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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크리에이터 정관진 저작권 글

스크랩 갑과을 그리고 병의 이야기 23.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12. 30.

수원의 모 병원 임종시설(호스피스) 병동에서


철수는 처남의 병간호를 한다.


철수의 처남은 1년 전에 폐암 3기로 병원에서 이야기하기로 수명이 1년 남짓하였다고 한다.


처남이 나이가 많긴 하지만 아직 미혼으로 혼자 생활하였기 때문에 세세한 내용은 몰랐다.


철수는 건강식품 영업을 오래 하였기에 환자 보호 간호하는 것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다.


처남과는 사이가 각별하였기 때문에 자청해서 간호하였다.


임종시설에서 24시간 간호는 몹시 힘이 든다.


환자 대부분이 낮에는 자고 밤에 통증이 오는지 밤을 지새웠다.


선망하는 환자도 많아서 주의가 필요하다.


철수의 처남도 밤만 되면 힘겹게 복도로 나가서 전부 모여 열중쉬어, 차렷, 경례, 소리치고 들어온다.


다음날 물어보면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웃기는 것은 철수의 처남은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




인수와 영희는 부부다.


영희는 간암 말기이다. 복수까지 차오르고 얼굴도 시커멓고 누가 보아도 안쓰럽다.


갑갑한지 하루 종일 인수가 영희의 휠체어를 밀고 다닌다.


침대에 있는 시간은 대소변 기저귀를 갈 때뿐이다. 잠도 휠체어에서 잠시 조는 것뿐이다.


깨면 인수에게 휠체어를 밀어달라고 한다. 잠깐 휴식할 때도 인수는 영희의 팔다리를 주무른다.


병원에선 인수의 칭찬이 자자하다. 세상에 저런 사람 없다고~


열부상이 있다면 제일 먼저 인수에게 주어야 한다.


근데 이상한 것은 영희는 다른 사람에겐 미소를 지어 보이고 공손한데 유독 인수한테는 쌍욕을 하고 들들 볶는다.


욕도 철수는 그런 욕을 70평 생 들어본 적이 없다.


인수만 보면 얼굴부터 돌변한다고 할까? 영화에서만 볼법한 마귀의 표정이다.




철수와 인수는 동갑이다.


아주 잠깐씩 휴게실에서 마주치는 사이였는데 처음에는 눈인사만 하다가 철수가 영업을 오래 해선지 말을 걸고 동갑이란 것도, 알고 점점 대화가 길어졌다.


언젠가 철수가 인수에게 농담 삼아 물었다. “아니 0형이 살면서 얼마나 못되게 굴었으면 사모님(영희)이 0형만 보면 닦달하시냐고”


한숨 쉬던 인수가 철수에게 말했다. “ 0형 살면서 아내의 속을 많이 섞였습니다”


6대 독자인 인수는 영희와 결혼해서 3번이나 유산을 해서 아이가 없었는데 아이 없이 그냥 재미있게 살자고 했는데 영희의 시부모는 그게 아니었는지 조선 시대나 나올법한 시집살이를 시켰다고 한다.


참을 수 없는 영희는 인수에게 다른 곳에서 애를 낳아 오라고 했다고 한다.


반신반의하던 인수는 정말 바람을 피우고 애를 낳고 아예 그 집에 눌러앉아 딸만 셋을 낳았다고 한다.


그 세월에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영희가 그 큰 재산 운영하면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아 간암 말기까지 온 것 같다는 이야기,
하였다.


그러면서 아예 정을 떼려고 나에게만 말과 행동을 저렇게 한다고 생각한다고 영희를 어려서부터 보았지만, 항상 조신하고 예의가 바르고 배려심 많은 사람이었다고


철수는 생각하였다 세상 부부의 일은 정말 알 수가 없구나.


그로부터 며칠 후 임종실에서 나와서 우는 인수의 모습을 보았다. 정말 눈물을 많이 흘렸다.


철수는 악어의 눈물이 아니길 바랐다.


또 그로부터 며칠 후 철수의 처남도 갔다.


처남의 삼우제를 지내고 철수는 생각했다. 한 달간 임종실(호스피스병동) 지낸 내가 얻은 교훈은 뭐지 수시로 영희의 팔다리를 주무르던 인수가 생각 났다.


철수는 아침저녁으로 그의 아내 팔다리를 주무른다. 안마의자 대신~


4년이 지났고 남은 평생 마사지 해줄 것이다. 서로 좋은 점이 너무 많다.


지내보니 짧은 인생 나머지 인생 더 빠를 것인데 이왕이면 재미있게 살자~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청천고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