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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마이온리독 My Only Dog

스크랩 “개 짖는 소리 시끄러워” “대소변 아무데나 누면 안 돼” 반려 문화 갈등 어떻게 없앨까 [멍멍냥냥]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8. 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려 가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는 약 600만으로 10년간 65% 증가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과 기르지 않는 사람 간 갈등도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짖거나 우는 소리, 길가에 누는 소변, 타인의 반려동물과의 원치 않는 접촉 등이 주요 문제다. 사회 문제가 발생하면 산업계부터 움직이기 마련이다. 비반려인과 반려인의 갈등을 줄이려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는 회사들이 있다.

◇열린 창으로 새나가는 ‘개 짖음’, 설비 더해 해결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문이 비반려인과 반려인 간 충돌 계기가 되곤 한다. 창문을 열면 외부 소음이 집안에서 훨씬 잘 들린다. 실내에 있던 반려견이 이에 반응해 짖기 쉽다. 창문이 열려 있으니 짖는 소리가 이웃집에서도 훨씬 더 크게 들린다. 실제로 날이 따뜻해져 창문을 열어두는 집이 많아지면 구청 등 지자체에 반려동물 관련 민원이 늘어난다. 개 짖는 소리나 고양이 우는 소리가 심하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반려동물 친화적인 실내공간을 컨설팅하는 반려견주택연구소는 이 문제를 ‘설비’로 해결했다. 직접 공간을 구성한 주택마다 환기 장치를 설치한 것이다. 창문을 열지 않고도 실내 공기를 환기할 수 있다. 천장에 붙어있는 기기를 난방기 조작하듯 벽에 붙은 버튼으로 조작하면 된다. 반려견주택연구소 박준영 대표는 “창문을 열지 않아도 되면 반려견이 바깥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해 짖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짖더라도 창문을 열고 있을 때보다 소리가 외부로 작게 새어나가므로 비반려인 이웃과의 충돌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청의 반려견 친화형 청년 주택인 견우일가에는 이 환기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7살 포메라니안을 기르는 견우일가 501호 거주자는 “반려견이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 말소리나 오토바이 소리에 반응해 종종 짖는다”며 “홀로 남은 반려견이 바깥 소음에 노출될까 봐 외출할 땐 창문을 닫아두는데, 이럴 때 환기 장치를 켜 두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려견이 짖으면 비반려인 이웃으로선 화가 날 수 있으니 반려인이 선제 조치를 취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도시에서 다 같이 살아가고 있으니 비반려인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하는 반려인도 많음을 알아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려견주택연구소에서 반려견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하는 환기장치/사진=반려견주택연구소 제공

◇소변 문제 해결해줄 ‘동물용 공중화장실’
반려견이 야외 곳곳에 소변을 누는 문제로 비반려인과 반려인이 부딪힐 때도 잦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주상복합 관리자 15만여 명이 가입한 네이버 카페 ‘전아모’에는 A4용지에 인쇄해서 붙일 수 있는 ‘반려견 소변 금지 안내문’ 파일이 공유되고 있다. 아무 데나 눈 소변은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충남대 생물환경화학과 오택근 교수는 “개의 대소변을 통해 토양 내로 질소가 과도하게 공급되면 난초 같은 식물은 생태계에서 멸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지대 스마트팜생명과학과 이명규 교수는 “하루 한 마리 정도면 몰라도, 여러 마리가 반복해서 누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개 소변 때문에 땅의 질소 농도가 짙어지고, 냄새가 해충을 유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려 반려동물용 공중화장실 ‘펫토렛’이 개발됐다. 정화 장치를 겸하고 있어, 반려견 소변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고 악취를 완화한다. 반려동물용 공중화장실은 작은 기둥처럼 생겼다. 안에 자갈·모래·숯이 차례로 깔렸고, 한가운데에 원통형의 화산석 정화봉이 있다. 화산석 같은 다공성 소재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오염수 속 질소를 흡착해 처리한다. 반려견이 전봇대에 소변을 누듯 정화 장치에 소변을 누면, 소변이 정화물질에 한 번 걸러진 후 땅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실질적 효과를 보기엔 그 수가 부족하다. 반려견이 공중화장실에 소변을 누도록 보호자가 유도하려면, 공중화장실이 공간 내에 일정 간격으로 설치돼있어야 한다. 현재 펫토렛은 2024년 6월 기준으로 서울 한강공원, 서울 성동구 송정공원, 서울 서초동 휴먼빌아파트를 비롯한 23곳에 총 110개 설치돼있다. 적극적 도입을 가로막는 것은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견해차다. 펫토렛을 제작하는 금순산업 노영범 대표는 “민간 아파트 오피니언 리더들과 얘기하면 ‘설치하는 건 좋지만 우리 집 앞은 안 된다’ ‘설치해도 되지만 설치비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돈을 모아서 부담해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온다”며 “설득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왼)서울 서초동 휴먼빌아파트​에 설치된 반려동물 공중화장실 (오)산책 도중 반려동물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반려견/사진=펫토렛 제공

◇반려견 동반 근무지에서 규칙으로 갈등 방지
직원 복지 일환으로 반려동물 동반 출근을 허용한 회사에서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충돌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1월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에 반려견을 데리고 출근하는 대표와 직원의 갈등이 방영된 바 있다. 직원들은 “일할 때 집중이 안 되고, 사소한 움직임에도 (반려견이) 으르렁거려 힘들다”고 말했다. 동물과 친숙하지 않은 직원이 있는 것은 펫푸드 회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반려동물과의 공존’ 문화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는 대외적 이미지를 고려하면, 반려동물 산업계의 사무실에서 동물을 몰아내기도 어렵다. 구성원이 동물과 친숙해질수록 좋은 제품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펫푸드 업체 로얄캐닌코리아는 반려동물 동반을 장려하면서도 비반려인과 반려인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반려동물 동반 사무실 가이드’를 만들었다. 가이드에 따르면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공격한 전례가 없고, 사회화 훈련이 된 반려견만 사무실에 데려올 수 있다. 반려견이 타인에게 돌발 행동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펫룸 이외의 사무실 공간에서는 반드시 리드줄을 착용해야 한다. 또 로얄캐닌은 자율좌석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신이 앉을 자리 주변의 동료가 동물을 꺼리지 않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동반한 날에는 좌석에 ‘반려견이 있습니다’ 팻말을 붙이게 돼 있다.

반려견 코코(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기르는 로얄캐닌코리아 공급관리부 김보름 사원은 “개를 무서워하거나 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착석한다”며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불편을 주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로얄캐닌코리아 대외협력부 양희정 매니저는 “비반려인이고, 개를 무서워하는 편이라 입사할 때 반려동물 친화 사무실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며 “그러나 반려동물을 동반한 직원들이 가이드보다 더 엄격하게 반려동물을 관리하는 모습에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왼)로얄캐닌코리아의 반려인, 비반려인 직원들/(오)반려동물 동반 출근 모습/사진=로얄캐닌코리아 제공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7/30/202407300192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