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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크리에이터 정관진 저작권 글

스크랩 갑과을 그리고 병이야기 12.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4. 7. 8.

철수는 0000에 갔다. 만기 된 적금 800만 원 이자 타 먹으러 이자는 작년에 4.5%로서 36만 원이었다.


올해는 3.5 %니까? 26만 원에 다시 재계약해야 한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창구는 한산하다. 대기표를 뽑으니 바로 다음이었다.


창구는 3개인데 창구 2개에서만 손님이 있었고 창구 하나는 직원이 다른 업무를 보는지 손님을 받지 않았다.


기다리기로 하였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니까 슬슬 지루하였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싶어 창구를 유심히 보았다.


창구 하나에선 신규 개설 손님을 앞에 두고 연신 전화 받기 일쑤였고 또 한 창구에선 모피 입은 손님 앞에 남자 직원이 투자를 유치하려는지 아니면 이미 투자 한 사람에게 호감을 사려고 하려는지 연신 썰을푸는데, 듣기가 가관이다.


“60살이 안 돼 보인다! 는 등” “젊어서는 한 인물 하셨겠다는 둥” 여자는 기분이 좋은지 장단을 맞춘다.


아예 이젠 기다리는 사람은 아예 안중에도 없고 취미가 뭐냐고? 묻고, 희희낙락이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그 옛날 다방에서 제비가 여자, 꼬실 때 들렸던 성희롱 대화다.


여자는 이 날씨에 모피 입고 즐거운가 보다! 철수가 보기엔 싸구려 모피나 개털 같았다. 러시아 재래시장에서 많이 보던 거다.


근 30분이 돼서야? 철수 차례가 왔다.


여자가 선물을 주섬주섬 챙기고 일어서서 가는데 어디서 본 여자다. 마스크를 썼지만, 눈매가 낯익다.




창구 남자에게 나도 선물 주냐고 물어보았더니 내일이 총회인데 임원을 뽑은 다음에 준다고 한다.


사실 선물이라고 해보았자 매년 보면 세제나 식용유 10,000원도 안 넘는 가격에서 선물이랍시고 준다.


주고도 욕먹기 좋을 만한 것을~ 기다린 지 오래되셨으니까 하나 슬며시 준다고 하면, 어디가 덫 나나?


그 여자는 왜? 선물 주었냐고 반문하니 억대를 예금해서 그랬다고 한다. 순간 성질이 났다. 예금을 해약해 달라고 하였다.


나도 다음 달에 아내 명의 2,000만 원 다 다음 달에 내 명의로 3,000만 원 있는데 무조건 해약한다고 큰소리치고 5만 원권으로 바꾼 836만 원을 봉투에 담아 손으로 들고 근처 시장으로 갔다.


오늘 길에 무 2개만 사서 오라는 말이 생각났다. 돈 봉투를 손에 들고 다니기가 그랬지만 대낮에 어쩔 거야 싶어 채소가게로 갔다.


누가 먼저 와서 열무와 콩나물을 흥정하는데 그 여자다. 가까이서 보니 모피도 개털이 확실하다.


마스크를 벗었는데 옆 동 사는 여자이다. 얼마 전에 남편과 사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세히는 모른다.


아파트 노인정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다. 남편 사망 보험금 받았다고~




남편 사망 보험금을 받았는데 이거저거 제 하니 1억 정도 남았다. 0000을 찾아갔다.




누가 그러는데 부자처럼 차리고 가야 대우받는다고 해서 철 지났지만, 인조 모피를 입고 갔다.


손님은 없고 한산하다. 번호표 뽑을 필요도 없이 남자 직원 앞에 앉았다. 예금하러 왔다고 했더니 얼마 하냐고 물었다.


억 단위라고 하였더니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이것저것 캐 물었다.






원래 이렇게 질문하나? 싶었다. 취미 생활 별걸 다 물었다. 이쁘다고 하는데 싫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젊어 보인다고 하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사실 성형코가 겨울에 파래질까 두려워서 어디 다니지도 못하였는데 마스크 깊이 쓰고 눈만 나왔으니 젊어 보이겠지?


긴 수다 떨고 1억 예금하고 시장엘 갔다. 시장에서 이것저것 먹어보느라 마스크가 벗겨지는지도 몰랐다.




마스크가 땅에 떨어졌다. 땀도 많이 났다. 말을 많이 해서 그런가 하고 단골집에 갔다.




1억 예금하고 왔다고 했더니 5,000만 원까지 보증이라고 한다. 5,000은 찾아서 다른 곳에, 예금하란다. 괜히 불안하다.




채솟값이 올랐다. 1000원 만 깎아 달라고 하였더니 1억 예금 한 사람이 왜 그러냐고 무안을 준다.


흥정하는 사이에 아파트 단지에서 몇 번 본 손님이 서 있었다. 모른 척하였다.






요즘 회사에서 갈군다.


20년 근무 한 나에게도 예금 실적 저조하다고 경기가 저조해서 그런 걸 어떻게 하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오후에 어떤 여자가 예금하러 왔는데 영상의 날씨인데 모피를 입고 왔다.


손님을 많이 상대해 본 나로선 이런 여자 상대법을 잘 안다. 무조건 추켜세우면 된다.


미망인이고 몇억은 예치 할 것 같았다. 오늘은 이 손님만 한 건 하면 되겠다고 싶어서 온갖 감언이설로 칭찬하였다.


고객이 또 한 분 들어와서 기다리는데 옆 창구 풋내기는 신규 손님 얼른 해결하고 기다리는 손님 받지 연신 문의 전화만 받는다.


전화 내용은 주로 내일 총회 못 가는데 선물 주냐? 이다.


별로 볼일 없는 선물인데~ 옆에 앉은 사람이 대신 받으면 될 텐데 아무튼 융통성이라곤 전혀들 없다.




거품을 물고 떠들었는데 겨우 1억 예치 받았다.


몇억 받을 줄 알았는데 옆 창구는 신규 회원이 질문 해 대느라 끝이 나질 않아서 다음 손님을 받았다.




통장을 보니 800만 원 이자 타 먹는 손님이다. 몇억 이야기하다 800만 원 손님 보니 허탈하다. 근데 선물 이야기 꺼낸다.


그놈의 선물 신물이 난다. 그냥 하나 주어도 되는데 내일 총회 끝이 나고 며칠 후에 다시 오면 준다고 했다.


손님이 방방 뜬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고 그 손님은 억대 예치 손님이라고 면박을 주었다.


예금 해약한다고 더 방방 뜬다. 그러라고 하였다. 그런데 모니터를 보니 다음 달, 그다음 달 찾을 돈이 5,000만 원이 더 있다.


얼른 달래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손님은 혈압이 오르는지 세상 살면서 제일 불쾌한 날이라고 하면서


하긴 1억 대 800을 비교했으니, 말이 헛나왔다. 그냥 선물 하나 줄 걸 그랬나?






1시간 후에 전화가 왔다. 나를 찾는다. 받아보니 아까 그 모피 여자다.


누구한테 들으니 5,000만 원만 보증한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그렇다고 했더니 해약하러 온다고 한다.




사실 통장에 적혀 있다고 했더니 그럼 5,000만은 찾아간다고 한다. 오늘은 안 되고 2~3일 후에 된다고 했다. 아 정말 짜증 난다.




오늘 저녁도 복권 한 장 사고 술이나 퍼마셔야겠다.






------------여기까지는 갑과을 그리고 병이야기 2. 이다.-------------


경험한 이야기 살을 부처서 재미있게 나름대로 쓴 것이다. ------------


철수는 진짜 2달 후 예금 3,000만원을 해약하러 갔다.


이미 철수의 아내는 지난달에 2,000만원 해약하고 수협에 예치시켰다.


이번에도 한산하다.


창구직원이 묻는다. 다른 곳에, 예치시키려고 해지하는 것이냐고 그렇다고 하였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이자가 몇 퍼센트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대충 알지만 말하기 귀찮았다.


자기네하고 이제 거래 완전히 끊을 것이냐고 묻는다.


그렇다!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려야 하냐고 하면서 억대 예치자와 차별이 심해서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였다.


그 옆 창구에는 그때 그 남자 직원이 고개를 푹 숙이고 업무를 하는 척하면서 힐긋 눈치를 본다. 3달 전 일이 기억 난듯한 표정이다. 안절부절못한다.


참 한심하다! 그때는 죄송하게 됐다고 사과하고 노여우면 푸시고 그냥 예치하라고 하면 그렇게 했을 텐데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데 머리카락이 듬성듬성하다.


우리들은 사과에 인색하다.
수표와 이자를 받고 다시 올 일 없죠? 하곤 나왔다.
작은 한 숨소리가 들린다. 아니 느꼈다.
 

출처: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1군단 원문보기 글쓴이: 청천고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