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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위암

21세기 신약과 위장관기질암 치료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0. 11. 15.

21세기 신약과 위장관기질암 치료

 

글·김철수 인하대병원 암센터소장/내과학교수

 

[쿠키 건강칼럼]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을 기록한 표적치료제 글리벡이 위장관기질암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위장관기질암이 그만큼 드문 질환이기 때문이다.

 

위장관기질암의 실체가 규명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예전에는 육종의 일부로 간주됐고 치료도 수술 외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위장관기질암이 위장관의 운동을 조절하는 신경세포인 카잘세포에서 기인하고, 카잘세포는 ‘c-KIT’라는 수용체을 통한 신호전달에 의해 분화하고 성장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카잘세포는 c-KIT 수용체의 변이가 발생할 경우 위장관기질암으로 변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만성백혈병의 원인은 9번 염색체 장완과 22번 염색체 장완의 상호전위로 발생하는 필라델피아 염색체에서 기인한다. 필라델피아 염색체는 BCR/ABL 융합유전자를 포함하고 있고 이에 따라 BCR/ABL 융합단백을 생산한다. 정상적인 ABL 단백과는 달리 BCR/ABL 융합단백은 외부의 아무런 도움 없이 스스로 지속적인 세포분열신호를 보내 암을 일으킨다. 글리벡은 바로 BCR/ABL 단백 활성의 유지에 필요한 ATP 결합을 저해해(BCR/ABL에 결합해야 할 ATP 대신 글리벡이 결합한다) 세포분열의 신호전달을 저지한다.

 

위장관기질암의 85%에서는 c-KIT 수용체의 변이를, 5%에서는 PDGFRa의 변이를 보이는데 이 변이로 인해 아무런 자극이 없어도 신호전달체계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돼 세포분열이 초래된다. 이때도 글리벡은 역시 c-KIT 수용체 또는 PDGFRa 수용체의 활성유지에 필요한 ATP 결합을 차단한다.

위장관기질암에 효과적인 표적치료제는 글리벡 뿐만은 아니다. 수텐 또한 c-KIT나 PDGFRa를 차단할 수 있다. 다표적치료제인 수텐의 유효한 표적으로는 PDGFRa, PDGFRb, VEGFR, c-KIT, CSF-1R, RET 등이 포함된다.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위장관기질암에 대해 사용하며 보험급여도 가능하다. 이에 21세기 들어 위장관기질암의 치료에 있어 수술과 표적치료제의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수술이 불가능한 위장관기질암 또는 수술로써 완전 절제가 불가능한 위장관기질암에 대해서만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 수술 후 재발방지에도 효과가 입증돼 수술 후 완전히 절제가 이뤄지더라도 재발의 위험이 높다면(종양이 크거나 세포의 분열도가 높은 경우) 재발방지를 위해 글리벡을 1년간 투여할 수 있다. 물론 보험급여도 가능하다.

 

위장관기질암의 85~90% 가량이 글리벡에 반응을 보이지만 표적치료만으로는 완치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암에서 효과적인 치료가 없었던 예전에 비하면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인해 오랜 기간 동안 무병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21세기 의학의 개가임에 틀림 없다.

 

단 장기적인 약제투여로 장기적인 무병상태를 이룰 수는 있지만 투약기간 동안 살상되는 세포도 있지만 약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포도 출현하며 또 투약기간 동안 동면상태로 살아남는 세포가 존재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암세포는 다시 자라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급속하고 눈부신 의학의 발전은 c-KIT 또는 PDGFRa 유전자가 관여하는 단계 이후의 신호전달 체계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글리벡이나 수텐을 사용하는 치료를 받는 동안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가 등장할 확률 또한 높다고 본다. 실로 21세기 의학의 발전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2010.11.12 15:39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