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스크랩]한국은 癌 역학연구 강국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9. 11. 1.

한국은 癌 역학연구 강국
1962년 제정된 주민등록법에 근거하여 탄생한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는 13자리 숫자를 기억하지 않고서는 생활은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주민등록번호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있다. 우리의 주민등록번호는 한 사람에게 하나의 번호를 국가가 부여하는 일종의 국민등록제도로서, 국가기관에 자신과 가족의 신상명세가 파악 당하는 통제목적으로 수립되고 발전된 것이지 국민의 복지나 거주의 권리를 명확하게 한다는 목적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견해다.

그러나 주민등록번호가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 분야에 들어와서는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필자가 전공하고 있는 종양학 분야에서는 특히 그렇다. 국제암연구기구(IARC)의 보고에 따르면 인간에서 암을 일으키는 국제공인 발암물질은 현재 87개인데, 이들 발암물질은 발암기전, 독성·대사에 관한 동물 및 세포실험 결과와 더불어 ‘인간에서의 발암 가능성’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평가된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에서의 발암 가능성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자의에 의해 발암물질에 스스로 폭로된 사람들을 모아 오랜 기간 동안 추적함으로써 ‘자발적인 발암물질 폭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관찰하는 방법론을 이용하는데, 이러한 학문 영역을 역학(疫學, epidemiology)이라 한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인가?’를 평가하기 위해 인간에게 인위적으로 담배연기를 들여 마시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에 의해 흡연자가 된 사람을 오랜 기간 추적,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서 폐암 환자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가를 비교함으로써 인간에서의 발암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학적 연구결과는 발암물질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데 가장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증거인데, 10만명 이상의 연구 대상을 10년 이상 추적하여 폐암이 발생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주민등록번호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다행하게도 우리 사회의 각종 통계자료는 정보 선진국답게 이제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으며, 특히 의료분야에서는 건강보험통계, 사망원인통계, 암등록사업 등의 전산자료가 암환자의 발생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익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웃 일본을 비롯해 이런 개인인식제도를 가지고 있지 못한 외국 학자의 부러움을 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종양 역학분야도 일본에 비해 수십년 늦게 시작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 있었던 국내외 국제학술회의에서 외국의 학자들은 한결같이 향후 한국의 암 연구결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가 주민등록번호라는 우수한 개인인식체계를 갖춘 정보강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암의 원인을 규명할 목적으로 수행되는 역학적 연구에 관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 세계는 대한민국의 연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실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다.

〈유근영 국립암센터 www.ncc.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