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맛을 만끽하고자 한다면 먼저 가을 바다를 훔쳐야 한다. 가을 바다가 제공하는 만찬은 잔치이다. 가을 제철 수산물은 살이 차고, 맛이 달고, 영양이 풍부하여 식욕을 돋운다. ‘천고마비’ 말도 살찌우는 이 계절에 그나마 비만에 대한 자책감도 좀 덜어내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바로 “꽃게”이다. 게는 닭과 마찬가지로 뭘 만들어도 맛있는 식재료이다.
“게눈 감추듯이 먹는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오늘 하루쯤 양심 버리고 맛도둑이 되어보자!
꽃게탕은 알아도 게감정은 몰라요!
게감정이라니? 특별히 꽃게에게 유감(遺憾) 스러운 일은 없다.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고 외치신 신구 선생님께서 게 입장을 대신하신 것도 아니다. 다만 정셰프가 게감정을 추천하는 이유는 어딜 가나 다 똑같은 맛의 꽃게탕만 팔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말 꽃게거리로 유명세를 날리던 방배동 카페골목과 신사역 꽃게탕 골목, 가까운 소래포구에서부터 인천 월미도에 이르기까지 꽃게탕 집의 꽃게는 거의 비슷한 맛이다.
게감정은 게딱지에 쇠고기 소를 넣고 달걀옷을 입혀 지져낸 뒤 고추장 푼 국물에 끓인 찌개를 일컫는다, ‘감정’이란 [이조궁중요리통고(1957)]의 기록에서 처음 일컫기를 국과 찌개의 중간쯤 되는 국물 요리를 말하며, 민가에선 ‘지짐’이라 불리우고 궁중에선 ‘감정’이라 불리웠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꽃게탕은 조개, 멸치로 낸 밑국물에 꽃게를 넣어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으뜸이고 미나리의 향을 더하거나 고춧가루나 액젓으로 맛을 내어 깔끔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게감정은 양념한 쇠고기를 냄비에 볶다가 쌀뜨물을 넣어 낸 장국에 고추장을 풀고, 속을 채운 게지짐을 넣어 끓여 낸 녹진한 일품 요리이다. 그 맛이 서로 다르나 손이 많이 가는 게감정은 그것을 받아 먹는 이에게 스스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깊은 여운을 전하여 준다. 고 조리서를 통해 옛 음식의 맛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정셰프의 노력은 단순히 그 맛을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라 단지 어렵다는 이유로 맛을 포기함으로써 고유의 깊은 맛이 잊힌다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기에 현대의 조리법과 식재료를 추가하여 맛을 돋우면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일품 요리가 된다. 그것이 바로 가을만찬 [단호박 게감정]이다
알고 나면 꼭 먹고 싶은 ‘게’ 맛과 ‘단호박’
게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사랑받는 식재료이다. 스톤 크랩, 던져니스 크랩, 상하이 크랩, 킹 크랩 등등 다양한 종류가 식용으로 이용되며 게를 이용한 가공식품과 게 속에 포함된 아연의 성분은 특히 주목받고 있다. 그 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효능으로는 키틴과 키토산이 있는데 각각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변비에 도움이 되고, 체내 면역 기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게 맛에서 느껴지는 단맛과 감칠맛은 베타인이나 포말린 성분에 의한 것으로 게는 선도가 떨어지면 쉽게 부패하여 식중독을 일으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게는 냉장 보관하거나 장기간 보관할 때는 지퍼 팩에 담아 냉동 보관한다. 그럼에도 신선한 게의 내장은 감칠맛의 핵폭탄이다. 이 장과 꽉 찬 알은 핵산이 풍부하여 밥도둑임을 자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게는 동해의 대게와 털게, 남해와 서해의 꽃게, 칠게, 방게 등과 제주도의 홍색 민꽃게와 섬진강의 참게가 유명하다. 그 중 오늘의 주인공 ‘꽃게’! “6월 봄 꽃게는 간장 게장을 담구고, 10월 가을 꽃게는 탕으로 먹는다.” 라는 정설이 있을 만큼 봄 꽃게는 꽉 찬 알 맛이 달여 낸 간장의 맛과 어울려 절미를 만들고, 가을 꽃게는 몸통 가득 빡빡하게 들어찬 속살이 달큰하고 촉촉하여 살 파 먹는 즐거움에 열 손가락이 부족하다. 꽃게는 그냥 쪄서 먹어도 맛있고, 무쳐 먹어도 맛있고, 튀겨 먹어도 맛있고, 구워 먹어도 맛있고, 끓여 먹어도 맛있다. 세상에 요리 못하는 바보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중 하나가 ‘꽃게 라면’이나 ‘꽃게 우동’이다. 시판용 라면과 우동에 꽃게 한 마리만 넣고 끓이면 된다. 바다에서 살고 있는 이동식 조미료의 감칠맛은 어마어마하다. 자연 조미료의 감칠맛 중 하나가 게 맛이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자면 단연 ‘단호박’을 추천한다. 단호박은 당질이 15~20%로 단맛의 보고이다, 설탕이나 시럽 없이도 자연스런 단맛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 건강한 단맛은 현대인들의 입맛에 적합하다. 단호박은 별도로 비타민 호박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B-카로틴, 비타민 B1, B2, C 등등 풍부한 식이섬유와 함께 건강한 식재료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 강원 홍천군, 전남 함평군이 주 재배 지역으로 향토 음식과 어울려 다양한 레시피가 개발되고 있다. 현대의 요리는 세계의 농산물이 다양한 경로로 교류되고 재배되면서 새로운 맛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 선조 어르신들이 지금의 게감정을 맛보시면 무어라 하실까? 그 맛이 참으로 달고 감칠맛이 일품이라고 하지 않으실까?
게 맛을 맛보니 신선이 되는 기분이다.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되며 시선(詩仙)으로 불린 이태백은 「월하독작사수시(月下獨酌四首詩)」에서 “한 손에는 게 발을 들고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주지(酒池) 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일생 살아가는 데 무엇을 더 바라리요”라고 했고, 우리나라의 시인 안도현은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중 [스며 드는 것]에서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라고 적고 있다. 게 맛 하나에도 사람들 사는 인생의 맛이 녹아 있다. 행복이 별것인가? 게 맛을 맛보니 신선이 내 마음이다
단호박 게감정
재료
꽃게(대) 3마리(750g), 단호박 1/2개, 구운 대파 1대, 홍고추 1개, 무 1/5개, 말린 대추 3알, 목이버섯 약간, 양파 1/2개, 구운 통마늘 1/2개, 계란물 1개분.
소/ 완자 양념) 다진 쇠고기 120g, 물 뺀 두부 1/2모(150g), 데친 숙주(물 뺀 것) 100g,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진간장 1작은술, 다진 생강 1작은술, 요리술 1큰술, 후추 약간, 참기름 약간, 밀가루 약간.
장국 국물) 소고기(우둔살)100g, 쌀뜨물 6컵, 대파 1대분, 다시마 1장, 요리술 1큰술, 된장 1큰술, 고추장 3큰술, 다진 마늘 2큰술, 국간장 약간. 참기름 약간.
만들기
1. 꽃게 손질) 게는 깨끗이 씻어 속살을 긁어 내어 한데 모으고 게 딱지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다리살은 모아 두었다가 장국 국물 낼 때 사용한다. 단호박은 껍질을 벗기고 모양을 살려 썰어낸 후에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서 겉면만 구워낸다. 홍고추는 속 씨를 털어내고 모양을 살려 길이대로 썬다, 무는 은행잎 모양으로 썰어 모서리를 손질한 후 렌지에 4분간 돌려 익혀 준비한다. 목이버섯은 미지근한 물에 불려 두었다가 한 입 크기로 잘라 준비한다.
2. 장국 국물)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어슷썬 대파를 넣고 간장을 넣고 볶다가 핏물을 뺀 소고기와 꽃게 다리를 넣고 고루 볶는다. 여기에 쌀뜨물을 넣고 한소큼 끓어오르면 체에 밭쳐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내고 요리술을 넣어 한소큼 더 끓인다. 생기는 거품은 모두 걷어내고 맑은 국물만 체에 걸러 준비한다. 간은 간장으로 맞춘다.
3. 1)의 발라낸 꽃게 살에 소/완자 양념)을 더하여 고루 치대어 준비한다, 1)의 2마리의 게 뚜껑 안을 키친타올에 참기름을 묻혀 고루 기름옷을 덧입히고 그 위에 밀가루를 덧가루로 뿌리고 여분의 밀가루는 털어낸다. 여기에 반죽이 된 소 양념을 평평하게 채워 넣고 남은 반죽은 남은 밀가루를 더하여 완자를 만든다. 그 위에 다시 밀가루, 계란물을 식용 붓으로 발라 기름을 두른 팬에서 살이 닿는 부분이 밑으로 가게 하여 살이 떨어지지 않게 전 부치듯 부쳐낸다. 같은 방법으로 완자도 납작 동글하게 부쳐낸다.
4. 전골 냄비에 1)의 손질 무와 호박을 깔고, 그 위에 3)의 지져낸 게 뚜껑 2개와 곁에 양파, 대추, 버섯, 마늘, 대파, 다시마를 곁들이고 2)의 장국 국물을 붓고 한소큼 더 끓여 낸다. (끓이는 과정을 보며, 먼저 채소를 먹고 게감정을 건져내어 먹은 뒤에 남은 국물에 남은 밥과 김 가루를 넣어 볶아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요리와 사진. 정신우 셰프
게 감별법
게는 신선도가 급속히 떨어지므로 식중독에 특히 유의한다. 배에 알이 다닥다닥 붙은 것은 피하도록 하고, 손으로 들어보아 묵직한 것, 발이 덜렁덜렁한 것보다는 빳빳한 것, 손끝으로 발을 눌러보아 탄력이 있는 것을 고른다.
게 손질법
솔로 몸통 껍질을 깨끗이 문질러 닦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조리에 이용한다.
게와 궁합정보
게는 식중독균의 번식이 대단히 잘 되는 고단백 식품인데, 감은 수렴작용을 하는 타닌 성분이 있어 소화불량을 유발하여 함께 섭취하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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