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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 명의'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심병용 교수
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항암치료'다. 항암치료는 매우 괴롭고 힘겹다는 인식 때문에 시도하기도 전에 두려움부터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작용을 줄인 항암치료제도 나오고 있어 무작정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의학기술의 빠른 발전과 함께 암치료 수준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항암치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걱정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선도적으로 임상시험을 적용해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심병용 교수에게 항암치료에 관해 물어봤다.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심병용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항암치료도 종류가 다양하다. 어떤 것들이 있나?
항암치료는 목적에 따라, 항암제 종류에 따라 나눠볼 수 있다. 목적에 따라서는 수술하기 적합한 상태로 암 크기를 줄이기 위한 '수술 전 항암치료', 수술 후 재발을 막기 위한 '보조항암치료', 수술이 불가능한 4기 환자들에게 시행하는 '완화 목적 항암치료', 방사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항암 방사선 치료' 등이 있다. 항암제 종류에 따라서는 ▲세포독성항암치료 ▲표적항암치료 ▲면역항암치료 등으로 나뉜다. 항암치료는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효과는 높이며 부작용을 줄인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Q. 세포독성, 표적, 면역 항암치료제는 각각 어떻게 다른가?
우선 세포독성항암제는 세포에 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암세포에도 독성을 일으켜 항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일반 세포에도 독성을 일으키므로 환자가 힘들고, 부작용도 심한 편이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서 특정 유전자의 변형이 있을 때, 이를 표적으로 삼는 치료제다. 주로 폐암, 폐암 중에서도 선암이 '운전자 유전자'라고 불리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와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쉽게도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인식하지 못하는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인식할 수 있도록 강화하는 약제다.
오해하면 안 될 것은 무조건 좋은 '만능 항암제'는 없다는 것이다. 현대의학이 개별 맞춤의 시대이듯, 항암치료 또한 나에게 적합한 치료법이 따로 있다. 환자가 어떤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지 결정하는 것이 의사의 몫이다. 적절한 표적항암제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표적 치료제가 없다면 그다음으로 면역항암제나 세포독성항암제를 고려하게 된다.
Q. 항암치료의 최신 추세는 어떠한가?
지금은 면역항암제의 시대다. 다만, 면역항암제만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면역항암제를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쓰던 다른 항암제를 추가해 여러 항암제를 혼합적으로 사용하는 등 방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선 아직 보험 여건 문제로 인해 병용하는 사례가 드물다. 미국에서는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같이 쓰는 게 1차 치료로 쓰이고 있다. 새로운 항암제는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므로 항암치료 양상 또한 계속 바뀌어 나갈 것이다.
심 교수가 표적항암치료를 받은 후 암이 완전히 사라진 환자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많은 항암제 중 나에게 맞는 것을 어떻게 선택하나?
표적항암제가 적절한 완자는 표적항암제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표적항암제는 매우 높은 반응률을 보이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반응률이란 암세포가 50% 이상 작아지는 비율을 의미한다. 특히 표적항암제 중 EGFR은 70~80%의 반응률을 보인다. 표적항암제 사용이 어렵다면 보다 광범위한 환자에게 쓸 수 있는 면역항암제가 시도된다. 그러나 아직 국내서 면역항암제 보험 급여 적용이 되는 암은 ▲악성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방광암 등 세 종류 뿐이다. 이들 암은 단독 임상 시험에서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밝혀져 빠르게 허가를 받았다. 급여권이 아니어서 쓰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앞으로 점점 급여 적용 대상 암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면역항암제는 표적항암제와 달리 반응률이 높지는 않다. 이는 갑자기 암의 크기가 '확'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면역항암제는 '장기 생존'을 더욱 강조하고 싶다. 예컨대 폐암에서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은 30% 이하이지만, 한 번 듣기 시작하면 장기간 듣는다. 면역항암제에 효과가 있음을 검사하는 'PDL1 발현율'이 높게 나타난 환자들은 5년 생존율이 5%에 달한다. 이는 완치 가능성이 5%인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것으로, 매우 희망적인 결과다. 세포독성항암제 반응률은 암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보통 반응률은 30~50%를 목표로, 약효가 유지되는 기간은 6개월~1년을 목표로 해서 약을 개발한다. 부작용과 신체적 부담이 상당히 심해서 장기간 투여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Q. 항암치료에 '유전자 분석'도 중요하다고 들었다. 왜 그런가?
앞서 언급했듯, 가능하다면 표적항암제를 쓰는 게 첫 번째 고려사항이다. 표적항암제가 듣는 유전자를 가졌는지 알아보는 게 치료의 '첫발'인 것. 표적항암제가 가장 널리 쓰이는 폐암을 예로 들면, 선암처럼 표적이 많은 앞에서는 EGFR, ALK, ROS1, BRAF 등 4가지 유전자는 처음부터 먼저 검사해본다. 이외에도 표적항암제를 쓸 수 있는 표적 유전자가 있는지 '차세대 유전자 기법'을 바탕으로 검사한다. 유전자 검사가 반드시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작은 가능성이라도 환자에겐 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Q. 유전자 검사에 쓰이는 '액상생검'은 무엇인가?
액상생검은 혈액 내에 떠다니는 암세포의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법을 말한다. 기존에는 조직검사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해왔는데, 향후에는 암세포의 형질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환자의 암세포에는 특정 표적치료제가 잘 듣거나, 듣지 않는 여러 형질이 섞여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다양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시시각각 환자에게 맞는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쓰일 수 있는 것. 항암제에 내성이 생길 수 있는 시기를 예측하거나, 왜 내성이 생겼는지 분석해볼 수도 있다. 수술로 암을 제거한 환자의 혈액 속 암유전자를 분석해 재발 가능성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심병용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항암치료는 부작용이 심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부작용이 있나?
세포독성항암제는 부작용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부작용으로 ▲탈모 ▲구토 ▲신경독성 ▲간독성 ▲폐독성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게 구토와 식욕부진이다. 최근엔 항암제가 구역감을 유발하는 기전이 밝혀지면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약을 함께 사용해 구역감도 줄일 수 있게 됐다. 탈모는 막기 어렵지만, 최근 나온 약제들은 비교적 탈모 유발 가능성이 적다. 표적항암제는 종류마다 부작용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경미한 부작용만 나타난다. 면역항암제 또한 발진, 가려움증 등 부작용은 30% 정도에서 발생하지만, 목숨을 위협할만한 부작용은 비교적 적다.
간혹 드물게 면역항암제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는 환자들이 있긴 하다.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죽이게 하는 인식을 강화하는 약제인데, 강화된 면역세포가 내 몸의 세포까지 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자가면역질환' 형태로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간염, 폐렴이 발생해 사망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면역항암제를 오랫동안 다뤄본 의사가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Q.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줄일 방법은 없나?
항암치료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의료진들이 노력하고 있다. 부작용의 종류에 따라 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약제를 투여하는 등 방법으로 치료하게 된다. 구역감이 느껴질 땐 항구토제, 발진이 있을 땐 항생제를 쓰는 등 방법이다. 면역항암제의 경우에도 부작용에 최대한 빨리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에 항암 교육과정을 거친다. 환자가 쓰는 항암제에서 어떤 핵심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지 미리 알려주는 식이다. 세포독성항암제를 쓰고 있다면 발열이나 설사 증상이 있을 때, 면역항암제를 쓰고 있다면 숨이 차거나 황달이 있을 때 즉시 병원에 와서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교육한다.
Q. 항암치료 중 영양제를 먹어도 괜찮은가?
영양제에 관해서는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타민C·E를 과량 복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항산화 성분이 방사선치료나 항암치료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량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홍삼은 괜찮냐고 물어보는 환자분들이 많은데, 홍삼이 환자의 피로도를 줄여줄 수는 있지만 백혈구 수치를 떨어트려 항암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 영양제는 웬만하면 항암치료가 끝난 후에 드시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심병용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임상시험 참여를 고민하는 환자들이 많다. 안전성 우려는 없나?
기존 급여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는 치료에 한계가 있다. 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 항암제는 너무 고가여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은 사용하기 어렵다. 암 치료의 발전을 급여 기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임상치료라고 해서 실험적인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적용되지 않았을 뿐, 해외에선 이미 적용되고 있는 표준치료를 기반으로 시도한다. 한국의 급여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임상시험 환자는 일반 급여 치료 환자보다 좋은 예후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치료 비용도 없다. 80~90% 이상 환자에게 이익이라고 본다. 환자가 손해를 보는 시험은 연구 심사 규정에 따라 허가되지 않는다. 실험적인 임상시험도 기존의 약제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의 치료 이익이 줄어드는 경우는 드물다.
Q.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센터만의 특장점이 있나?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센터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준의 임상시험을 수주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많은 벤처회사들이 출시한 신약을 빠르게 들여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만큼 치료가 어려운, 치료 약제가 없는 환자들이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여러 측면에서 환자들이 최상의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모든 의료진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암정보교육센터를 마련해 항암치료 환자들을 위한 교육, 심리안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Q. 암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환자분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은 '미리 예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암을 진단받은 후, 특히 말기암 진단 후에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절망에 빠지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치료 후 어떤 결과가 찾아올지는 의료진도, 환자도, 아무도 모른다. 치료 효과를 확률로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그 환자가 어디에 속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말기암 환자도 장기간 생존하거나 완치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기적은 노력해야 나타난다. 먼저 포기하면 기적이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다. 희망을 갖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노력하시면 좋은 결과가 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심병용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심병용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한 후, 동대학에서 내과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암 전문병원인 하버드대 다나파버 암센터(Dana-Faber Cancer Institute)에서 연수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 의과대학 학과장과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센터장을 맡고 있다. 환자에게 더 나은, 가장 앞서가는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의사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4/30/20210430017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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