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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건강상식/음식&요리

[스크랩] 수원왕갈비 vs 포천이동갈비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4. 9. 21.

한국인이 가장 반기는 외식 메뉴는? 단연 갈비다. 그것도 소갈비. 가족 외식이든 직장 회식이든 ‘소갈비’란 통보엔 모두 환호성을 지른다. 소갈비는 의논해서 결정하는 메뉴가 아니다. 음식값을 지불할 결정권자의 일방적인 통보다.
그만큼 금전적 부담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사진=헬스조선DB)
(사진=헬스조선DB)


명절 때 갈비짝으로 힘 과시하던 시절

소갈비는 ‘힘’의 상징으로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명절 선물이었다. 좋게 표현해서 선물이지, ‘잘 좀 봐주십사’ 하고 보내는 최고급 뇌물성 상납품이었다. 그때 소갈비는 요즘처럼 일정한 규격으로 손질한 갈비선물세트가 아니었다. 소의 크기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는 짝 갈비였다. 설이나 추석이 지나고 나면 집에 갈비 몇 짝 들어왔다며 은근히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소갈비는 ‘부’의 상징이었다. 돼지갈비는 일상이지만 소갈비는 별난 일이다. 가족 외식 메뉴가 소갈비면 아버지가 특별보너스를 받았든지 어머니가 곗돈을 탄 게 틀림없었다.

직장 회식 메뉴가 소갈비일 때는 격려와 우려가 교차하는 씁쓸함이 담겨있다. 그 전에 죽도록 고생한 대가(代價)든지, 아니면 그것을 예고하는 신호였다. 어쨌든 양손에 갈빗대를 잡고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는 행위는 고생 뒤에 낙(樂)이든 아니든 행복한 일이었다.


	(사진=헬스조선DB)
(사진=헬스조선DB)


소갈비 문턱 낮춘 값싼 수입 소갈비

‘갈비’란 단어는 조선 인조 17년(1639년) 6월24일자 《승정원일기》에 등장한다. 예전부터 갈비를 먹어 왔지만 서민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던 음식이었다. 일반인들이 그나마 군침이라도 삼킬 수 있게 된 것은 값싼 수입 소갈비가 들어오면서부터다. 더불어 나라 경제 사정이 좋아지는 1970년대 들어서서야 소갈비가 가족 외식의 꼭짓점에 등극하게 된다.


소갈비 양대 산맥 비교 포인트

소갈비하면 떠오르는 양대 산맥은 누가 뭐래도 ‘수원왕갈비’와 ‘포천이동갈비’다. 수원이나 포천이 원산지일 리 없고, 대부분 수입산 쇠고기인데 무슨 차이가 있을까.

◇ 큰 갈빗대 vs 푸짐한 양
큰 갈빗대로 시선을 압도하는 수원 왕갈비는 서울의 남쪽에서, 푸짐한 양으로 승부하는 포천이동갈비는 북쪽에서 달달한 냄새를 풍기며 남녀노소를 유혹했다. 수원 왕갈비와 이동 쪽갈비는 둘 다‘푸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갈빗대와 갈빗살이 대략 15cm에 달하는 수원 왕갈비는 갈비 한 대로 불판을 덮어 버릴 정도라 ‘크다’는, 이동 쪽갈비는 갈빗대가 3cm 정도로 작지만 1인분에 6~7대라 양적으로 ‘많다’는 느낌이다.

◇ 우시장 본거지 vs 군부대 입소문
왕갈비가 수원의 대표 음식이 된 것은 우시장 때문이다. 수원 우시장은 1940년대 ‘전국 3대 우시장’의 하나였다. 소거래가 활발했던 영동시장 근처에는 자연스럽게 해장국집과 소갈비집이 생겨났고, 이곳 고기 맛을 본 상인들이 “갈비가 큼지막하고 맛있다”고 소문을 내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일대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군부대 지역이다. 갈빗대를 잘게 잘라 내놓는 이동 쪽갈비는 다른 곳의 갈비보다 무척 푸짐했다. 고기맛도 제대로 못 보던 1970년대 장병들에겐 꿈같은 맛이었다.
덕분에 면회객과 군인들 사이에 ‘포천명물’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이동면은 줄줄이 소갈비집이다.

◇ 소금양념 vs 간장양념
수원갈비와 이동갈비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양념에 있다. 수원갈비는 소금양념을, 이동갈비는 간장양념을 주로 쓴다. 그러다 보니 수원갈비는 물기가 없고, 이동갈비는 물기가 많다.

◇ 동치미국수 vs 양념게장
수원갈비를 시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빨간 양념게장이다. 게장 맛에 따라 매상이 달라질 정도로 소비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반찬이란다. 이에 견줄 만한 것이 이동갈비에선 동치미국수나 동치미냉면이다.

따로 주문하면 살얼음 동동 뜬 동치미국물에 국수를 말아 내온다. “동치미면발로 마무리를 해야 제대로 된 이동갈비를 먹은 것”이라고 말한다.

소갈비의 덧살 작업 억울하세요?

갈빗살에 다른 살코기를 붙여 파는 것은 갈비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덧살 작업’이라고 하는데, 어느 부위를 더했느냐만 다를 뿐 대부분의 소갈비전문점에서는 살이 적은 일부 갈빗대에 안창살이나 치마살, 부채살 등을 덧붙여 판매한다.

이 또한 질 낮은 부위가 아닌 맛있는 부위이니 너무 억울해할 일은 아니다. 갈비대별로 붙은 살의 양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100% 덧대지 않은 갈빗살을 즐기려면 값비싼 생갈비를 주문하면 된다.


	수원왕갈비와 포천이동갈비
수원왕갈비와 포천이동갈비 모두 양은 푸짐하다. 소금양념을 해서 심심한 수원갈비는 빨간 양념게장의 매콤함과 간장양념 때문에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이동갈비는 동치미 국수의 시원함과 잘 어울린다.


<유지상의 추천 소갈비 맛집>
포천이동갈비와 수원왕갈비를 비롯해 유명한 갈비 맛집들을 소개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 송추가마골 본점
주소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 114-8
전화 031-826-3311
가격 가마골갈비(뉴질랜드산 380g)
3만5000원

◎ 김미자할머니갈비
주소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장암리 216-4
전화 031-531-4459
가격 양념갈비(미국산 400g) 2만6000원

◎ 느티나무갈비
주소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장암리 216-2
전화 031-532-4454
가격 양념갈비(호주산, 미국산 400g)
2만6000원

◎ 연남서서갈비
주소 서울시 마포구 노고산동 109-69
전화 02-716-2520
가격 갈비(호주산 또는 국내산 1대, 150g)
1만5000원

◎ 벽제갈비 본점
주소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205-8
전화 02-415-5522
가격 양념갈비(한우 200g) 4만8000원

◎ 가보정
주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958-1
전화 031-238-3883
가격 양념갈비(호주산 380g) 3만5000원

◎ 본수원
주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51-20
전화 031-211-8434
가격 양념갈비(미국산 380g) 3만5000원

◎ 송풍가든
주소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440-3
전화 031-252-4700
가격 양념갈비(미국산 380g) 3만5000원


<이런 이유로 추천합니다>

가보정 1989년 165㎡(50평) 점포에서 시작한 동네 갈비집이 1000석을 갖춘 수원 대표 갈비전문점으로 성장했다. “소고기는 참숯으로 구워야 제맛”이라는 사장이 소신을 갖고 개업 후 지금까지 참숯만을 고집하고 있다. 파인애플을 갈아 넣어 갈비 맛이 달달하면서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송풍가든 경기도 인증 제1호 모범음식점이다. 주인장이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직접 담근 간장과 포도 발효식초로 고기 소스를 만든다. 갈비 맛이 삼삼한 편이라 소스없이 그냥 먹어도 좋다.

연남서서갈비 본래 상호는 ‘연남서갈비’. 의자 없이 서서 먹는 집으로 ‘서서갈비’의 원조 격이다. 갈빗살을 두툼하게 저며 연탄불 드럼통에 구워 먹는다. 다른 곳에 비해 입안 가득 씹는 맛을 즐길 수 있다. 서민적 갈비 문화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예약을 받지 않으니 언제 어느 때 가더라도 최소 30분은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한다.

벽제갈비 본점 최고급 갈비전문점의 대명사다. 품질이 뛰어난 1등급 투플러스(1++) 한우를 내세우고 있어 한우를 고집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비싼 값에 최고급 갈비를 맛보려고 한다면 양념갈비보다는 생갈비를 주문해 한우갈비살의 고유한 맛을 즐겨 보자. 그런데 생갈비 값(8만7000원, 최고급 한우 생갈비 200g)이 좀 부담스럽다.

김미자할머니갈비 포천이동갈비의 원조집으로 꼽힌다. 1960년대 군인들의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갈비를 양쪽으로 포를 떠서 가운데를 썬쪽갈비로 만들어내 팔기 시작했다. 군인들 사이에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포천이동면의 명품 메뉴로 자리 잡았다. 서비스는 부족한 게 많은데 여전히 손님은 문전성시다.

송추가마골 본점 소갈비전문점 가운데 손님이 가장 많은 곳. 가격 대비 만족도가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다. 특히 돋보이는 점은 철저한 위생관리와 서비스. 갈비의 전처리부터 잔반처리까지 콜드시스템으로 관리한다. 대표적인 가마골 갈비는 뉴질랜드산으로 만든다. 미국산보다 지방 함량은 적지만 씹는 맛이 좋아 뉴질랜드산을 고집하고 있다.

느티나무갈비 김미자할머니갈비와 거의 같은 시기에 문을 열어 이동갈비촌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집이다. 이 집 갈비는 호주산과 미국산을 함께 사용하는데 양념갈비 못지않게 생갈비도 인기다. 생갈비가 1000원(1인분) 더 비싸다. 2층 음식점 실내 복판으로 500년 된 느티나무가 지나고 있는데 나무 주위엔 복돈이 걸려 있다.

본수원 수원 현지인보다 서울, 안양, 군포 등 타지 손님이 더 많다. 한때 불친절하다는 말도 있었지만 종업원의 서비스가 많이 좋아졌다. 마블링이 잘 된 생갈비가 인기지만 수원갈비를 제대로 맛보려면 역시 양념갈비가 제격이다. 다른 집에 비해 단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점심시간에만 파는 갈비탕엔 왕 갈빗대가 들어 있고 국물도 진하다.



	유지상 음식 칼럼니스트
유지상 음식 칼럼니스트

유지상-음식 칼럼리스트
음식전문기자 출신의 음식 칼럼리스트다.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해태제과와 한국소비자원에서 근무한 현장 중신 전문가다. 저서로 《유지상의 테마맛집》, 《내 남자의 앞치마》등이 있다.

한국음식평론가협회 회장, DMZ 10경10미 심사위원장, 2012 ZAGAT서울레스토랑 선정위원장을 역임했다.
경기대 외식조리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 기고자 유지상
월간헬스조선 9월호(186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출처 : 암정복 그날까지
글쓴이 : 정운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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