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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정관진 제2군단/암정보

[스크랩]‘면역세포’ 이용 암 정복 길 열어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9. 10. 30.

‘면역세포’ 이용 암 정복 길 열어

국내 연구진이 ‘인류 최대의 적’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암을 정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가족의 줄기세포로 만든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 세포를 죽이는 이 치료법은 항암치료의 고통과 부작용이 적어 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최인표 박사팀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면역세포의 일종인 ‘자연살해세포(NK세포)’를 만들고 이를 암 환자에게 직접 주입하는 방식의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진은 현재 연구자임상을 진행 중이며 추후 정식 임상시험 절차도 밟을 예정이다. 최 박사는 “동물실험 결과 백혈병, 대장암, 간암 등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면서 “또 서울아산병원에서 10여명의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자임상 결과 이 치료법이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왜 NK세포인가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표적물질을 사용하는 기존 항암치료제는 외부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많은 부작용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또 암세포가 전이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우리 몸안에 있는 면역세포들은 이 같은 부작용이 적다. 그동안 항암치료법 중 하나로 쓰였던 ‘골수이식’이 면역세포를 이용한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이는 골수 안에 있는 줄기세포가 면역세포로 분화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특히 암이 생기면 최전방에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NK세포를 이용한 치료법 연구는 지난 1980년대부터 활발히 진행돼 왔다. 이 치료법의 특징은 NK세포의 숫자가 줄고 기능이 약화된 암 환자에게 NK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것. NK세포는 또 ‘B세포’나 ‘T세포’ 같은 다른 면역세포의 작용에도 영향을 미쳐 암 치료의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암 환자에서 NK세포를 분리해 체외에서 증식시키고 이를 다시 환자 몸에 넣는 연구를 진행했던 초기 연구들은 암 환자의 NK세포가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는 문제가 있어 별다른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또 건강한 사람의 NK세포를 이용했던 2000년대 초반 연구들도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NK세포를 얻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줄기세포로 해결

연구진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NK세포를 바로 쓰면 증식이 안돼 적정량 을 얻을 수 없지만 건강한 사람의 줄기세포로부터 NK세포를 분화시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연구진은 ‘GCSF’라는 성장인자를 넣어주면 골수에서 혈액으로 줄기세포가 나온다는 것에 착안해 환자에게 GCSF를 투여하고 혈액을 채취해 이 혈액으로부터 줄기세포를 분리했다. 그리고 줄기세포가 NK세포로 분화할 때 특이하게 발현하는 유전자를 알아냄으로써 NK세포를 분화해 내는 데 성공했다.

이 방법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기술로 NK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최 박사는 “환자와 유전자 정보가 절반 정도 동일한 가족의 혈액으로부터 줄기세포를 얻으면 부작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서 “과거엔 골수를 직접 주입했지만 줄기세포 추출 및 NK세포 분화 기술 개발로 더욱 효율적인 세포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최근 T세포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NK세포와 T세포를 동시에 감안한 면역세포 치료법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최 박사는 “현재 혈액암을 대상으로 연구자임상을 진행했지만 앞으로 간암이나 대장암, 뇌암까지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최근 설립한 연구소기업을 통해 오는 2015년 항암세포 면역 치료제를 실용화하고 10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