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시 스킨
가벼운 상처엔 습윤밴드, 감염 상처엔 항생제 연고를
외상 등 피부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피부 연고제. 하지만 피부 연고제를 잘못 바르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혈관확장증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증상에 맞는 피부 연고제 사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1 피부질환
일상생활에서 불쾌함을 유발하는 증상 중 하나가 가려움증이다. 무작정 긁기만 하면 피부 상처가 생길 수 있으므로 연고를 찾게 되는데, 같은 가려움증이 있어도 증상에 따라 약을 달리 발라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특별한 문제 없이 가렵기만 할 때
피부색이 붉게 변하거나 발진 등이 생긴 것은 아닌데, 멀쩡한 피부가 간지러울 수 있다. 이것은 습도 부족 등으로 인한 단순 가려움증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70세 이상이면 피부가 노화되고 진피층이 얇아지는 탓에 단순 가려움증이 잘 생긴다. 70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가려움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 가려움증에는 보습제가 탁월한 효과를 낸다. 보습제는 세라마이드나 칼라민 같은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이 좋다. 세라마이드 성분은 몸속 지질층과 비슷한 구조로 이뤄져 있어 피부 장벽 기능을 강화해 피부보습막을 형성한다. 칼라민 성분은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다만,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 수 있으니 보습제를 수시로 발라야 한다.
보습제는 수시로 바르고, 샤워·목욕·외출 후에는 반드시 발라야 한다. 보습제 바를 때는 한 번에 듬뿍 바르는 것보다 적은 양을 여러 번 두드려서 충분히 흡수시키는 게 좋다.
피부 건조를 막기 위해 몸속 수분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다. 실내온도는 18~22℃, 실내습도는 60%로 맞추는 것이 적당하며, 가습기나 젖은 빨래를 널어서 실내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좋다. 쾌적한 실내환경을 위해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 실내가 너무 건조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피부는 더욱 건조해지므로 평소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수분보유력을 높이도록 한다. 물은 하루에 7~8잔 정도 마시는 게 적당하다.
그럼에도 가려움증이 심하다면 부작용이 적은 항히스타민제를 발라보자. 히스타민은 피부 속 세포에 있다가 각종 자극에 의해 분비되며, 가려움을 유발한다.
가려운 부위가 붉어지며 가벼운 염증이 생겼을 때
가려운 부위가 붉어지거나 하얀 각질이 일어나는 것은 대부분 피부염의 초기 증상이다. 이 경우 스테로이드 계열의 연고를 바르면 효과가 있다. 다만, 피부가 얇아지거나 혈관이 확장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여드름 같은 농포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부작용 나타날 수 있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2주만 써도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1년 이상 발라도 괜찮은 사람이 있다. 또 피부염 중에서도 진균성이나 세균성 질환에 의한 것은 스테로이드제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피부과에서 염증 상태 등에 맞는 연고·강도·사용기간 등을 처방받아야 한다.
아토피피부염·건선 같은 만성피부질환이 있을 때
아토피피부염·건선 등 만성피부질환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긴다.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민감해 정상 세포·조직, 정상 물질, 정상균 등에 반응하며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나타난다.
이런 만성피부질환이 있을 때는 면역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돕는 면역조절제나 비타민D 함유 연고 등을 발라야 한다. 두 성분의 약은 피부위축, 혈관확장 같은 부작용이 없는 반면, 효과가 늦게 나타나고 미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연고를 발라도 만성피부질환이 완치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려움증을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 그래서 스테로이드 연고를 함께 발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경우도 전문가의 처방이 필요하다.
2 상처·흉터 치료
계단·흙에서 넘어져 상처가 생기거나 흉터가 남으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마데카솔·후시딘 같은 연고부터 찾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상처 유형에 따라 다른 연고를 발라야 하며, 흉터치료제도 따로 나와 있다.
유해균에 감염된 상처엔 항생제 연고가 효과
종이에 베이거나 가볍게 쓸린 상처가 아니라, 흙 등에서 넘어지거나 화상을 입어 유해균에 감염된 상처에는 항생제가 들어 있는 연고를 발라야 한다. 대표적인 게 후시딘이다. 후시딘의 항생제 성분은 후시딘산으로, 균을 죽이는 항균 작용을 한다. 이외에 베아로반도 무피로신이라는 항균 성분이 있는 항생제 연고다.
마데카솔케어·복합마데카솔·바스포 등도 항생제가 들어 있는 연고이지만, 후시딘 등보다는 적게 들어 있다. 다만, 편의점용(의약외품) 마데카솔연고에는 항생제가 없다. 이 약은 항균작용이 아니라 흉터가 안 생기도록 막는 효과를 낸다.
항생제 연고를 5일 이상 사용해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면 의사나 약사를 찾아야 한다.
항생제 연고도 오남용하면 결핵약처럼 내성균 생겨요
상처가 나면 크든 작든 후시딘 같은 항생제 연고를 일단 바르고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벼워 보이는 연고도 오남용하면 약효가 더 이상 안 듣는 항생제 내성(耐性)균을 유발한다. 항생제 내성균은 항생제 연고에 견디는 유해균으로, 이 균에는 약을 발라도 효과가 안 나서 치료가 어렵다. 실제로, 최근 고대구로병원 피부과 교수팀이 항생제 연고의 성분별로 피부염증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의 내성률을 살폈다. 그 결과, 황색포도상구균의 후시딘에 대한 내성률은 44%에 달했다. 이 연구는 지난 4월 국제피부과학회지에 실렸다.
따라서 단순 상처에는 바르지 말고, 감염·오염된 상처에만 항생제 연고를 발라야 한다. 상처만 났고, 유해균 감염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방 목적으로 항생제 연고를 바를 필요는 없다.
가벼운 상처엔 습윤밴드·보습제 적당
종이에 베이거나 가볍게 쓸린 상처는 굳이 연고 등을 바르지 않아도 된다. 바른다면 상처치료제 정도가 적당하다. 과거에는 이런 상처에도 유해균 감염 위험이 비교적 높았지만, 현대에는 위생환경이 좋아져서 상처가 나도 과거보다 유해균에 덜 감염되며, 세균 감염이 일어나더라도 자가치유가 비교적 잘 되기 때문이다.
연고를 바르는 대신, 상처 부위를 소독한 뒤 바셀린 등을 발라서 촉촉하게 해주기만 해도 금방 낫는다. 습윤밴드를 붙이는 것도 좋다. 습윤밴드를 붙이면 상처에서 흐르는 진물이 마르지 않고 상처 부위에 그대로 남는다. 진물에는 피부 재생에 필요한 백혈구·마크로파지·리소솜 효소 등과 성장인자가 많이 들어 있다. 마크로파지는 죽은 세포·세균 등과 같은 이물질을 제거하고, 백혈구·리소솜 효소·성장인자는 상처 치유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영국 연구에 따르면 습윤 드레싱재로 상처 부위를 밀폐해 습윤 상태를 유지하자 외부 세균 침입·오염이 방지되면서 기존 건조 환경 치료에 비해 치유 기간이 절반 가량 짧아졌다.
흉터엔 상처 연고 무용지물… 흉터치료제 따로 있다
피부에 상처가 생겼거나 트러블이 난 뒤 흉터가 나면 이를 완화하기 위해 집에 있던 연고를 바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상처와 흉터는 전혀 다른 피부 상태이기 때문에, 상처 치료 연고가 아닌 흉터치료제를 골라 써야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상처는 화상이나 외상, 절개 등으로 환부가 생성돼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반면, 흉터는 손상된 피부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 치유되면서 남는 흔적을 의미한다.
흉터개선제는 상처를 아물게 만드는 상처 연고와 달리, 수분 손실을 줄이거나 세포 재생을 촉진해 상처가 아문 뒤에 붉거나 솟아오른 흉터를 하얗고 평평하게 개선시키는 효과를 낸다. 기능이 다른 만큼 상처 치료 목적으로 흉터개선제를 사용하거나 흉터 개선 목적으로 상처치료제를 사용한다면 효과를 보기 어려우니 주의해야 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흉터개선제는 제품의 주성분에 따라 크게 실리콘 제제와 양파추출물 제제로 나뉜다. 실리콘 제제는 피부 위에 실리콘 막을 형성해 수분 손실을 줄이고 외부 공기와의 접촉은 막아 흉터의 원인이 되는 과도한 콜라겐 생성을 정상화하는 효과를 낸다. 양파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하는 흉터치료제는 항염·항균 작용을 통해 흉터 조직이 과도하게 생성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낸다.
상처치료제와 항생제 연고는 각각 효과가 달라요
상처치료제는 피부 상처가 있을 때 유해균에 의한 2차 감염을 예방하고, 새살이 돋아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연고제다. 항생제 연고는 유해균에 감염됐을 때 이를 죽이는 항생제 성분이 들어간 연고제다. 따라서 상처치료제는 가벼운 상처의 감염 예방·회복을 위해, 항생제 연고는 유해균에 감염됐을 때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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