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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스크랩 [아미랑] 두려움이 암 환자를 죽이지 않도록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23. 12. 15.

<당신께 보내는 편지>
 
아침에 본 희망 45x90cm Acrylic on canvas 2023./사진=이병욱 박사
암이라는 것을 환자에게 언제, 어떻게 알려야 할까요? 암이라는 것을 알려야 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환자마다 다릅니다. 어떻게 알리는 게 좋을지 우선 가족끼리 상의를 한 다음 의사와 다시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의 성격이나 암의 진행 속도, 치료 방식 등에 대해서 서로 충분히 대화를 해서 언제쯤, 어떻게 알리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는 게 좋습니다.

언제, 어떻게 알려야 한다고 딱히 꼬집어서 말할 수 없습니다. 환자의 성격이나 환자가 처해 있는 상황에 맞게 알리는 것이 좋다는 정도만 말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성격이 유약하거나 겁이 많거나 의지가 박약한 경우라면 당장 알리는 것보단 시간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업이 위기에 있다든지 당장 벌려 놓은 일이 많다면 환자의 상황도 충분히 고려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당장 그 사업이 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암이라는 말을 하면 사업도 망하고 그로 인해 암 투병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경우도 알리지 않는 쪽이 오히려 나을 수 있습니다. 연세가 많으면 죽음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해왔을 겁니다. 그 경우 편안하게 걱정 없이 죽음을 맞게 하는 것도 좋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즉시 알리는 게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가 강단이 있고 의지가 있다면 빨리 알리는 게 좋습니다. 환자에게 여태까지의 인생을 정리할 기회를 주는 게 좋다는 판단이 들 때도 하루라도 빨리 알리는 게 낫습니다. 환자가 인생을 낭비하며 살거나 잘못 살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암이라는 사실을 듣고 포기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다시 살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 환자 중에는 불행한 선택을 한 환자가 있습니다. 그 환자의 아들이 저를 처음 찾아왔습니다. 어머니가 암이신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환자의 성격으로 미루어보건대 암이라는 것을 알면 무척이나 힘들어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우선 암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고 투병을 하게 했습니다. 두 달 만에 환자는 아주 좋아졌습니다. 아들은 어머니의 경과가 좋아지자 자신을 얻어서 어머니에게 사실은 암이었다고 말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 다음날 암 투병하던 동창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부터 증세가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 뒤 환자의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해 세상을 떠나셨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암임을 알리지 않았으면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 후회를 했고, 투병에 대해 자세히 말해준 친구도 씻을 수 없는 슬픔을 안게 됐습니다.

사실 암이라는 것은 본인에게 꼭 알려야 한다는 것 자체도 신중히 고려돼야 합니다. 암이라는 것을 언제 알릴지 시기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알리는 게 좋은지도 충분히 고려돼야 합니다. 앞서 말한 그 아들처럼 알리는 것은 분명히 환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중국계 의사인 황여우펑 박사는 지난 30년 동안 매년 200구가 넘는 병사자의 시신을 해부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암을 가지고 있었지만 암이 아닌 당뇨병이나 다른 질병으로 숨졌다는 것입니다.

암의 전이 속도는 연령, 건강 상태, 심리적인 요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누구든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극도의 공포에 빠지고, 이것은 면역체계에 이상을 불러와 암을 키우게 됩니다. 불안이나 공황상태는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쳐 면역력을 떨어뜨립니다.

암에 걸린 사실을 알았을 때 대부분의 환자들은 암을 부정하고 분노를 느끼면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집니다. 이런 정신적 충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암 완치율과 재발률은 전혀 달라집니다. 가족이 암 환자를 적극 지원할 때 암 재발률은 낮고 생존율은 높아집니다.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몇몇 병원에서는 암 치료 과정에 신경정신과 치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나쁜 것까지 세세하게 다 환자에게 이야기해줍니다. 일종의 방어일 수도 있습니다. 환자에게 사무적으로 암을 알리기 전에 보호자와 충분한 상의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암 선고라는 말 자체가 암 환자를 배려하지 못한 말일 수 있습니다. 통고나 선고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환자가 충분히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합니다.

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가족을 위해 기도합니다. 여러분을 축복하고, 사랑합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12/13/2023121302121.html
 

출처: 고부내 차가버섯 원문보기 글쓴이: 니르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