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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별 암/여성암

20~30代 자궁경부암 증가세 백신으로 예방하세요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0. 5. 29.

20~30代 자궁경부암 증가세 백신으로 예방하세요

35세 미만 환자 두배 늘어… 20대 HPV 감염률 최고



20~30대 젊은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이 1990~2006년 자궁경부암 치료를 받은 여성 2698명을 분석한 결과, 35세 미만 환자 비율이 6%에서 11.3%로 증가했다. 삼성서울병원이 2000년 이후 3707명의 환자를 분석한 통계에서도 35세 미만 환자 비율이 2000년 14.1%에서 2009년 19.1%로 크게 늘었다. 그런데도 젊은 여성은 자궁경부암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데다, 정기 검진을 위한 산부인과 방문을 꺼려해 예방과 조기 발견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자체는 감소 추세다. 자궁경부암은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 여성암 1위였으나 2007년에는 7위로 내려왔다.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이 증가하는 이유는 과거보다 성생활을 일찍 시작하고, 성 파트너가 여럿인 경우도 많아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 HPV 감염은 자궁경부암 발병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지난해 조사결과, 20대 여성의 HPV 감염률은 23%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그래프 참조>.

자궁경부암의 전암(前癌) 단계로 암이 표면조직에만 국한된 상피내암(0기암)이 계속 늘고 있는 것도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한국중앙암등록사업본부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02년까지 자궁경부암은 10만명 당 19.7명에서 14.1명으로 줄어든 반면, 상피내암은 10만명 당 6.9명에서 9.2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제일병원이 1999~2008년 이 병원에서 진단받은 자궁경부암·상피내암 환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자궁경부암은 32% 감소한 반면 상피내암은 12% 증가했다.

상피내암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잠재적' 자궁경부암 환자가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중장년층 이상 여성은 자궁경부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고 있으며, 출산 이후 자궁근종 등이 생기면 아예 자궁절제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 암이 생길 여지 자체가 줄었다. 그러나 젊은 여성은 HPV에 감염될 기회가 훨씬 많은데도 정기 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고 있어 자궁경부암 '무방비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이다.

35세 미만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은 중장년층의 그것보다 성질이 훨씬 독해 치료가 어렵다는 것도 큰 문제다. 자궁경부암은 자궁경부 표면에 있는 편평조직에 생기는 '편평세포암'과 안쪽 깊은 곳의 선조직에 생기는 '선세포암'으로 나뉜다. 보통 자궁경부암의 70~80%는 편평세포암이고 10~20%가 선세포암이지만, 35세 미만은 30% 이상이 선세포암이다. 선세포암은 재발을 잘하고, 환자 생존에 미치는 위험도는 편평세포암의 1.6배에 달한다.

젊은 여성은 그러나 자궁경부암 위험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고 있으며, 예방 수칙도 거의 실천하지 않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최근 18~55세 여성 1004명을 조사한 결과 18~25세 여성 중 정기검진을 받는 비율은 2%에 불과했다. 26~35세도 23.2%만 정기검진을 받고 있었다.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은 예방 백신을 통해 안전하고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다. 백신은 자궁경부암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HPV 16형과 18형의 활동을 거의 100% 막아 준다. 10~25세에 맞으면 20~30년 정도 효과가 이어진다. 이미 오랜 기간 성생활을 한 여성이라도 55세 이전에 맞으면 어느 정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백신 접종 뒤에는 3~5년에 한 번씩 세포진검사를 하면 된다. 16형과 18형이외의 HPV 감염이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30% 정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백신을 맞지 않은 여성은 매년 세포진검사를 받아야 한다. 30세 이상 여성은 국가암조기검진 프로그램에 따라 보건소 등 지정병원에서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세포진검사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비용 부담도 덜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정기 검진을 통해 전암 단계에서 찾아내면 100%, 1기에 발견하면 95% 완치된다. 또 전암 단계가 시작돼서 암으로 이어지는 데 7~20년의 '세월'이 걸리므로 백신 접종으로 70%의 발병 원인을 차단하고, 이후 몇 년에 한 번씩만 검진을 받으면 자궁경부암 걱정은 잊고 살아도 된다.

기사입력 : 2010.05.18 17:41
기사수정 : 2010.05.19 11:12
기사작성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도 움  말 : 김영탁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병기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기사출처 : 조선일보
기사원문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5/18/20100518021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