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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치료/수술

주목받는 로봇수술…효과? 아직은 ‘글쎄 ’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1. 1. 6.

주목받는 로봇수술…효과? 아직은 ‘글쎄’
 
대장암·자궁암 등 치료에 사용…환자들 비용부담
“절제 최소화” “장 손상 가능성 높아” 의견 엇갈려   
 

요즘 서울의 대규모 대학병원들은 거의 대부분 로봇수술 센터를 열었으며, 또 수술 건수가 많거나 새로운 센터를 개설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 로봇수술이 기존의 다른 수술보다 효과가 더 좋거나 안전성이 더 확보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또 기존 수술에 견줘 진료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최근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로봇수술의 의료기술평가’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회를 열었다. 관련 연구 결과와 전문가들의 토론을 중심으로 로봇수술에 대한 효과성 및 안전성 논란에 대해 알아본다.

 

■ 로봇수술 효과 판단 어려워 보건의료연구원이 로봇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평가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로봇수술의 효과 등을 연구한 논문 171편을 분석한 결과 아직까지는 로봇수술의 효과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로봇수술은 전립선, 자궁, 신장, 담낭, 대장 등 31가지 수술에서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각 수술 분야에서 기존 수술법과 비교한 연구 결과는 매우 적었으며, 연구의 질도 또한 높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기존 수술법과 비교해 효과와 안전성이 더 뛰어나다는 근거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장기간의 추적 관찰 결과가 나와야 안전성과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로봇수술을 하고 있는 국내 24개 병원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시행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의사들은 우리나라의 로봇수술 기술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뇨기과와 외과에서 수술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로봇수술과 관련된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수술비가 너무 높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큰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병원에서 로봇수술을 도입함으로써 예상되는 이익에 대해서는 병원 역량 강화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병원 이미지 개선이나 수익을 꼽았고, 환자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답이 가장 적었다.

 

인터넷 블로그나 동호회 게시판 등을 통해 환자 및 가족을 포함한 국민의 생각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수술 비용에 대해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입원 기간, 수술 시간 및 수술 뒤 통증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기존 수술에 견줘 보통 3~8배가량이나 가격 부담이 크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수술 의사들은 논쟁중 연구 결과에 대해 토론한 관련 전문의들은 수술 비용이 너무 높다는 데에는 거의 의견을 같이했지만, 효과를 두고는 의견 차이가 컸다. 정웅윤 연세대의대 외과 교수는 “로봇수술 건수가 많아지면서 그 효과가 계속 좋아지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최소한만 절제하는 로봇수술이 대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승철 연세대의대 비뇨기과 교수는 “비뇨기과 영역의 경우에 로봇수술은 기존의 영상보조 최소 절제수술보다 출혈, 장 손상 가능성이 더 높다”며 “또 정확한 암 절제가 어려워 수술 뒤에 암세포가 남는 문제가 있고 수술 뒤 정교한 봉합이 힘든 약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또 “수술과 관련해 입원 기간도 로봇수술이 더 나은 것이 아니다”라며 “비용 측면에서 보면 기존 수술이 90만원가량인 데 견줘 로봇수술은 700만~1500만원으로 비교할 수 없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의들은 수술이 로봇이나 내시경 등을 이용해 최소 절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로봇수술의 경우 비용이 너무 비싸고 아직까지 어떤 경우에 이 수술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아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자들도 새로운 수술이라고 해서 로봇수술을 무조건 선호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상무 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비는 많이 쓰면서 의료의 질은 높지 않은 미국처럼 신의료기술을 빨리 들여오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는 로봇수술이 더 적절한 사례를 밝히는 연구들이 시급하고,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2011-01-03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출처 :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