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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그밖의 중요 질병

겨울철 불청객 수족냉증 그 실상은?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10. 1. 16.

겨울철 불청객 수족냉증 그 실상은?

[서울신문]겨울이 특히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수족냉증 환자들이다.

손발이 비정상적으로 차가워지는 수족냉증은 오로지 기온과 관련 있는 것만은 아니지만 겨울철이면 그 증세가 더 심해지게 마련이다. 찬바람이 불면 수족냉증 환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고통은 보통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수족냉증은 경우에 따라 엄청난 통증을 안겨준다. 심하면 손발이 퍼렇게 변하면서 썩어들어가는 일도 생긴다. 통증 외에 대인 공포증을 덤으로 안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을 만날 때 혹시나 상대가 악수를 청하지 않을까 늘 두려워하는 탓이다.

이처럼 겨울철 불청객 수족냉증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당사자들을 괴롭히는 질병이다. 환자 수도 의외로 많다.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수족냉증 전반에 대해 짚어봤다.

●현황

전문가들은 인구의 5~10%, 젊은 여성의 경우 20~30%에서 수족냉증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만큼 흔한 증상이라는 의미다. 또 나이와 상관 없이 류머티즘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서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수족냉증이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체형적으로는 뚱뚱한 사람보다 마른 사람에게서 더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이 증상이 초경과 임신, 출산 등에 따른 호르몬 분비의 변화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나이 든 여성의 경우 폐경기를 맞아 수족냉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원인

크게 말초신경병증과 말초순환장애 두 가지를 꼽는다. 말초신경병증은 손발의 신경이 손상돼 잘못된 감각이 뇌에 전달됨으로써 발생한다. 말초신경병증을 일으키는 인자는 반복적인 압박, 당뇨, 알코올 중독, 영양실조나 비타민 결핍, 유전 질환 등이다.

이와 달리 말초순환장애는 혈관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즉, 손과 발 부위의 동맥이 좁아져 충분한 양의 혈액이 공급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다.

원인은 다르지만 증상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증상만으로는 근본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면시 증세가 더 심해지면 말초신경병증을, 운동하거나 걸을 때 증세가 심하다면 말초순환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교감신경 과민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견해도 있다. 즉, 기온이 낮아질 때 우리 교감신경은 팔 다리로 가는 혈류량을 적게 해 열 손실을 막으려 하는데, 그 작용이 과도하게 이뤄지면 손발이 심히 차가워진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운동을 해야 한다. 과로는 교감신경을 혹사시키고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흐트러뜨리는 반면 운동은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수족냉증의 원인으로 양기 부족을 지목한다. 따뜻한 기운이 우리 몸의 사지말단으로 원활히 보내져야 하는데 그 기능이 약해지면 수족냉증이 나타난다는 논리다. 이와 함께 비위(소화기능)의 허약함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소화기능이 약해지면 하복부가 차가워지고 과식할 경우 위장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소음인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 증상들

손발이 차가워지고 저리는 것이 대표적 증상이다. 이밖에도 말초신경병증이 있을 경우엔 타는 듯한 느낌, 남의 살 같은 느낌,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무감각증 등이 수반된다.

순환장애가 있다면 앞의 증세와 더불어 뻐근한 느낌, 손가락 발가락이 끊어질 듯한 통증, 쥐어짜는 느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순환장애가 극심한 경우엔 말초 부위에 영양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손발의 특정 부위가 썩어들어가기도 한다.

수족냉증의 일반적이고도 주요한 증상은 추위에 노출됐을 때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이 창백해지면서 퍼렇게 변하는 것이다. 소위 청색증이다. 이 증상을 서양 사람들은 레이노드 증후군이라 부르며 류머티즘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진료는 어느 과에서?

서양의학에서는 우선 신경과를 추천한다. 신경과는 말초신경병증과 말초순환장애를 동시에 아우르는 전문 과목이다.

증세에 따라 더 세부적으로 분류한다면 여러 과목을 추천할 수 있다. 신경 압박에 의한 신경병증이라면 신경외과나 정형외과, 당뇨나 알코올 중독 등에 의한 신경병증이라면 내과, 말초순환장애가 원인이라면 흉부외과나 혈관외과를 찾아가는게 정답이다.

●치료는 어떻게

해당 원인에 따른 치료가 원칙이다.

신경압박에 의한 것이라면 신경이 눌리지 않도록 손목 보호기를 착용하거나 지속적으로 스트레칭을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장시간의 컴퓨터 사용을 자제해야 할 수도 있다.

당뇨환자라면 철저한 혈당 관리가 급선무다.

말초순환장애가 원인이라면 혈관이 더 이상 좁아지지 않도록 아스피린 등의 혈액순환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순환장애 환자는 기온이 떨어지면 말초혈관이 더욱 수축되므로 손발이 차가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각종 약재와 침구를 이용한다. 과거에는 뜸을 이용하는 예가 많았으나 요즘엔 미용상 문제로 인해 구관 등을 이용하는 치료가 늘었다.

어떤 경우든 수족냉증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의학적 치료와 함께 개인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혈관 수축을 유발하는 흡연을 금하는 한편 코르티솔이란 혈관수축 물질을 분비시키는 스트레스를 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혈관에 악영향을 미치는 알코올도 기피해야 할 대상이다.

이들 악재를 피하되 운동은 지속적으로 실시하는게 좋다. 나이가 젊고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라면 운동만으로도 얼마든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말: 김동찬 박사(신경생리학, 수족냉증 손발저림 개선연구회장)>

☞김동찬 박사는 포항공대 생명과학과에서 신경생리학을 전공했다. 수족냉증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환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수족냉증 치료와 관련된 한의학-서양의학간 간격을 좁힐 목적으로 최근 ‘수족냉증 손발저림 개선연구회’(온라인 카페: http://cafe.daum.net/blood-circulation)를 발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