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대장암 3기 진단 후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은 장모(63·강원 원주시)씨. 1년 전 암이 간으로 전이됐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병원에서는 "암 전이가 확인된 장기는 간 밖에 없지만 다른 장기에도 번졌을 수 있고 더 이상의 치료는 무의미하다"고 통보했다. 장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을 뒤져 암 치료 방법을 찾고 있지만, 효과가 좋다는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 제대로 된 정보를 구할 수 없었다. 방송에서 항암에 좋다고 소개된 음식을 먹다가 급성 간염으로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암 치료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위암, 대장암, 유방암 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은 미국이나 유럽보다 높다. 조기 검진 활성화로 초기에 암을 발견하는 비율이 늘었고, 의료 기술의 발달로 예전에는 포기할 수 밖에 없던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이·재발 후 말기로 진행된 암은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이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8%다. 5년 생존율이 93.7%인 위암, 98.3%인 대장암도 다른 장기로 전이됐을 때는 5년 생존율이 5.8%, 18.2%로 뚝 떨어진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병원에서 말기암 환자를 치료할 때, 그 목표는 완치가 아니라 단순 연명(생명을 연장하는 것)인 경우가 많다. 암세포를 없애는 게 목적인 기존의 치료법 중에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환자는 수많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게 된다. 과학적으로 치료효과가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민간요법은 대부분 치료효과는 없고 값이 비싸다. 결국 암환자는 건강과 비용을 모두 잃게 된다.
하지만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암이라고 하더라도 포기해서는 안된다. 몸에 퍼진 암을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삶의 질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도 적극적으로 써 통증을 관리하고, 암에 맞설 수 있도록 면역력을 높이는 다양한 보완대체요법을 도입하는 추세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이종두 전이재발암병원 병원장은 "말기암의 표준치료 성공률이 낮다면 적극적으로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론적인 근거가 조금이라도 있는 다양한 치료법을 조합하면 말기암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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