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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위암

위암 4기 환자, 표적치료제에서 희망을 보다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0. 9. 13.

위암 4기 환자, 표적치료제에서 희망을 보다

꼼짝마라, 암세포

 

3년 반 전 위암 4기 판정을 받은 회사원 A씨(55·여·서울). 수술을 받았지만 곧 재발했다. A씨의 삶은 얼마 남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희망이 찾아왔다. 위암 세포만 공격하는 표적치료제 ‘트라스투주맙(제품명 허셉틴)’을 투여받으며 암 덩어리가 줄기 시작했다. A씨는 3주에 한 번씩 표적치료제를 투여받고 있다. 치료 28개월이 지난 현재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암 덩어리가 모두 사라진 완전반응(완전관해) 상태를 유지해 직장생활도 하고 있다.

위암 발생 관여하는 유전자가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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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이 간에 전이된 70대 환자의 2008년 7월 컴퓨터단층촬영 모습(위쪽). 화살표가 종양이다. 기존 항암제에 트라스투주맙을 병용한 결과 2009년 12월 이후, 위암과 간의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다. [서울대병원 제공]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2009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위암 환자 발생자는 2만5915명으로 전체 암 발생 환자(16만1920명)의 약 16%를 차지한다. 5년 생존은1990년대 중반 약 41%에서 2000년대 중반엔 57%로 올랐다.

하지만 암이 너무 많이 진행돼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재발, 또는 간·폐 등 다른 기관에 전이된 전이성 위암(4기) 환자의 치료 결과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최근 위암 표적치료제들이 선보이면서 4기 위암 환자의 치료효과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소개된 위암 표적치료제는 3~4종류며, 개발 중인 것도 여럿이다.

이 중 위암 환자의 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HER2 유전자’만 공격하는 ‘트라스투주맙’의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기존 항암제와 트라스투주맙을 함께 사용한 ‘토가(ToGA)’의 임상시험 결과가 세계 3대 의학저널인 『란셋』에 최근 게재됐다.

HER2 유전자 수가 많아지면 암세포도 증가한다. 암을 촉발하고 악화시키는 암유전인자인 셈이다. 트라스투주맙은 HER2 유전자와 결합해 HER2의 기능을 뺏어 암세포를 죽인다. HER2 유전자는 위암과 유방암 환자에게서만 관찰된다. 트라스투주맙은 이미 HER2 유전자가 있는 전이성·조기 유방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올해 초 유럽과 국내에서 HER2에 양성반응을 보이는 전이성 위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기존 요법보다 사망 위험률 26% ↓

토가 임상시험에는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를 비롯해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강윤구 교수, 세브란스병원 정현철 암센터장이 참여했다. 24개국 122개 병원에서 584명의 4기 전이성 위암 환자를 관찰했다. 환자들은 모두 HER2 유전자에 양성반응을 보였다. 한국 환자 125명(21%)이 포함돼 비율이 가장 높았다.

584명의 환자는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기존의 항암제인 카페시타빈과 시스플라틴, 또는 플루오로우라실과 시스플라틴 병용요법 중 한 가지를 투여했다. 나머지 한 그룹에는 플루오로우라실과 시스플라틴에 표적치료제인 트라스투주맙을 함께 투여했다.

두 그룹의 치료 결과를 관찰한 결과, 기존 항암제로 치료받은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1년 미만이었다. 하지만 트라스투주맙을 병행한 그룹은 평균 13.8개월로 1년 이상 생존했다. 사망 위험률도 약 26% 더 낮았다.

특히 트라스투주맙의 약효가 잘 발현될 수 있는 매개체인 HER2 유전자가 많은 위암 환자는 효과가 더 뚜렷했다. 평균 생존기간은 16개월, 사망 위험률은 35%로 떨어졌다.

 황운하 기자
도움말 신촌세브란스병원 정현철 암센터장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강윤구 교수



‘토가’ 임상시험 연구책임 방영주 서울대병원 교수
“항암제 부작용 거의 없어 치료 받으며 사회 생활”


방영주 교수(사진)는 위암·폐암 등 항암요법의 세계적 권위자다. 이번 ‘토가’ 임상시험에서 벨기에 에릭 반 쿠쳄 박사와 공동 연구책임자를 맡았다. 한국 의료진이 대규모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다.

Q 토가 임상시험 결과의 의미는.

A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치료제들이 나오고 있다. 토가는 처음으로 위암에서도 표적치료제가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다. 특히 기존의 화학요법(항암제)보다 뚜렷한 치료 효과 차이를 확인한 오래간만의 연구다. 과거 연구는 생존기간을 0.6개월 늘리는 데 그쳤었다.

Q 표적치료제 트라스투주맙의 특징은.

A
위암와 유방암에서 발견되는 HER2 유전자는 암 증식 창고와 같다. HER2가 증가하면 정상 세포들이 HER2에 중독되는 ‘암유전자 중독(Oncogene addiction)’ 현상이 나타나 암이 악화된다. 트라스투주맙은 HER2의 기능을 잃게 해 암세포를 죽인다.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을 안 주면 맥을 못추는 것과 비슷하다.

Q 위암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A
생명을 연장하고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수술할 수 없는 4기 전이성 위암 환자 중 HER2 유전자 양성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혜택이 많을 것이다. 트라스투주맙은 구토·탈모 등 항암제 부작용이 거의 없어 치료를 받으면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

 

2010.08.30 00:09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