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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쉬어가기

스크랩 “내가 못 나서 생긴 문제야”… 자기 비난이 불러오는 우울증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12. 17.



[김병수의 우울증클리닉]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우울증 환자는 부정적으로 자기를 평가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과도하게 자신에게 원인과 책임을 돌린다. 스스로에게 냉혹하고 비난받는 것은 끔찍이 싫어한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고 강박적으로 완벽을 추구한다. 끊임없이 “더 잘해야 해!”라며 자신을 다그친다. 자기 비난(self criticism)이라고 일컫는 우울증 환자의 특징적인 사고 방식이다.

자기 비난은 “나는 안 돼! 나는 바보 같아!”라는 말이 마음속에서 계속 울려퍼지는 것과 같다. 밖으로 내뱉은 말이 아니라도 남에게서 직접 들은 것과 똑같은 감정적 타격을 입는다. 시험에 낙방했는데 이걸 두고 타인이 “당신은 패배자야! 멍청이!”라고 말한다고 상상해보라. 낙담하고, 다시 도전할 힘조차 꺾여버리지 않겠는가. 자기 비난에 빠진 사람들은 이런 말들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기 비난은 자연스러운 생각과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요청하지도 않게 되고, 그것을 얻기 위한 행동도 덜 하게 된다. ‘나의 진심을 말하면 사람들이 나를 흉보고, 미워할 거야!’라는 왜곡된 믿음이 자기 주장을 억제하는 것이다. 억제가 커질수록 기쁨과 성취감은 느낄 수 없게 되고, 우울증은 점점 깊어진다.

성과를 일궈내도 성취감을 못 느끼고 ‘욕 먹지 않아 다행이야’라고 여긴다. 성취를 해도 기쁨을 못 느끼니 긍정적인 기분을 만들어내는 활동은 줄어들고, 처벌을 피하려는 회피행동은 늘어난다. 우울증 환자의 심리를 도식화하면 자기 강화(self-reinforcement)에 비해 자기 처벌(self-punishment)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내가 좀 더 잘난 사람이었으면 달라졌겠지. 지금 내가 아니라 더 나은 사람이었어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것도 자기 비난이나 다름없다. 이런 생각의 이면에는 비록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태도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칭찬을 들어도 귀를 막아버린다. ‘나는 그런 칭찬 받을 자격이 없다’고 믿고 ‘남이 해주는 응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돼. 나태해지고 마음이 흐트러지고 말거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생각이 자기 비난이라는 왜곡된 사고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려면 생각을 관찰하고, 그것이 자기 비난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음 속에서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한가, 나라는 사람은 이것 밖에 안 되나, 회사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사람들에게 욕이나 먹지 않을까’ 하고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생각이 든다면 ‘아, 이건 또 내 스스로를 비난하는 거구나’하며 자신의 왜곡된 믿음을 알아차린다.

알아차림 후에는 자기 비난에 대해 전과는 다르게 반응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물론 쉽지 않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채를 뿜어내는 자기 인격을 가리키며 “이렇게 훌륭히 살아가고 있는 내가, 나는 자랑스러워!”라고 말해주어야 한다. 자기 비난의 목소리가 크게 울릴 때마다 “아니다, 그래도 나는 꽤 열심히, 꽤 잘 해오고 있어!”라고 힘차게 외쳐야 한다.

자기 위로 주문을 연습해보자. 손을 가슴에 얹고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다. 따뜻함이 손에 전해지는 것을 세심하게 느껴보자. 그리고 아래와 같은 긍정 선언문을 읊조린다.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

다시 가슴 위의 느낌에 집중한다. 약간 힘을 주고 따뜻함을 느끼기 위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그리고 다시 긍정 선언문을 반복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에게 친절할 것이다.”
“지금 상황은 일시적일 뿐이야.”
“나는 잘 헤쳐나갈 수 있어.”
“그것이 나를 죽일 수는 없어.”
“나는 쿨해질 거야.”
자기 비난이 떠오르면 아래와 같이 자신에게 속삭여주자.

“고마워.”
“미안해.”
“용서해줘.”
“사랑해.”

살면서 고난이 닥치더라도 “이건 다 내가 못나서 생긴 문제야!”라고 단정하지 말자. 잠시 멈춰서, 더 넓고 높은 관점에서 자신을 둘러싼 상황 전체를 바라보자. 인생의 모든 문제에는 언제나 수많은 원인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게 마련이다. 내 탓, 내 잘못만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단 하나의 원인, 단 하나의 잘못만 있는 경우는 없다.

실수와 실패, 잘못과 좌절을 겪고 자기를 비난하며 스스로를 더 괴롭히고 있다면 긴 시간의 흐름으로 삶을 바라보자. 과거의 실수, 현재의 좌절은 인생 전체로 보면 작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이어질 삶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잘못을 만회하며 더 잘 살아가려고 노력해야지, 자기를 비난하며 주저앉아 버려선 안 된다. 지금 이순간 자기 비난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면 인생의 이런 자연스러운 속성들을 떠올려보면 좋겠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12/12/2024121202214.html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