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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건강상식/음식&요리

[스크랩] 돼지고기는 언제부터 `진리`가 되었을까?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5. 6. 3.



 

거리에 죽 늘어선 음식점 간판들을 둘러보다가 순간 놀랐다. 식성 탓인지, 때마침 몰려온 허기 탓인지 모르지만 하필 한눈에 들어온 음식이름 모두가 돼지고기 혹은 돼지 부산물을 주재료로 한 것들이었다. 순간 매콤한 김치찌개와 제육볶음, 촉촉하고 부드러운 수육, 돈가스, 짜장면·탕수육에다 족발·순대·감자탕은 물론 햄·소시지가 잔뜩 들어간 부대찌개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돼지고기가 없었다면 외식 메뉴 가운데 상당수는 세상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푸짐하고 만족스러운 한끼를 선사하는 먹거리가 과연 얼마나 될까.

 


▲ 돼지고기를 이용한 인기 메뉴 돈까스


그래도 역시 돼지고기 음식의 최고봉은 삼겹살 구이다. 잘 달궈진 불판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고기는 바라만 봐도 흐뭇하다. 지글지글 고기 익는 소리에 귀가 즐겁고, 온 공간에 진동하는 고소한 향기에 기대감이 솟아난다. 음식점에서든 집에서든 야외에서든 굽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어 인기 만점이다. 고소하고 촉촉한 삼겹살 한 점을 집어들며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를 외치거나,  ‘맨날 삼겹살에 소주냐’는 볼멘소리를 내다가도 어느새 고깃집 테이블에서 소줏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대한민국 어디에나 흔하다.  


1970년대 중·후반 첫선…국민 외식으로 정착


▲ 살코기와 비계의 조화로운 맛으로 국민 음식으로 등극한 삼겹살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겹살 구이는 언제부터 한국인의 식탁에 올랐을까. 수육 등의 삶은 돼지고기를 선호하던 우리 국민들의 식성이 구이 중심으로 바뀐 데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오늘날의 삼겹살 구이가 등장한 시기는 1970년대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39년 전인 1976년 아버지가 개업한 삼겹살집을 이어받아 운영해 왔다는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한도삼겹살’ 최상현 대표(54)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1950년대 선보인 돼지갈비, 돼지 목살 소금구이(시오야키)에 비해 늦게 나온 셈이다. 게다가 1959년 <경향신문>에 처음 소개된 삼겹살 요리 또한 무와 함께 볶는 것으로, 오늘날과 크게 달랐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겹살에 대한 선호도는 살코기보다 낮았다. 그러나 이 무렵 휴대용 가스레인지인 <브루스타>가 등장하면서 삼겹살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살코기와 비계가 조화를 이룬 삼겹살 맛을 어찌 잊을 것인가. 결국 관광지 어디서나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진동했고, ‘돼지 로스구이’ 대신 ‘삼겹살’이 돼지고기 구이의 대명사로 굳어졌다. 마침내 1990년대 삼겹살은 국어사전에까지 그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 돼지고기 부위별 해설(출처 : 농협중앙회축산물위생교육원)


안정적인 삼겹살 생산을 위해 축산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 결과 우선 고기량이 크게 늘어났다. 정상적인 비육과정을 거쳐 출하된 돼지를 ‘규격돈’이라고 하는데, 1950년대만 해도  65kg에 불과했던 규격돈 중량은 오늘날 110kg까지 늘어났다. 예전의 두 배에 가까운 삼겹살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돼지고기 품질도 크게 향상돼 냉동삼겹살 일색이던 과거와 달리 냉장 삼겹살이 대세다. 종돈 단계부터 품질관리를 거친 브랜드육과 제주 흑돼지 등 프리미엄급 돼지고기를 비롯해 최근 일부에서는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안심 등 저지방부위를 숙성해 판매하기도 한다.


삼겹살을 굽는 방법과 도구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스, 숯불, 연탄, 전기 프라이팬에 이어 짚불, 도자기 가마, 심지어는 화염방사기를 이용한 방법까지 등장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철 혹은 스테인리스 불판만 봐도 모양이 다양하다. 이뿐만 아니라 돌판, 솥뚜껑, 세라믹, 수정 등 다양한 소재가 두루 쓰이고 있다. 겉부분을 골고루 잘 익혀 육즙을 고기 내부에 재빨리 가두고, 기름을 적절히 빼낸 담백한 삼겹살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삼겹살만 찾지 마세요! 다양한 부위를 구이로~


실제로 돼지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삼겹살은 8.5kg 정도에 불과하다. 소량으로 나오는 부위들에 비하면 많은 분량이지만, 넘치는 수요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까닭에 시중에서 먹는 삼겹살 중 4분의 1은 외국산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신선도와 맛에서 국산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 게다가 최근에는 지난해 발생한 구제역 사태의 여파로 삼겹살을 비롯한 돼지고기 가격이 예년에 비해 높다.


그렇다고 돼지고기 구이를 포기할 필요가 있을까? 수입 돼지고기보다 안전성과 맛이 우수한  다양한 국산 돼지고기 부위를 즐기면 된다. 먼저 삼겹살보다 저렴하고 지방이 적은 목살은 언제나 사랑받는 부위이다. 그래도 삼겹살을 못 잊겠다면 앞다리살에 눈길을 돌려볼 일이다. 보통 제육불고기용으로 널리 쓰이지만 삼겹살보다 저렴하고 지방이 적어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앞다리 혹은 뒷다리살에도 맛있는 구이용 부위가 있는데, 주걱살·부채살·꾸리살이 그것이다. 주걱살은 앞다리쪽의 깊은 가슴근육으로 지방 함량이 높다. ‘부채살’은 어깨 아랫부분, ‘꾸리살’은 어깨 윗부분의 살을 정형한 것. 다만 이들 부위를 시중에서 따로 판매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 점은 아쉽다. 


▲ 새롭게 활용되는 돼지고기 부위 (출처 : 농촌진흥청)


갈매기살·항정살은 한 마리 당 200~500g만 나오는 귀한 부위이지만 이제는 일반 정육점에서도 구할 수 있다. 단, 가격은 저렴하지 않다. 대형 유통매장 등에서 돼지고기를 구입할 때는 육질등급을 살펴보고 구입하면 더욱 맛있는 돼지고기를 즐길 수 있다고. 돼지고기의 육질등급은 1+, 1, 2등급으로 나뉘는데, 1+등급의 고기가 가장 부드럽고 맛있다


일부 부위는 음식점에서만 맛볼 수 있다. ‘가브리살’로 불리는 등심덧살과 돼지 머리에서 떼어낸 ‘볼살’ 또는 ‘뽈살’이 그것. 볼살은 돼지머리에서 얻는 부산물인 셈이어서 아직까지 공식적인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쫄깃한 맛에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게 육류전문가인 김재문 농협 축산물위생교육원 교수의 귀띔이다.  


▲ 돼지고기 등급 표시 방법


미세먼지가 사시사철 호흡기 건강을 위협하면서 이제는 여름철도 안심할 수 어렵다. 돼지고기가 미세먼지를 제거해준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부족하지만, 돼지고기에 함유된 필수지방산과 비타민, 셀레늄, 아연 등의 성분은 노폐물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기왕이면 돼지고기와 함께 건강한 여름을 맞이해볼 일이다. 삼겹살을 비롯한 구이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풀었지만, 돼지고기는 어떻게 먹든 다 맛있다. 이것은 진리!






▶ 필자 프로필 

1974년 서울생. 먹는 일이라면 만사 제치고 달려드는 성격. 엥겔지수 꽤 높음. 학창시절 전공(식품공학-식품위생학-농경제)부터 심지어는 일터까지 모두 ‘먹거리’와 관련된, 나름 일관성 있는 일생을 추구중. 식품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모든 먹을거리를 길러내는 농업인과 농촌, 농업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최근의 관심사.


농업 전문지인 <농민신문>에서 다양한 부서를 거쳐 논설위원으로 근무중.

밭이 많던 서울 변두리에서 자라 어릴적부터 농촌과 친숙한 편. 

농민신문 <류수연 기자의 잡학다식> 연재중, <이윤에 굶주린 자들>(윤병선·박민선·류수연, 울력) 공동번역. 



출처 : 새농이의 농축산식품 이야기
글쓴이 : 새농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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