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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당뇨교실

어린이 당뇨 환자 급속 확산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8. 9. 21.

갈증-피로-많이 먹어도 체중감소 ‘1형 당뇨병’의심


                 5∼7세, 사춘기 접어든 10대 많아…조기진단이 최선


▲ 어린이 당뇨병은 대부분 비만이나 식습관과 무관하다.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며 봄철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사진은 지난해 서울 뚝섬체육공원에서 열린 어린이 한마당 잔치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막대기를 들고 달리기를 하는 장면./조선일보 DB 사진

어린이 당뇨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단것을 좋아하는 뚱뚱한 아이들만 걸린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어린이 당뇨 환자의 90% 정도는 췌장 기능 이상으로 인한 ‘1형 당뇨병’이며, 잘못된 식습관과 비만으로 인한 ‘2형 당뇨병(성인 당뇨병)’은 열 명 중 한 명꼴에 불과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 1형 당뇨환자가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문의들은 추정한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1형 당뇨병 발생률은 지난 85~87년 10만명당 0.7명에서 94년 1.86명으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실제 환자 수는 최대 10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는 전문의들도 있다.

따라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자녀가 어느날 갑자기 목이 마르다며 이상할 정도로 물을 많이 들이킨다면 혹 어린이 당뇨병이 아닌지 의심해볼 만하다. 쉽게 피로해하고, 화장실에 자주 가고, 부쩍 많이 먹는데도 체중은 오히려 줄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 어린이 당뇨병이란

어린이 당뇨병은 만 18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가 걸리는 당뇨병이다.

이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1형 당뇨병은 췌장 기능 이상이 원인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몸 속에서 포도당으로 변한다. 정상인의

혈액속에는 80mg∼120mg/dl의 당분이 있는데,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이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병으로, 당분이 몸

속에 흡수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설된다. 이 경우 몸 속에 독성이 쌓이는

케톤혈증, 실명, 성장 장애를 비롯한 각종 합병증이 올 수 있다.

 

저혈당으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지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물을 많이 마시고, 갈증을 호소하는 것이다. 발병

초기 하루 1ℓ씩 물을 마시는 아이들도 있다. 이밖에 식사량과 소변량이

늘고, 체중이 줄고, 특별한 이유없이 피로하고 무기력해진다. 목 뒤나

겨드랑이 피부가 때가 낀 것처럼 거무튀튀하게 변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 어떤 아이가, 언제 잘 걸리나

1형 당뇨병은 취학을 앞둔 5~7세, 사춘기에 갓 접어든 10대 초반에 많이

발병한다. 1세 미만 갓난아기 때 발병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때는

조기진단만 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따라서 갓난아기가

모유·우유·이유식 대신 물만 찾을 때는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발병 원인은 정확지 않다. 당뇨병에 걸리기 쉬운 특정 유전자군을 몸

속에 가진 아이가 콕사키 바이러스·홍역 바이러스 등 생활환경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장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췌장이 파괴돼 생기는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유전의 영향이 클 것으로

추정되지만, 부모가 1형 혹은 2형 당뇨병(성인 당뇨병)을 앓았다고 해서

자녀가 곧바로 1형 당뇨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발병 원인이

정확지 않으므로 예측과 예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어려운 점이다.

당뇨병 백신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활발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이론이 많다.

 

◆ 조기 진단해 평생 혈당 관리해야

1형 당뇨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치료를 시작한 뒤 일시적으로 병세가

호전되기도 하지만, 다시 악화된다. 따라서 부족한 인슐린을 하루 2번씩

약·주사·펌프 등을 통해 몸 속에 공급해야 한다. 규칙적이고 건강한

식습관을 들이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혈당을 잘 관리하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

 

1형 당뇨병에 대처하는 최선책은 조기진단이다. 이 병은 대개 췌장세포가

90% 이상 파괴되고 인슐린 분비량이 정상치의 5~10%로 떨어졌을 때

비로소 증상이 겉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병원에 올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가 대부분이다. 췌장이 조금이라도 덜 손상됐을 때

병을 발견해야 적은 양의 인슐린으로도 쉽고 안정되게 혈당 조절을 할 수

있다. 또 저혈당증으로 인한 혼수상태 등 응급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줄어든다.

 

< 도움말=양세원·서울대병원 교수, 진동규·삼성서울병원 교수 >

(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