, 우리나라 성인의 약 70%가 위암의 발암인자로 알려진 헬리코박터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헬리코박터 감염율은 이미 30대에 선진국의 2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이 젊은 나이에 감염되면 일평생 동안 위 속에서 살면서 위산 분비를 방해하는 현상을 일으킨다.
셋째, 흡연이다. 흡연은 소화기암을 일으키는 최고 위험 인자로 꼽힌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위암 발생율이 1.5배나 높아진다. 특히 직장내 회식이나 각종 모임이 많은 우리나라는 술자리에서 술과 담배를 같이 피울 때가 많은데,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면 유해성분의 흡수가 빨라져 위암 발생율이 더욱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스트레스가 높고 바쁘게 일하는 나라라는 사실이다.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위는 자율신경의 영향을 받는다. 자율신경은 본인의 의지대로 제어할 수 없는 신경으로 감정이나 정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즉,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 긴장과 같은 자극은 자율 신경계를 자극해 위의 운동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렇듯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 요인으로 위의 운동이 저하되어 소화불량증세가 생기는 경우를 쉽게 ‘신경성 위염’, 또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고 부르는데, 이 질환은 우리나라 국민의 4분의 1 정도가 겪고 있다.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 jooya@chosun.com
2010.10.28 08:46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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