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하면 막연히 몸에 해로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 늘 방사선에 둘려싸여 있다.
방사선은 방사선
물질에서 나오는 입자나 전자기파로 α, β, γ선으로 나뉜다. 에너지 준위가 높아서 불안정한 물질이 안정한 물질로 변하기 위해 발산하는 큰
에너지를 말한다.
방사선은 에너지가 큰 만큼 인체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종류에 따라 성질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물질을 이온화시키는 ‘전리(ionization)’를 일으키는 것이 방사선의 특징이다.
이 전리로 인해 방사선이 인체에 조사되면
세포 내 DNA가 이온화되고 손상돼 돌연변이가 발생하거나 세포가 사멸하게 된다. 이 경우 유전적인 결함이나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DNA 손상 외에도 인체 내 물 분자를 전리시켜 수소 이온과 수산 이온을 생성한다. 수소 및 수산 이온은 인체 내 다른 분자들과
결합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다.
문제는 방사선이 소리·냄새·맛·모양·촉감이 전혀 없어 사람의 오감으로 감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위협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노출 여부를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방사선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늘 방사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우선 우주로부터 오는 방사선량만 해도 연간 약
0.3밀리시버트(mSv)에 달하고, 지면에 있는 천연 방사선 원소로부터 나오는 방사선량도 약 2mSv에 달한다. 지면으로부터 받는 방사선량은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고지대일수록 높아진다.
이란의 한 지방은 10mSv 정도의 방사선이 조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우리는 일 년에 약 2.3mSv 정도의 방사선에 늘 노출된 것이다.
이외에도 공기 중에 떠도는 방사선인 라돈이나 평소에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방사선이 포함돼 있다. 또한 X선 촬영을 포함해 의료용으로 받는 방사선량 0.8mSv를 포함하면 우리는 연간 평균 약
3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간 평균 3.5mSv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체는 많은 양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식욕감퇴·구역·피로 등의 급성기 증상을 거쳐 중추신경계 장애, 소화관 출혈, 조혈기관 기능
저하 등의 증상을 겪게 된다. 급성기 증상이 지났더라도 10년에서 30년 후에 백혈병이나 각종 암(갑상선암, 유방암, 폐암, 피부암 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임산부의 경우 유전적 장애아나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진다.
※ 일상생활에서 받을 수 있는 방사선량
공기 중 : 1.3mSv
지면 : 0.4mSv
우주로부터 : 0.35mSv
음식물 :
0.35mSv
위검사 X-선(1회) : 4.0mSv
가슴 X-선(1회) : 0.3~1.0mSv
낙진(핵실험으로 인한) : 0.04mSv
원전주변지역 거주 : 0.01~0.05mSv
국제선
항공여행(1회) : 0.07mSv
원자력 발전소(방사성 폐기물처분장) : 0.01~0.05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연간 최대 허용피폭선량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일반인은 5mSv, 방사선 작업 종사자에
대해서는 20mSv를 한도로 권고한다. 원자력 발전소 등에서는 작업자들이 작업장소의 방사선준위와 과거에 받은 방사선량을 확인하고 작업에
돌입한다. 또한 작업종사자들에게는 일반인보다 4배에 달하는 허용피폭선량이 선정돼 있지만 신체 각 부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기준 방사선 종사자에 대한 연간 선량한도
-전신, 조혈기관, 생식선 및 눈의 수정체 :
50mSv
-뼈, 갑상선 및 피부(몸통 및 머리 부위의 피부) : 300mSv
-손, 발, 팔 및 다리관절 :
750mSv
-기타 단일 장기 : 150mSv
※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기준 방사선구역 및 관리구역 수시출입자에 대한
연간 선량한도
-전신, 조혈기관, 생식선 및 눈의 수정체 : 15mSv
-뼈, 갑상선 및 피부(몸통 및 머리부위의
피부) : 30mSv
-손, 발, 팔 및 다리관절 : 75mSv
-기타 단일 장기 : 15mSv
방사선이 우리에게 늘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방사선의 에너지를 활용해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것은 암 치료 수단이 되기도 한다.
방사선치료는 방사선의 큰 에너지를 활용해 암세포의 DNA를 전리 시켜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1895년 빌헬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후 방사선치료는 외과적수술, 항암화학요법과 함께 3대 암 치료 요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방사선 치료 시에는 파장이 매우
짧고 높은 에너지를 가진 방사선을 활용한다.
우홍균 서울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방사선치료의 원리는 암세포와 정상 세포의
방사선 손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회복 속도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세포는 손상이 쉽게 회복되지 않지만 정상 세포는 대부분 손상이
빠르게 회복된다.
하지만 방사선에 손상된 정상 세포도 분명 영향을 받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방사선치료는 암세포에
충분한 양의 방사선을 조사해 사멸을 유도하면서도 주변 정상 세포에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방사선치료법이 현대적인
모습을 갖춘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대적인 방사선치료는 20세기 들어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선형가속기(코발트-60 원격치료기)가
개발되면서부터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선형가속기에서 조사되는 방사선량 분포를 중앙의 중심부 단면에서 2차원적으로만 계산해 조사할 수
있었다. 2차원적인 방사선치료법은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위해 많은 양의 방사선을 직접 조사할 수 장점이 있었다.
단점은 방사선
조사가 평면적으로 이뤄지고 정상 세포에도 암세포와 같은 수준의 많은 방사선이 조사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암세포와 함께 정상 세포의 사멸이 함께
이뤄졌고, 암세포가 중요 장기와 가까이 있을 때는 부작용이 컸다.
치료계획 및 치료과정이 간단해 방사선치료가 빨리 들어 가야 하는
응급상황이나 통증 완화를 위한 단기간 치료에서 주로 사용된다.
1990년대까지 사용되던 2차원 방사선치료법은 치료 장비와 전산
기술의 발달로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방사선치료 계획 수립과 전산 제어를 통한 방사선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법
방사선 치료법은 방사선을 암세포에
정확하게 조사하고 주변 세포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기존 2차원 방사선치료법은 방사선 조사가 평면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상 세포를 효율적으로 제외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단점을 극복한 것이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이다.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는 치료하고자 하는 암세포의 모양과 크기를 정밀하게 계산한 뒤 방사선빔을 암세포에만 정확하게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암세포의 모양과 크기 그리고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는 CT나 MRI 등 진단 기기에서 얻은 영상들을 활용하게 된다.
영상 기기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는 CT나 MRI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종양 부위와 정상 장기들을
정밀하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고 방사선을 조사하는 위치와 방향을 정확하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주변의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종양 부위에만 방사선이 조사되도록 해 종양의 모양과 거의 같은 방사선 분포를 갖는 3차원적 치료가 가능한 것이다.
방사선 수술의 경우 피부를 절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자의 부담이 줄어들고 수술 후 부작용과 합병증이 외과적 수술보다 적기 때문에
향후에 기술의 발전과 함께 많은 진화가 이뤄질 것으로 방사선종양학 분야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3차원 방사선치료는 종양 부위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에도 임상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이런 방법을 응용한 다양한 치료 장비들도
선보이고 있다.
◆ 토모테라피
토모테라피는 암세포에만 높은 방사선량을 조사하고, 정상 세포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대표적인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 의료기기이다.
토모테라피는 360도 회전하면서 나선형으로 방사선 세기를 조절해 암세포 주변
정상조직에 부작용 없이 암세포에 높은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다. 특히 토모테라피에는 CT가 부착돼 있어 치료 전과 후 매번 CT 자료를 통해
암세포의 위치를 확인하고,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로써 치료 시에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었는지, 변화가 없는지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토모테라피는 암세포가 산발적으로 동시에 존재하는 다발성암도 한 번에 모두 치료할 수 있다. 대부분 암에 효과적이지만 △전립선암
△뇌종양 △폐암 △두경부암에서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인다.
◆ 감마나이프
1951년 스웨덴의 라르스 렉셀이 최초로
개념을 도입하고 1967년 실제로 뇌 질환 치료에 사용된 감마 나이프는 뇌와 두경부 부분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의료기기이다.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 CT, MRI 등 영상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감마 나이프는 우수한 방사선치료기기로 호평을 받게 된다.
오차범위가 0.1~0.3mm 이하로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며 정상적인 뇌 부위를 손상시키지 않는 우수한 치료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종훈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감마 나이프는 두피나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방사선으로 머릿속의 병변을 치료하는 장비로
이미 세계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치료를 받아 가장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방사선수술 장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250개의 감마나이프가 설치돼 있고, 국내에서는 1990년에 처음 도입된 후 현재 13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
방사선치료에 대한 궁금증 Q&A
▪ 방사선치료는 말기 암환자를 위한 치료법?
방사선치료는 이미 가망이 없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이라는 오해가 있다. 물론 말기 암환자가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치료받기도 하지만 환자들의 60~70%는 수술 전, 후 보조적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 방사선치료 중 타인과 접촉은 괜찮은가?
방사선치료 중 발생된 방사선은 몸속에 들어와
종양에 영향을 주고 소멸돼 치료 후 몸속이나 옷 등에 남아있지 않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방사선의 영향은 주지 않는다.
▪ 주말에는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응급 상황에는 주말에도 방사선치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효과적인 방사선치료를 위해
통상 일주일에 5일간 시행하고 주말 동안에는 환자가 휴식과 회복할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 방사선치료를 받으면 모든 환자가
머리가 빠진다?
방사선치료의 부작용은 치료를 받는 부위에 국한되므로 탈모는 머리부위에 치료를 받는 경우에만 나타난다. 머리 부위를
치료받지 않으면 방사선치료로 인해 머리가 빠지지 않는다. 단, 탈모를 유발할 수 있는 항암제를 투여받으면 탈모가 올 수 있다.
▪
방사선치료 계획 후 방사선치료를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는 이유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방사선치료에 대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컴퓨터 작업을 통한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대개 수일에서 일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 방사선치료 기간 중 검사가
꼭 필요한가?
방사선치료가 들어가는 신체 부위에 따라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항암치료를 동시에 받는 경우
부작용은 더 심해질 수 있어 이를 사전에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처치해야 한다.
▪ 방사선치료 효과는 어떻게 판단하나?
일반적으로 방사선치료의 효과에 대한 판정은 방사선치료 1~2개월 후에 환자의 증사 호전 여부, 혈액검사, 내시경검사, 사진촬영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 방사선치료가 끝나면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아야 하나?
방사선치료를 마치면 치료 효과를
판정하거나 치료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 치료 종료 후 2년까지는 3~4개월, 2년이 경과되면
6개월 정도의 간격으로 외래에서 진찰하게 된다.
오영택 매경헬스 기자 [ogoon@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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