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짐만 풀어 놓고 저희는 바로 비스크로 출발합니다. 노보에서 비스크까지는 450km. 대략 7시간쯤 걸릴겁니다. 그러니까 음...저녁 7시 이후에나 비스크시에 도착할 수 있겠군요.
새벽 세 시에 일어나서 네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러시아로 날아오고, 다시 숨 돌릴 틈 없이 7시간을 자동차로 이동하는 이런 일정은 고달프지만 이제는 습관이 되어 그려러니 합니다.
(노보시 교외에 있는 "다챠"들의 모습)
비스크에 가기 전 우리의 운전기사 야로슬라보가 잠시 자기의 집에 들렀습니다. 다챠라고 불리는 별장인데, 러시아는 도시에 사는 사람 거의 대부분이 교외에 이런 ‘다챠’라고 불리는 별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교외로 나와 농사도 짓고 휴식도 하고... 단순히 국민소득을 논하기 전에 이런 인간다운 삶과 복지형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잠시 들렸을 뿐인데도 야로슬라보의 삼촌이라는 분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삼촌이 꼭 보여줄 것이 있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토끼였습니다. 토끼 한 마리를 마치 강아지처럼 줄에 매어 기르고 있었는데 그놈...관상을 보니 성질이 한 강아지 하게 생겼습니다 ^^;)
이제 본격적으로 비스크를 향해 갑니다. 말씀드렸지만 시베리아는 모두 평원입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광막한 평원. 그러므로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같은 풍경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 분도 이제 그 똑같은 풍경을 반복해서 보시겠습니다^^.
(러시아 평원. 우랄산맥 동쪽으로, 알타이 산맥 북쪽으로 스타보노이 산맥 서쪽까지 이렇습니다. 남한의 열세 배!)
제가 처음 러시아에 와서 세베르 바이칼(바이칼호 최북단의 작은 도시)까지 기차를 타고 갈 때의 일입니다. 2박3일(40여 시간이었습니다)간을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가게 됐는데, 어디를 둘러보아도 광막한 평원이고 같은 풍경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자고 일어나도 또 같은 풍경인 겁니다.
도대체 고개를 돌려 무얼 바라본다거나 방위를 가늠하는 일이 무의의한 이 상황. 너무도 놀라웠습니다.
러시아 평원의 느낌이 어땠느냐고요?
전 광활한 평원에 서면 마음이 시원할 줄 알았습니다. 툭 터진 시야에 광활한 대지.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습니까?
그런데 막상 서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한없이 답답해왔습니다. 너무도 막막한 풍경 앞에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 어디에도 기댈 데가 없이 세상에 나 홀로 있는 듯한 느낌.
그 답답하고 외로운 느낌. 이해하시나요.....
우리는 모두 어디엔가 기대고 삽니다. 마음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우리는 결코 어른이 될 수 없는 어린 아이와 같은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광막한 시베리아의 평원이 그걸 일러줍니다.
철들어라. 독립한 인간이 되어라. 외로움이 너다......
(시베리아에도 물론 산과 언덕은 있습니다. 가장 높은 것이 해발 100m쯤 된다네요)
제가 러시아에 처음 와서 세브르 바이칼에 기차를 타고 갈 때의 일입니다. 4인실을 끊었는데 저희 일행은 3명. 그러므로 한 자리에 40대 중반의 러시아 사람이 같이 타게 되었습니다.
처음 문간에서 만났는데 손을 척 내밀며 저에게 “@$#%&%!”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나이스 투 밋츄...어쩌구......”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 표정이 좀 일그러진데다가 저도 러시아 말을 모르니 어색한 채로 손을 놓고 제 자리로 올라갔더랬습니다.
여기서는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나면 악수를 하며 자기 이름을 대는 게 관례랍니다. 근데 저는 그걸 몰랐으니... 우리 대화를 러시아 번역기에 넣어 다시 돌려보겠습니다.
러시아인 : “나, 미하일”
이상한 동양인 : “$%#@*&^%&$#&^!@*^&#@!%$.....%$#!”
그 러시아인이 저 없을 때 우리 일행에게 그러더랍니다. “하...그 친구 이름이 얼마나 긴지 외우기는커녕 다 듣지도 못 했어”
여행에서 이런 실수는 자주 발생합니다 --;.
(성신의 샘. 오른쪽에 러시아 정교회 십자가가 보입니다만 이것은 모양이 특이하게 변형된 것이고, 원래는 아랫쪽 십자가 크로스가 비스듬하고 짧게 하나 더 있는 형태입니다.)
가다가 “성신의 샘”이라는 곳에 잠시 들러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갑니다. 하느님이 파주신 샘물이라 물맛이 아주 좋다는 군요. 먹어보니 시원하고 담박합니다. 물이 좋으니 물 뜨러 오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도 여러 통 떠서 가는 길에 먹을 겁니다.
(러시아정교회 성직자들)
그래도 오늘따라 사람이 유난히 많은데다가 야외 미사도 있어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오늘이(6월 13일) 바로 부활절 50일이고 기념 미사를 드리는 날이라는군요.
성신의 샘에서 만난 일가족입니다. 저 다인승 오토바이!. 이차대전 영화에서 자주 보던 것 아닌가요^^.
그런 것이 아직도 굴러다니는 곳이 러시아고,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저렇게 즐거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러시아적 삶입니다. 행복은 물질에 있지 않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또 가다가 점심을 먹습니다. 러시아의 첫 식사. 길 가의 조그만 카페인데 저희가 자주 애용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에서 카페는 찻집이 아니고 정식 레스토랑과 간이식당의 중간쯤으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샤슬릭 굽는 모습)
정식 레스토랑에 가면 양식 종류의 훌륭한 음식들이 많지만(많이 비쌉니다) 일반 서민의 음식은 그리 다양한 편은 아닙니다. 혁명 전 러시아가 농노의 나라였음을 기억하시면 이해가 빠르시리라 생각합니다.
서민에게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진 음식이라면 “샤슬릭”을 들 수 있겠습니다. 고기를 쇠꼬챙이에 꿰어 불에 구운 음식을 말하는데 어떤 고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샤슬릭을 굽던 마음씨 좋아보이는 아줌마)
러시아에서는 중국을 “기타이”라고 부르는데, 중국 혹은 몽고가 러시아에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샤슬릭 외에 가장 보편적인 음식이 또한 “만뚜비”라고 불리우는 만두요리라는 점도 그렇고, 식사 시 반드시 함께 하는 차를 “차이”라고 부르는 점 또한 그렇습니다.
제가 오늘 시킨 이 “블린”이라는 음식도 메밀 혹은 밀가루를 얇게 부쳐낸 것인데 우리나라의 전과 너무도 흡사합니다. 제가 시킨 이 블린 속에는 우유와 버터의 중간 단계쯤 되는 “스메타나”가 들어 있습니다. 맛은 뭐....상상하시는 대로입니다^^.
야채 샐러드와 까레이스키 샐러드. 오른쪽의 붉은 당근채 무침이 까레이스키 샐러드입니다. 러시아 전역에 아주 유명한 음식인데 당근을 채썰어 식초와 소금에 절인 것입니다.
아마도 러시아에 온 한국인들이 고향생각하며 만들어 먹던 음식인가봅니다. 한국식 반찬들이 러시아에 정식 음식으로 얼마나 많이 정착되어 있는지 앞으로 자주 보실겁니다.
(어딜 가나, 안 시켜도, 앉기만 하면 나오는 빵)
다른 건 다 그런데.... 물 한 잔도, 빵 한 쪽도, 심지어 케첩 조금도 공짜가 없다는 것만은 유럽형입니다. 가격은 무얼 먹느냐에 따라 많이 다른데 대략 일 인 당 3천 원에서 만 원 사이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먹었으니 또 부지런히 가야합니다. 지금 시간이 세 시 반인데 아직 절반밖에 못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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