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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의 장/게시판

[스크랩] `30일간의 힘겨운 사투` 금연일기 엿보기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9. 26.

 

<금연시작 2주전>

 

오늘도 여전히 등의 담이 걸려 몸을 움직이는데 오만 인상이 써진다. 요즘 새벽까지 일하는 것을 밥 먹듯 하다 보니 몸이 견뎌내질 못하는 것 같다. 평소 1갑 반 정도이던 담배가 요즘처럼 늦게까지 일하는 날이면 곱절인 3갑도 더 피운다. 환장할 노릇이다. 피곤한 몸을 담배로 이겨내려는 내 자신이 안쓰럽다. 이놈의 담배로부터 해방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 8개월 정도 금연했을 때를 회상하면서 금연의 당위성을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달력을 보았다. 12월 1일 이날로 D-DAY를 잡았다.


<금연 10일전>

 

4일간 감염법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나에겐 역시나 도로아미타불이다. 10일 뒤면 금연시작일인데 갈수록 마음이 조급해진다. 의지의 한계인가? 저녁 식사 후 할 수 없이 약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패치를 하나 샀다. 7개가 들었는데 13,000원이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잠자리 들 기전 담배한대피우는 버릇을 고쳐야 된다는 생각에 패치하나를 왼쪽 팔에 붙였다. 2시간 후 잠이 안 온다. 긴장을 한 탓인가? 왼쪽가슴의 심박수가 갑자기 빨라짐을 느낀다. 붙였던 패치를 떼어내 오른쪽 엉덩짝에 쩍-하니 다시 붙였다. 이젠 좀 편안하니 살 것 같다.

 

<금연 2일전>

 

패치를 붙여보려 했으나 속이 울렁거려 견디지를 못하겠다. 4분의 1로 가위로 잘라 양을 줄였는데도 불구하고 속이 미식 거려 본의 아니게 하루는 의지군이 되었다가 하루는 패치군이 되었다가를 반복한다. 남은 4장의 패치가 너무 아깝지만 버리자니 그렇고 먼 훗날 일어날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고이 간직하리라. 오늘 담배 량을 3개비로 줄였다. 평소에 괜찮던 잇몸이 시리고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 마시는 것도 불편하니 내일은 치과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의 오랜만에 월차를 냈다.

 

<11월 30일>

 

드디어 내일이 D-DAY다. 아침 식사하고 다른 날과 똑같이 담배를 태웠다. 치과를 가야된다는 생각에 이를 구석구석 10분도 더 닦았다. 거울 보며 내 자신에게 한마디 한다. “무식한 놈! 평소에 좀 잘하지.” 치과 20m전 오랜만에 치과를 방문한다는 생각에 입 냄새가 나지 않은지 손바닥의 입김을 불어 확인해 본다. 이 닦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가그린을 샀다. 입안 헹구기를 2~3번 반복 어느새 가그린 량이 반으로 줄었다.

 

의자의 누워서 아~하고 입안을 벌렸다. 나의 더러운 입안을 보인다는 자체가 갑자기 수치스러웠다. 남자 의사선생님인데도 불구하고 얼굴이 화끈거려 죽겠다. 치과에서 스케일링과 잇몸치료를 받는 내내 내 자신이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치과에서 나오자마자 담배를 찾았다. 부끄러움의 어쩔 줄 모르던 내 모습이 한심하여 담뱃갑을 손으로 짓이겼다. 내 지금 이시간이후로 금연하리라.

 

<금연 2일차>

 

아침 업무회의 중에 사람들을 바라보니 내 눈앞이 뿌옇다. 사람들이 보이지도 않는데다 내말이 가늘게 떨리기도 하는 것 같고 회의 내내 식은땀이 흐른다. 머리가 뜨끔거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고 눈에 뭐라도 낀 것처럼 사물이 제대로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회사에서의 첫날, 그래도 맘 굳게 먹고 첫날도 못 견디면 인간도 아니지 하며 버텼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잔기침과 가래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모습을 보고 몸이 안 좋으면 집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란다. 아~가득이나 어제 쉬어서 일은 산더미같이 밀려있고만! 아침 회사 출근 전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했기 때문인지 니코틴 부족으로 담배생각이 간절하여 안절부절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견딜 만하다.

 

저녁 8시 업무를 일찍 마치고 운동을 하러 갔다. 1시간 30분 동안 미친 듯이 달리고 걸었다. 샤워 후 금연길라잡이에 접속했다. 헉! 5년만의 접속이라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몇 번의 오류. 헛웃음밖에 안 나온다. 결국 아이디를 새로 만들었다. 실명이 아닌 일기당천이란 닉네임으로.일기당천. 한명의 말을 탄 사람이 천명의 적을 당해 낸다는 뜻으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금연 목표를 천일로 잡고, 이왕 마음을 먹었으니 꿈이라도 크게 꾸어야 되지 않을까? 공감마당에 가입인사를 했다. 얼굴은 모르지만 몇몇 분들이 댓글로 환영해주니 기분이 좋다.


<금연을 하던 어느날>

 

아침에 이를 닦으려고 칫솔을 무니 혓바닥 옆에 혓바늘이 돋아 칫솔이 닿을 때마다 무척이나 아프고 신경 쓰인다. 담배를 잊으려 평소에도 마시지 않던 녹차를 오늘만 벌써 10잔 이상을 마신 것 같다. 무슨 물먹는 하마도 아니고 물도 2리터짜리 2병이나 마셨고 만. ㅋㅋㅋ 오늘도 여지없이 어깨가 결린다. 왼쪽 가슴도 콕콕 쑤시고 아프다. 담배 진이 빠지기 시작하는 현상이라고 긍정적으로 인식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순간순간 흡연욕구가 들어 그것을 참느라 정신이 없다.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서 산책으로 저녁시간을 보낼 생각을 해본다. 이번에 금연 성공 못하면 영원히 못 할 것 같다.내 인생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버텨 낼 것이라 다시 한 번 다짐을 해본다. 내일이 주말이라고 인식을 하자 갑자기 기분이 상쾌하고 즐겁다. 순간적인 감정기복 이게 병일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금연을 하던 어느날>

 

오늘은 친구들과 한 달에 한번 갖는 계모임이다. 채식을 하는 나에게 있어 한 달에 한번 고기 먹는 날로 인식되는 유일한 날이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3달 동안 참석을 못해서 그런지 모두들 반갑다고 성화다. 파절이에 고기를 싸먹어야 정석인데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난 밥과 파절이, 밑반찬으로 공깃밥 4개를 먹었다. 한그릇당 3숟가락이면 없어지는 양이 적은 공깃밥이 원망스럽다. 배를 채우니 너나없이 밖으로 나가 담배를 태운다. 따라 나갔다 친구가 담배를 권한다.

 

담배를 끊어 보려고 노력중인데 요즘 금단현상으로 너무 힘들다고 푸념을 하니 이 녀석들 "꼭~ 금연 성공해"라는 말과 함께 너나없이 나에게 담배연기를 품어댄다. 그러나 아~이놈의 담배연기가 싫지가 않고 구수하다. 미치고 환장하겠다. 잠깐 가게 좀 갔다 온다고 하고 가게 주변 동네를 몇 바퀴 배회하며 금연의지를 다시 다짐한다. 계속된 새벽까지의 술자리와 간접흡연으로 머리는 아프고 옷은 담배냄새가 진동하지만 오랜만의 친구들을 위해 대리운전기사 역할로 집까지 이 녀석들 데려다주니 너무 행복해 한다. 나도 기분 좋다.

 

<금연을 하던 어느 날>

 

몸 안 구석구석 벌레가 기어 다니는 기분이다. 특별히 피부에서 두드러기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몸속에 피가 통하려는지 온몸이 가렵다. 가뜩이나 금연의 반신욕이 좋다고 하여 1주일의 반 정도는 새벽마다 사우나를 가는데도 불구하고 가려움증은 계속된다. 혓바늘은 2~3일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하고 있고 허리, 두통, 목 등 몸 여기저기 아직도 아프지만 첨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염려하고 염려하던 일이 드디어 터졌다.


집중하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건만 나의 업무실수로 회사의 피해를 주었다. 금전적인거야 둘째 치고 일정이 너무 없는 아이템을 실수했다. 순간 머리에서 스팀이 펄펄 끊는다. 마음을 진정하고 업체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일정 좀 늦추자고 사정사정한 끝에 3일을 연기했다. 오늘같이 업무 실수하는 날 무척 담배가 그립다는 생각이 순간처럼 스쳐지나간다. 무엇인가 담배 대용으로 할 만한 것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퇴근길 은단을 사러 약국의 들렸다. 금연초를 한 갑사서 피워볼까? 순간 고민했지만 5년 전 한번 경험해본 결과 그건 아니라고 머리를 흔들었다. 파이프 모양의 금연보조제가 눈에 들어온다. 약국에서 나오자마자 뜯어서 담배처럼 힘껏 몇 번을 흡입하고 내쉬기를 반복 하였으나 입맛만 버렸다. 공원에 앉아 넋을 놓고 은단을 몇 알 입안에 털어 넣고 파이프를 쪽쪽 흡입을 하니 조금은 나아진 느낌이다. 순간 이런 내모 습이 너무 추접스럽고 비참하다. 공원에 앉아 요즘 나의 모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너무 조급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내모습. 마라톤을 하듯 천천히 뛰어야 하는 놈이 100m 달리기 하듯 전력 질주하고 헉헉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지금 이 시간부턴 약간은 여유 있게 삶을 살아가고 싶다. 오늘보다 더 많은 담배의 유혹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내 자신에게 소리쳐본다. "넌 왜 이렇게 나약한데! 정말 이정도의 의지력밖에 안 돼? 그러니까, 지금 이 모양 이 꼴 밖에 안 되는 거 아니야! 너 임마 할 수 있잖아~~ 짜식 약한 척 하기는! 푸하하하하. 크게 웃고 잊자! “

 

<금연30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금연 30일. 금연첫날 니코틴 부족현상으로  마음이 불안하거나 걱정스러워서 한군데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던 시간들, 집에선 잠이 안와 불면증에 시달리다가도 직장에선 시도 때도 없이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다 직장동료 눈치 보던 시간들, 직장 스트레스가 밀려올 때 한가치 필까말까 정말 처절하게 방황하다가 그동안 금연한 시간이 너무 아까워 약국에서 금연보조제를 사서 입안에 은단 몇 개 털어 넣고 담배 대용으로 처량하게 쪽쪽 빨던 시절, 불안, 초조, 집중력감퇴, 신경과민, 식욕증가, 두통, 기침, 가려움 등의 금단증상으로 괴로워하고 힘들어 강과 운동장등 장소와 상관없이 막무가내 정신으로 무식하게 무작정 뛰고 걷던 시간들. 비웃는 사람들이 있을지는 몰라도 이모든 현상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한 달을 무사히 지낸 지금 제일 행복하다.

 

안녕하세요. 따스아리 담당자 입니다. 이 글은 금연을 시작 한 후 자신의 과정을 일기로 작성 한 일기당천 님의 글입니다. (금연길라잡이)  현재 많은 분들이 금연길라잡이 공감마당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또 금연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금연길라잡이(http://www.nosmokeguide.or.kr/)를 방문하셔서 도움 받아보세요. 많은 분들이 금연에 동참하고 또 성공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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