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 치료는 방사선 치료의 일종이다. 양성자는 원통형 가속장치인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해 빛 속도의 60%(1초에 지구를 4.5번 돌 수
있는 속도)로 수소원자의 핵(양성자)을 가속시켜 암 치료에 활용한다.
이렇게 가속된 양성자선은 몸속을 통과하면서 암 부위의 앞에
있는 정상 조직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다가 암 조직 부위에서 최고의 에너지를 쏟고 바로 소멸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는 양성자선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인데,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발산되는 지점을 ‘브래그 피크’라고 한다.
이 브래그 피크 후방의 정상 조직에는
방사선 노출이 없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브래그 피크가 생기는 지점은 빔 세기와 통과하는 물질에 따라 달라진다. 인체를 투과하는 양선자선
세기를 조절하면 암세포만 정확히 조준해 파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양성자 치료는 통과하는 경로에 있는 모든 조직에 손상을 주는
기존 방사선(X선) 치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같은 맥락에서 일명 ‘꿈의 방사선 치료’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 ‘핵’ 연구에서
시작된 양성자 치료
양성자 치료의 역사는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6년 미국 핵물리학자인 로버트 윌슨 박사가 최초로
양성자로 환자치료를 제안한 이후 1955년 미국 버클리방사선연구소에서 양성자 치료를 시작한데서 비롯됐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의료용이 아닌
핵물리연구소의 양성자 가속기가 치료 겸용으로 사용됐다.
일례로 1961년부터 2000년까지 하버드의과대학 부속병원인
메사추세츠종합병원은 연구용 양성자 가속기로 약 8,500명의 안구암(주로 맥락막 흑색종) 환자를 치료했다.
세계입자방사선학회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2년 12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43개 센터에서 8만 3,740명이 양성자 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성자 치료기가 병원에 설치돼 본격적으로 치료에 사용된 것은 1990년부터이다. 미국의 로마린다의과대학의료원이 그 해
처음으로 양성자용 회전조사대를 설치함으로써 본격적인 양성자 치료시대를 열었다.
현재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총 15개국, 43개
기관이 양성자 치료기를 이용해 각종 종양에 대한 치료를 하고 있다.
◆ 국내 유일 양성자 치료 시행하는
국립암센터
우리나라에서는 국립암센터가 유일하게 양성자 치료를 하고 있다. 2007년 도입된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기는 양성자 입자를
가속시키는 가속기와, 가속된 양성자 입자를 치료실로 전달하는 긴 통로(전달장치) 및 환자에게 양성자선을 쬐어 치료하는 치료실로
구성된다.
치료실은 회전식 2기, 고정식 1기 등 모두 3기로 이뤄져 있다. 회전식 치료실은 환자가 눕는 치료대와 그 둘레를
360도 회전하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암조직을 정밀 조준해 양성자선을 쬐도록 하는 직경 3m, 무게 200t의 원통형 철제 구조물인 갠트리로
구성돼 있다.
고정식 치료실은 환자가 의자에 앉아서 회전하지 않고 고정된 위치에서 양성자선을 쬐게 되며, 주로 뇌종양, 두경부암,
안구암 등 치료에 사용된다. 또한 양선자선의 생물학적, 물리학적 효과 및 새로운 응용법을 개발하기 위해 1기의 실험실을 갖추고
있다.
◆ 다른 장기에 퍼지지 않은 고형암에 효과
양성자 치료는 일반적으로 기존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 있으나, 다른 장기 등으로 퍼지지 않은 상태로 특정 부위에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는 암(고형암)에 효과가 가장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은 폐암, 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직장암, 두경부암 및 전립선암 등의 치료에 이용될 수 있다.
특히 소아 고형암
환자는 신체 기관이 미성숙해 방사선에 의한 부작용이 성인보다 더 심각할 수 있어 그 부작용을 경감시키기 위해 양성자 치료가 사용될 수
있다.
초기 폐암 및 간암, 전립선암, 안구 안쪽의 막에 생긴 암(맥락막 흑색종), 뇌나 척수에 생기는 척색종 등의 경우 수술 대신
양성자 치료를 통해 장기를 보전하면서 치료할 수 있다. 다양한 연조직 육종, 망막 모세포종 등 기존 방사선 치료가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낼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에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양성자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전이암의 경우 양성자 치료를 하더라도 다른 부위에서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 완치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발성 전이로 심한 고통을 받는 환자의 경우에는 다양한 이점이 있다.
양성자
치료는 여러 부위에 동시에 치료해도 치료에 의한 후유증이 전혀 없어 여러 부위를 차례로 치료하는 데 따른 치료기간을 줄일 수 있고, 전신 상태가
많이 약해진 전이암 환자에서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다만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 혹은 전신질환에 속하는 암은 양성자
치료대상이 되지 않는다.
◆ 부작용 적으면서 치료 효과는 우수
양성자 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은 임상을 통해 확인됐다.
1990년 치료용 양성자치료기를 최초로 도입한 미국의 로마린다대학이 15년간의 양성자 치료성적을 종합 분석할 결과에 따르면 양성자 치료는 일반
방사선 치료보다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까닭에 방사선종양학 분야 전문가들은 “향후 양성자빔을
조율하는 치료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암 치료에 대한 양성자빔의 적용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성자 치료는 암
부위를 정확하게 조준해 에너지를 쬐기 때문에 매우 안전하며, 식욕부진, 설사, 두통 등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대부분
환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 기존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들보다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지게 된다.
치료과정은 매우
신속하며 고통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양성자 치료를 받는 시간은 1회 약 20~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실제 양성자선이 환자에게 쬐어지는 시간은
2~3분에 불과하다. 환자를 치료대 위에 위치하도록 해 고정시키는 작업이 15~20분 정도 소요된다.
치료비는 크게 치료계획비와
치료비로 구분되는데, 그 비용은 난이도에 따라 치료계획비가 400~800만 원, 1회 치료비가 60~80만 원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치료계획비를 포함해 1인당 평균 1500~3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비싼 비용이지만 현재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최신 방사선
치료 혹은 항암 치료 비용에 비하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한 수준이다. 또한 2011년 4월 1일부터 만 18세 미만의 소아암 환자 중 뇌종양,
두경부암(안면부 포함), 중추신경계통 종양에 대해 양성자 치료를 하는 경우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
국립암센터는 총 3기의
양성자 치료기 중 첫 번째 회전식 치료기는 2007년 3월 19일부터, 두 번째 회전식 치료기는 2007년 7월 10일부터, 2009년 6월부터
고정식 치료를 가동해 단계적으로 양성자 치료 건수를 확대하고 있다.
2013년 3월 3일 현재 세 군데의 치료실에서 총 109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양성자 치료가 실시됐다.
◆ 양성자 치료기 국내 도입 잇따라
양성자의 암 치료 효과가 입증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천억 원 대를 호가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양성자 치료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의료기관들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삼성서울병원이다. 이 병원은 올해 4월 암병원 출범과 함께 오는 2015년 차세대
양성자치료기 도입을 선언했다.
차세대 양성자치료기는 현존하는 최고 사양으로, 고형암은 물론 기존 방사선 치료로는 효과를 내지 못했던
안구암 및 뇌, 척수의 척색종에도 강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이 도입하는 양성자 치료기는 기존 양성자 치료기 중
가장 정교한 것으로 평가되는 세기 조절 양성자치료법이 탑재될 예정이며, 영상유도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콘빔 실시간전산화단층촬영장치가
설치된다.
또한 첨단 로봇 치료대를 설치해 정밀한 위치 오차 교정이 가능하고 다양한 환자치료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다엽콜리메이터를 장착해 갑작스러운 환자의 치료계획 변경에도 즉각 대응이 가능한 최신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종양을 정확하게 추적해 치료하는 호흡동조치료시스템 등의 치료 보조장치가 모두 적용되는 최첨단 시스템으로 구성돼 치료의 정확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병원은 현재 지상 6층, 지하 4층 연면적 1만4445㎡(4,369평) 규모의 양성자 치료센터를 짓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외에도 여러 국내 의료기관들이 양성자 치료기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어, 향후 국민들이 보다 진일보된 양성자
치료기술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호 매경헬스 기자
[kkh851211@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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