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래 씨(73)는 아침에 일어날 때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눈앞에 형광등이 번쩍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다. 또 의자에 앉았다 일어날 때도 눈앞이 하얘지면서 정신이 혼미할 때도 있다.
김씨는 "몸에 큰 질병도 없는데 이러다 큰일이라도 생길까봐 겁이 난다"고 하소연한다.
김씨처럼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앉은 자리에서 일어날 때처럼 체위 변환에 의해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경우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일반인들은 웬만한 체위 변화에 의해 혈압이 변하지 않거나 약간 올라가는 양상을 보이지만 `기립성 저혈압`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생활 속 체위 변환만으로도 혈압이 떨어져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주로 눈앞이 하얘지는 경험을 하거나 머리가 어질어질한 느낌을 받아 그 자리에 주저앉는 일도 있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운 자세와 선 자세에서 혈압 차이를 비교해 누워서 잰 혈압보다 일어나서 2분 후에 잰 혈압이 20㎜Hg 이상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눕거나 앉은 상태에서는 하지에서 심장까지 혈액이 도달하는 데 중력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지만 갑자기 일어서게 되면 하지에 몰린 혈액이 심장으로 들어가는 혈류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심장에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부선희 서울시 북부병원 신경과 과장은 "기립성 저혈압은 노인의 실신 원인 중 3분의 1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며 이로 인해 낙상하면 골절이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부 과장은 "평소 혈압약이나 이뇨제, 항우울제 등을 장기 복용하거나 당뇨ㆍ알코올 등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 등이 있는 경우 어지럼증이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년층은 평소 만성질환으로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일이 많아 기립성 저혈압에 노출되기 쉽다. 약물에 의해 어지럼증을 느끼면 전문의와 상의해 약물을 대체하거나 잠시 끊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 누워 있거나 앉은 자세에서 일어날 때 갑자기 일어나지 않고 천천히 일어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잠을 잘 때 머리를 15~20도 이상 올린 상태로 자면 이른 아침에 저혈압 증세가 잘 나타나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식후에 저혈압 증세가 나타나면 식사를 소량씩 수회 나눠 하고 과도하지 않을 정도의 짠 음식도 도움이 된다. 낙상에 의한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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