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술이라고 하면 복부를 가르는 개복수술이 대부분이었다. 의학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면서 생긴 큰 변화를 꼽으라면 수술방식의 변화를 말할
수 있다. 무조건 수술부위를 크게 찢고 긴 흉터를 남기는 대신 아주 작은 구멍을 통해 내시경으로 수술하는 최소침습수술이 발전하면서 외과의술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담낭과 같은 소형 장기를 절제하거나 산부인과 시술에 쓰이던 이 복강경 수술은 암 같은 위중한 병에까지 적용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자연스레 위암, 대장암, 간암 등의 주요 암 수술 치료방법도 변화했다. 5년 전만 해도 복부를 절개해 암 덩어리를
도려내는 개복수술이 많았다면 최근 내시경을 이용해 배를 가르지 않고도 암을 제거하는 추세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07~2011년까지 암 수술실적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위암의 경우 위내시경을 이용한 암 수술이 2007년 4,509건에서
2009년 5,368건, 2011년 9,136건으로 5년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개복수술은 1만 2,870건에서 1만
1,112건으로 줄었다.
이는 대장암도 마찬가지다. 개복수술은 1만 257건에서 8671건으로 줄어든 반면, 대장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을 2007년 4,964건에서 2009년 8,102건, 지난해 1만 768건으로 늘었다.
최소침습수술이 가장 크게 늘어난 암은
간암이다. 내시경이나 담관경, 고주파를 이용해 배를 가르지 않고 치료한 경우는 2007년 141건에서 2009년 3,717건, 2011년
4,002건으로 28배나 늘어났다. 개복수술은 3,345건으로 최소침습수술보다 적었다.
물론 이처럼 최근 최소침습수술이 늘어난 것은
암 조기 발견이 많아진 이유도 있다. 또한 개복수술보다 회복이 빠르고 합병증이 적은 최소침습 수술을 선호하는 추세도
한몫한다.
내시경을 이용한 시술법은 크게 '내시경 점막 절제술'(EMR: Endoscopic Mucosal Resection)과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ESD: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로 나뉜다.
EMR은 암이 2cm 이하인
경우 주로 시행한다. 암 부위에 생리식염수를 주입, 암 부위를 부풀려 들어 올린 다음 고리 모양의 전기 올가미를 이용해 암 조직을 도려내는
방법이다. ESD는 암 덩어리 아래 점막하층에 생리식염수를 주사해 점막층과 점막하층 사이를 분리한 후 병변 주의를 360도 원 모양으로
점막하층까지 절개하는 방식이다. 점막층과 점막하층을 완전히 분리해 전이를 차단, 암세포가 남아있거나 재발할 가능성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금까지는 2cm 이상인 암과 대장, 식도 등에 생긴 작은 크기 암에 적용했었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2011년 9월부터
2cm 미만 위암에만 하도록 제한해 앞으론 EMR과 비슷한 용도로 쓰이게 됐다. 보건당국은 2cm를 넘는 암은 내시경으로 제거해도 재발할 위험이
크고, 소장이나 대장은 점막이 얇아 시술과정에서 천공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암 덩어리가 어느 정도 자란 조기암은 복강경
수술로 제거한다. 복강경 수술은 기존 개복 수술과 달리 개복하지 않고 1~3cm 정도의 작은 절개공을 3~5개 만들어 수술하는 방법이다. 작은
구멍 안에 카메라와 수술기구를 넣고, 의사는 모니터를 보면서 수술하고, 의사의 손은 수술기구가 대신한다. 상처를 작게 남겨 최소침습수술이라고
한다.
배를 가르지 않기 때문에 회복이 빨라 수술 후 입원기간이 단축, 일상생활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 흉터도 크게 남지 않고,
수술 후 장유착에 의한 장폐색 빈도도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위암의 경우 실제로 송교영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위암센터 교수팀은 2004년 7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복강경수술로 조기위암을 제거한 환자 182명의 장기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3년 생존율이 97.3%로 개복수술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장기 생존율은 암 수술의 장기적 안전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송 교수에 따르면 수술환자의 평균생존기간은 44개월이었다. 전체 환자 중 2명에서 재발했지만, 사망에 이르진
않았다.
복강경 수술의 가장 좋은 점은 절개부위가 적고 통증이 적다는 점이다. 개복수술을 하면 최소 10cm 이상 절개를 해야
하는데,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그만큼 넓으면 상처 회복도 그만큼 늦다.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따라서 복강경 수술을
하면 합병증 발생도 줄고, 회복기간도 빠르다.
위암 수술을 예로 들면, 복강경 수술을 할 경우 식사까지 4~5일이 걸리지만,
복강경으로 수술을 하면 2~3일 뒷면 식사가 가능하다. 또 위암 수술 등 개복수술 뒤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합병증인 장폐색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장폐색증은 수술절개부에 장이 들러붙는 장유착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최소 절개를 하면 들러붙을 만한 공간이 줄어 합병증도
줄어드는 것이다. 흉터가 크게 남지 않는 것 또한 장점이다.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입원기간이 짧아 사회복귀 또한 빠르다. 주위
장기나 조직에 거의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수술 뒤 상처 부위에 통증도 적다. 흉터도 거의 남지 않고 상처가 곪는 등의 창상 감염도
없다.
물론 암 수술의 경우 복강경을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복강경 수술을 하려면 매우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1~2기에
한한 조기암이어야 하며, 림프절이나 장막 침윤 가능성이 확실히 없는 암이어야 한다.
기존 복강경 수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복강경술
진화도 시작됐다. 서울아산병원 상부위장관외과 김병식 교수팀은 위를 자르고 연결하는 모든 수술과정을 뱃속에서 마치는 체내문합술 복강경 위암
수술법을 2005년부터 세계 최다인 2000여 명에게 시행해 완치율 95% 이상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병식 교수팀은 고난도
술기를 필요로 하는 복강경 위 전체 절제술에도 체내 문합술이라는 최고난도 복강경 위암 수술법을 적용했다. 기존 복강경 수술을 한 단계 발전시킨
체내문합술 복강경 위암 수술은 기존 복강경 수술에 비해 합병증과 통증을 줄이고 흉터를 남기지 않아 암 완치는 물론 환자 삶의 질 향상까지 고려할
수 있어 조기 위함 치료를 위한 궁극적인 해답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복강경 위암 수술은 위암이 발생한 부위를 절제하거나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위 일부를 배 밖으로 꺼내 수술하는 체외문합술로 5~6cm 정도 작은 절개창을 만들어야 했고, 그로 인해 작은 흉터를 남기게
된다.
그하지만 체내문합술은 위를 자르고 연결하는 수술 과정을 뱃속에서 모두 마치기 때문에 기존 복강경 수술법인 체외문합술에서
생기는 5~6cm 정도 흉터도 남기지 않는다. 또한 위장관에 대한 조작을 최소화함으로써 위장관 기능 회복속도가 빠르고 합병증 발생률은 낮아지게
된다.
무엇보다 김병식 교수팀은 위를 절제한 뒤 식도와 소장을 체내 문합할 때 복강경 직선형 자동봉합기라는 기구를 사용해 수술 뒤
문합부 통로가 좁아지거나 새는 합병증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위 전체를 절제하고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는 위전절제술을 위 원발
병소에 대한 완전 절제와 위 주위에 광범위한 림프절 절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위 일부를 절제하는 원위부(위하부조직) 절제술보다 그 술기가
까다롭고 복잡하다.
김경호 매경헬스 기자 [kkh851211@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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