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러시아로 갑니다.
노보시비리스크 행 비행기의 출발시간이 예전보다 한 시간 빨라지는 바람에 우리의 기상시간도 덩달아 한 시간 빨라졌습니다. 6시 50분 비행기에 새벽 세 시 기상.
사실 저는 네 시에 일어나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미스터 차가버섯’님의 생각은 다릅니다.
만사불여튼튼. 일은 그렇게 하는 건가 봅니다.
그런 점이 바로 저와 ‘차가버섯’님의 차이이고, 현재 왜 제가 이 모양이 됐는지를 설명해주는 증거 되겠습니다. 졸린 눈 비벼 뜨며 반성 하겠습니다 --;.
(북경공항 3터미널. 언제 봐도 예쁩니다. 잠 덜 깬 주인 따라 초점도 흔들리네요)
북경에서 러시아 노보까지는 비행기로 약 4시간 정도 걸립니다. 이 네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가는 동안 장대하게 펼쳐지는 알타이산맥의 풍광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알타이는 우리의 본향이니 더욱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미스터 차가버섯’님 덕분에 남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하는 관계로 창가 좌석은 항상 저의 몫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구름이 끼었군요. 사진을 찍을 수 없으므로... 음 ... 지난 번 겨울 때 찍어 놓은 사진을 대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알타이 산맥은 몽고에서 시작하여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경계를 따라 2천 킬로미터를 흘러갑니다. 한 겨울에 보는 설경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노보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노보시비리스크에 도착합니다. 노보는 ‘뉴’란 뜻이고 ‘시비리스크’는 시베리아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노보시비리스크는 새로운 시베리아 도시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1910년대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건설로 태어난 이 노보시는 인구가 백만 명으로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노보시를 관통해 흐르는 오브강. 멀리 북해를 그 종점으로 합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세계에서 제일 큰 나라라는 것은 알고 계시나요? 면적이 1,710만 제곱킬로미터로 중국보다 거의 두 배나 큽니다.
시베리아는 러시아 전체 면적의 77%. 혹시 우리나라의 면적은 알고 계시나요^^.
(저멀리 펼쳐지는 시베리아평원)
시베리아 평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여러 분이 시베리아를 무서운 유형지로 생각하시든 불모의 동토로 생각하시든 시베리아를 특징짓는 한 마디는 ‘평원’입니다. 그 광막한 평원.
남한의 면적은 10만 제곱킬로미터. 시베리아는 남한보다 열세 배 큽니다. 그리고 시베리아 평원은 전 세계 평원의 10%를 차지합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노보공항 터미널 A)
드디어 러시아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북경과 노보의 시차는 2시간이지만 러시아가 서머타임을 시행하고 있는 관계로 시차는 1시간.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저희는 25시간을 살아야 합니다.
아직도 하루는 24시간뿐이라고 주장하시는 분이 있다면, 저희가 지금 증명해 드리고 있는 상대성 이론을 따라 견해를 바꾸시기를^^.
(공항에서 합류한 스베타와 야로슬라보. 스베타는 키르키즈스탄에서 날아왔습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던 스베타와 합류합니다. 스베타는 고려인 2세로 러시아 연방 시절 상트페테르브르그에서 대학을 나오고 공무원으로 발령받아 일하던 엘리트였습니다.
비즈니스 관계로 약 20년 전 ‘미스터 차가버섯’을 만나 지금까지 함께 일하는, 칼날 같은 성격의 그러나 정직하고 인간적이며 한국을 사랑하는 믿음직한 러시아 파트너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러시아에 머물 동안 우리가 이동하는 곳이면 어디나 자동차로 우리를 모셔줄 야로슬라브.
(러시아에 있는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 준 프리우스. 근데 이차...연비가 28km 이상 나갔습니다)
러시아에는 택시나 렌트카 산업이 그리 발전해 있지 않고 가격도 매우 비쌉니다. 그래서 자가용으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누이 좋고 매부 좋아 잘 하면 괜찮은 사업이 되는 모양입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도요타 신형 프리우스를 구입한 것만 보아도 그의 사업이 번창 중임을 알 수 있겠습니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
이제 우리의 숙소로 갑니다.
이쪽은 차선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 년의 절반 이상을 눈 덮인 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면 당연한 일입니다.
보시듯이 차선이 없어도 알아서 잘들 해 갑니다. 차선 없다고 사고율이 더 높다든가, 잘 싸운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저는 들어본 바 없습니다.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집. 2층은 저희를 위한 겁니다)
우리가 묵을 숙소입니다. 저희가 시베리아에 오면 톰스크, 비스크 등 여러 곳에 가야하는데, 어디를 가든 다시 이 노보로 돌아와서 가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저희의 베이스 캠프는 노보가 됩니다.
(거실의 모습입니다)
호텔을 이용하면 편하지 않은가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여기의 호텔이란 것이 우리의 장급 여관만도 못한데다가 매우 비싸고 또 자주 여기 저기 이동해야 하는 저희의 업무 상 그 때마다 모든 짐을 싸들고 다닌다는 것도 몹시 불편한 일입니다.
이 모든 불편을 감수한다 하더라도 호텔에서는 우리가 먹고 싶은 음식을 해 먹을 수 없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나에게 배정된 방. 스위트룸입니당)
그러나 각자의 방과 모두 모일 수 있는 거실과 우리의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주방이 존재하는 이 집. 어느 호텔이 이런 편의를 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2층은 세르게이 부부가 우리를 위해 지은 것입니다. 믿어지시나요?
매번 우리를 친척처럼 반가이 맞아주는 사람 좋은 세르게이, 류바 부부와 저희가 인연을 맺은 것은 오래 전의 일입니다. 두 사람이 열렬한 한국의 팬이 된 것은 물론입니다.
(집 뒤뜰에 있는 밭)
곡물회사에 다니다가 은퇴한 성실하기 그지없는 세르게이씨는 지금은 회사 경비원으로 일하며 새벽이면 일어나 지하에 있는 염소들을 돌보고 출근을 합니다.
연금과 경비원 임금, 몇 마리 염소들에게서 나오는 수입(연금만큼 된다는 군요!. 연금이 적은건가 염소들 수입이 많은건가...) 그리고 이렇게 가끔 저희같은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수입으로 사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군요. 말하자면 중산층인 셈입니다.
우리가 무얼 만들 때마다 밭에서 뽑아 온 야채들을 전해주곤 하는 부인 류바는 이 작지 않은 농사를 주로 책임지고 있는데 그 솜씨가 웬만한 농부 못지않습니다.
(안주인 류바와 스베타...이 류바 아줌마... 조금만 신이 나면 앨범을 한아름 들고 옵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다 들어주고 본 앨범 또 봐줘야 합니다)
(이곳은 겨울이면 저희가 애용하곤 하는 이 집의 사우나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그 유명한 러시아의 사우나를 잠깐 소개해 드리도록 할까요.
친구들끼리 뜨거운 사우나에 앉아서 땀을 흠뻑 흘리다가 견디기 힘들어지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영하 30도의 눈 속에 벗은 몸을 던지는 그 맛 ! 그리고 나서 마시는 보드카 한 잔의 맛 ! 오, 예~
바로 그 것이 러시아 사우나의 참맛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저 둥근 통에 물을 가득 넣은 다음 ...
저 네모난 통에 가득 담겨있는 돌멩이들이 아주 뜨거워질 때까지 불을 때줍니다.
돌이 다 달구어지면(당근 물은 끓구 있구요) 옷을 벗고 사우나를 하는데 돌멩이에 물을 뿌리는 정도로 온도를 조절합니다. 물을 뿌리면 수증기가 확~ 일어나 온도가 더 높아지는 겁니다.
이건 자작나무 잔 가지들을 모아 묶은 것인데 사우나를 하면서 온 몸을 두드려주는 도구입니다. 그렇게 하면 혈액순환이 촉진되어 피로가 빨리 풀린답니다. 해 보면 자작나무 잎사귀가 몸에 막 달라붙고 그럽니다.
아뭏튼 우리나라 사우나와는 방식도 다른데다가, 엄동설한에 벌거벗은 채 문 밖에 쌓여 있는 눈속으로 뛰어드는 재미도 남달라 한 번쯤 경험해 볼만합니다.
에궁. 어찌하다보니 여행기가 아니라 사우나 소개기가 돼버렸네요. 이제 일하러 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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