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조은선(St.HELLo)
눈 뜨자마자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셔야 비로소 하루를 시작하던 기자가 카페인 프리데이 체험에 나섰다.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커피 없는 하루, 말 많고 탈 많던 한 달간의 기록이다.
커피와의 이별 선언
비장했다. 카페인 프리 라이프를 결심할 때만 해도. 커피에 대한 지독한 사랑을 논하자면, 세상의 모든 번거롭고 불편한 것을 싫어하지만 커피 내리는 일만큼은 귀찮지 않다. 커피 한잔 마시기 위해 핸드밀로 원두를 갈고 드리퍼에 여과지를 끼우고 물을 끓여 직접 커피 내리는 과정을 거쳐야 해도 그저 좋다. 매주 원두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커피가 떨어지는 것만큼 불안한 일이 없다. 휴일 오전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눈곱도 떼지 않고 커피 내릴 준비를 한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커피 한 모금 홀짝거리기 전까지는 수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독한 커피 사랑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중독 수준이다. 늦은 오후에는 의식적으로 커피 대신 다른 음료를 선택하지만, 커피를 능가하는 음료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카페인이 커피에만 국한된 성분은 아니지만 커피 외에 다른 군것질을 거의 하지 않기에, 카페인 프리 라이프는 사실상 커피와의 이별 선언이었다.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처절하고 처연한 생활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무의식과의 싸움
2014년 1월 1일, 1개월의 커피 프리데이가 시작됐다. 새해 첫날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려던 프리데이 체험은 누군가 권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불안하게 출발했다. 무의식 중에 커피 한 모금을 홀짝 마셨다. 지방 출장길에 오르던 날 아침에도 “따뜻한 아메리카노 주세요” 하며 자연스럽게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 주문 후 한 모금 마실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고, 의식조차 못 했음을 고백한다. 어차피 입에 댄 거 눈 딱 감고 마셔버렸다. 그야말로 습관이다. 무의식 중에 담배를 빼 무는 흡연자와 다를 바 없다. 이쯤 되면 ‘카페인 중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카페인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적당량을 섭취하면 신진대사를 자극해 피로를 줄여 주고 잠시나마 각성제 역할을 한다. 문제는 중독이다. 카페인 중독은 짜증, 불안, 신경과민, 불면증 같은 증상을 수반한다. 과도한 카페인은 위산 분비를 촉진해 위식도역류질환이나 위궤양을 일으킨다. 커피를 많이 마신 날은 속쓰림 증상이 있었고 만성 탈수도 느껴졌다.
커피 없는 나날
의식적으로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서 의외의 발견을 했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잠에 취해 있거나 피곤함에 찌들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커피를 많이 마신 날에 유독 심해지는 갈증이나 텁텁함이 없어졌다. 만성적인 탈수 증상에서 벗어난 듯하다. 잠자리에서 뒤척이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잠자리에 누우면 쉽게 잠들고, 아침에 눈 뜰 때 한결 가뿐해졌다. 일어나기 싫어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커피의 빈자리 채워준 너희들, 살찜 주의!
커피 생각이 나거나 입이 심심해지면 다른 음료를 마셨다. 물, 우유, 과일주스, 과일차, 허브티 등. 커피를 멀리하면서 카페에서 주문 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은 있다. 고민 없이 커피를 주문하던 때와 달리, 음료 선택 기준이 점점 까다로워졌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차는 제외, 배부르거나 배고픈 정도에 따라 우유를 넣거나 뺀다. 기분에 따라, 입맛에 따라 당도를 결정하는 등 고려할 게 많아졌다. 평소 즐겨 먹지 않던 우유나 과일주스, 과일차를 많이 마시면 섭취 칼로리가 늘어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다. 체중도 좀 늘었다. 하지만 커피 대신 물을 마시고, 과일주스를 많이 마시면서 “피부가 맑아진 것 같다”는 과찬도 들었다. 커피를 끊은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커피의 향기와 맛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커피 애호가로서,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많은 긍정적인 변화다. 카페인 프리 1주일 만에 커피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려 잠 못 이룬 낯선 경험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무조건 ‘커피’를 외치던 지고지순한 커피 사랑을 물을 비롯한 다른 음료에게 나눠주는 중이다. 아무리 마셔도 살찌지 않는 물에 대한 애착은 조금 더 커진 듯하다.
/ 취재 한미영 기자 h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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