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開腹). 한자를 풀이하면 배를 갈라서 연다는 뜻이다.
인체를 절개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으로 최근 개복수술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개복수술은 암 치료법 중 가장 역사가 긴 고전적인 치료법이다. 실제로 명의 화타가 삼국지에 등장해 관우의
팔에서 독을 직접 긁어내는 이야기도 있듯, 외과적 처치 수술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가장 오래된 수술 방법인 만큼 절개 수술로
암세포를 모두 제거하는 방법은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알려졌다. 또한 의사가 암환자에게 “개복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환자의
암이 조기이며, 악성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조기암일 경우는 개복수술 시 완치율이 높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고령화
시대를 반영해 고령임에도 개복 수술을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병원의 수술법 및 환자 관리 시스템이 발전했을 뿐 아니라 환자의 기초체력과 영양
상태가 양호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고령 환자의 개복 수술은 젊은 층에 비해 위험한 것이 사실이므로 만성 질환이 없는 양호한 상태로 시행해야
한다.
암세포가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재발이 쉬운 병이 암이다. 따라서 절제 수술 후에도 항암화학요법을 보조적으로 시행해 재발을
줄이고 완치율을 향상시켜야 한다. 암 개복 수술은 크게 ‘근치적 수술’과 ‘고식적 수술’로 나눌 수 있다.
근치적 수술은 암 종괴
외에도 주위의 국소 부위와 부근의 림프절을 함께 절제하는 방법이다. 암 주위의 정상 조직을 포함해 병소를 제거하는 국소적 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하며, 부근의 국소 림프절에 전이된 경우 혈관과 신경을 제외하고 림프절을 완전히 긁어내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고식적 수술은
이미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었을 때 출혈이나 음식물 소화 장애 등을 없애고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선택하는 수술이다. 위암 말기 환자를 예로
들 수 있다. 위암 말기로 인한 유문협착(幽門狹窄, 위와 장 사이 개폐부가 좁아져 위액이나 음식물 등이 잘 통과하지 못하는 병) 때문에 환자가
음식을 먹지 못하고 계속 토하게 될 경우가 그렇다.
이때는 위의 정상 조직과 소장을 연결하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출혈이
심해지면 고식적 위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보통 고식적 수술 후에는 항암요법을 시행한다.
그 외에도 항암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큰 암 덩어리를 수술로 제거해 암세포 수를 물리적으로 감소시키기도 한다. 항암제는 암세포 수가 적을 때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암의 종류 중 위암은 절제술을 시행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원칙적으로 위암의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개복수술은 암과 주위의 정상
조직을 충분한 안전거리를 두고 절제하고, 암으로부터 들어오는 림프절을 모두 제거한다.
림프절은 암세포가 퍼지는 주요한 경로이기
때문이다. 암이 발생한 부위는 물론, 암이 확산되거나 전이될 수 있는 영역을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다. 물론 개복 수술 외에도 때에 따라 복강경
수술이나 내시경 치료를 하기도 한다.
위암의 개복수술에는 표준수술과 기능보존수술을 들 수 있다.
표준수술은 2기
이상의 진행성 위암에서 주로 시행한다. 위 아랫부분에 암이 위치할 때 위의 절반에서 2/3가량을 절제하는 ‘위아전절제술’을 실시한다. 위쪽에
암이 있다면 위 전체를 절제하는 ‘위전절제술’이 필요하다.
기능보존수술은 수술 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위장의 기능을 가능한 한
보존하고, 위장의 절제범위도 축소하는 방법이다. 이는 최근 위암의 조기발견이 급증하며 완치율도 90%가량으로 높아짐에 따른 것으로, 십이지장과
위의 경계 부분인 유문을 보전하는 ‘유문보존위절제술’, 미주신경을 보존하는 ‘미주신경보존위절제술’ 등을 들 수 있다.
위 절제
범위 및 림프절 절제 범위를 축소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위 상부에 암이 있을 때 위전절제술 대신 하부를 보존하는 ‘근위부위절제술’을
선택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대장암 역시 개복수술을 시행하는 암으로 꼽을 수 있다. 암이 포함된 대장 부분과 연관된 혈관조직,
림프조직을 광범위하게 제거하게 된다. 대장은 부분적으로 절제해도 기본적으로 충분히 길이가 있어 남은 부분을 연결하면 정상적인 기능이 가능하다.
직장암으로 항문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거나 항문을 직접 침범하게 되면 항문을 같이 절제해야 한다. 이때는 불가피하게 복부에
대체항문을 만든다.
폐암은 조기 비소(非小)세포 폐암으로 진단받은 경우 개복수술을 실시한다. 수술 시 1기 암이라면 5년 생존율이
70%, 2기는 50%를 넘는다고 알려졌다. 암 조직과 폐 주변 조직 및 림프절을 함께 제거한다. 폐를 잘라내는 정도는 암의 크기와 위치에 따라
다르다. 한쪽 폐 전체를 절제하기도 한다.
방광에 암이 생겼을 때도 개복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방광이 점막 부위에만 위치한다면
방광내시경을 이용, 문제 부위만 제거하는 '경요도 방광암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암이 점막을 벗어나 방광의 근육층까지 침범한다면
방광을 통째로 떼어내게 된다.
이때는 방광이 하는 역할인 소변 저장과 배출의 기능을 대신하는 인공방광을 사용한다. 과거에
소변주머니를 이용했던 방법과 달리 외견상 이상이 없어 방광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개복수술은 절개
부위가 크고 흉터와 출혈이 많으며, 회복 시간이 길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여러 암 치료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암세포는
끊임없이 증식하는 특성이 있어, 조기 수술로 완치될 수 있음에도 수술을 꺼리다가 시기를 놓치기도 해 수술을 결심했다면 서둘러 시행하는 것이
좋다.
간혹 개복수술 후 수개월이 지나도 절개 부위의 상처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절개 부위는 적절한 영양공급과 면역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자연적으로 2주 안에 치유가 된다.
간혹 봉합이 잘 되었어도 환자에 따라 ‘봉합부위가 이상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절개한 부위가 딱딱하게 잡히며, 심하게 만지면 통증이 생긴다. 이런 반응은 정상적으로 받아들여도 된다.
하지만 피가 나고 부어오르거나, 상처 부위가 뜨겁다면 감염을 의심해야 한다. 또 수개월이 지나도 절개 부위에 통증이 있다면 유착
등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 의사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간혹 ‘켈로이드 피부’라 하여 피부 속 콜라겐이 과도하게 쌓여, 수술 후
상처 주변의 피부가 혹처럼 심하게 부풀어 오르는 환자도 있다. 때문에 본인이 켈로이드 피부를 가지고 있다면 개복수술 전 의사와 이에 대해
이야기를 충분히 나눠야 한다.
김병수 매경헬스 기자 [sskbss@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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