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산재판정 받기 ‘하늘의 별따기’
법정 발암물질 세계기준과 큰차
작업환경·질병연관 입증 어려워
최근10년간 승인건수 13%그쳐
20년간 배터리 제조공장에서 일한 A(48)씨는 2007년 치질 수술 뒤 지혈이 되지 않자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백혈병’이라는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그는 작업장에서 납과 황산 등 유해물질에 오랫동안 노출된 탓에 생긴 암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업성 암(산재)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역학조사에서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벤젠, 비소 같은 발암물질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요양승인 신청을 기각당했다. 황산 등이 검출되긴 했으나 국내 기준상 발암 물질이 아니라는 답변뿐이었다.
화학 공장에서 16년간 근무한 B(54)씨는 2006년 폐암진단을 받았다. 산재신청이 거절되자 B씨는 소송을 내 승소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숨졌다.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 따라 근로자들이 발암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게 늘었으나 직업성 암 판정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고 어렵다. 법정 발암 물질이 선진국 기준에 비해 턱없이 적다 보니 작업환경과 질병 간 인과 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6일 근로복지공단 등에 따르면 2000∼09년 산업재해 판정이 끝난 1933건 가운데 승인된 건수는 253건(13.1%)에 그쳤다. 2000년부터 줄곧 9∼18% 구간에 오르내리고 있을 뿐 일반 암 환자 발생 추이와 달리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암 환자는 2005년 38만6385명에서 4년 만에 09년 62만1402명으로 60% 증가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직업성 암환자 인정비율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민간기관 분석결과 프랑스와 영국, 독일은 2003년 기준으로 추정 직업성 암환자 대비 각각 9.0%, 8.3%, 12.9%가 산재 인정을 받았지만, 우리나라는 2007년 자료상으로도 0.1%에 그쳤다.
근로복지공단이 직업성 암을 잘 인정해 주지 않는 건 국내 법정 발암물질이 세계기준이나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좁게 규정되어 있는 탓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체 발암성 물질이나 추정·가능물질 등으로 분류한 물질은 모두 414종.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국립독성프로그램(NTP)도 184종을 규정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그 대상이 1100여종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산재 판정의 근거인 고용노동부의 ‘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 기준’ 고시는 58종만 발암성 물질로 인정한다.
더군다나 근로자가 위험환경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퇴직해 버린 경우 당사자나 동료, 사업주의 진술에 의존해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므로 근로자에게 유리한 판정이 내려지길 기대하기 사실상 어렵다. 직업성 암 판정은 근로자나 보호자가 산재요양을 신청하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등에 직업병 심의를 의뢰해 연구원이 근로자 면담과 사례 조사, 역학 조사, 관련 자료 확인 등을 거쳐서 한다.
고용부의 ‘업무상 질병에 대한 인정기준 합리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직업성 암 산재 신청자 연령은 40대와 50대가 각각 714건(36.9%), 647건(33.5%)으로 70%가량을 차지했다. 퇴직 이후에는 신청 자체를 꺼리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산재 판단에 있어 사업과 질병의 연관성이 중요하며, 그 인과 관계와 판정 기준은 법률에 명백히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속노조 문길주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발암물질 범위를 외국처럼 대폭 확대해야 한다”면서 “노령자 등이 퇴직 후 걸리는 직업성 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조속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기천·조병욱 기자
2011.02.06 (일) 17:20
출처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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