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은 치료효과 가장 좋은 '자비로운 암'
흔히 전립선암을 ‘자비로운 암(benign cancer)’이라 부른다. 대부분 노인에게 발병하는 데다 워낙 진행속도가 느리므로 적절하게 치료하면 비록 암에 걸렸지만 제 수명을 다 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글자 그래도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대기·관찰(待期·觀察)요법’이 전립선암 치료법 중 하나로 의학 교과서에 실려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준 교수는 그러나 “비록 진행이 느리지만 암은 암”이라며 “아무런 치료 없이 내버려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모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환자들이 대기·관찰요법을 잘못 이해하고 “전립선암은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더라”라며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립선암의 치료에는 2중3중의 안전장치가 갖춰져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생명에 큰 지장이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생명이 ‘반토막’나는 데다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화 추세에 따라 전립선암 환자의 여생(餘生)이 길어지고 있으므로 더욱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1~3기 전립선암 환자가 전립선 적출수술을 받으면 85~90%가 10년 이상 암이 재발하지 않고 생존하며, 방사선 치료나 냉동치료를 받아도 70% 정도가 10년 이상 생존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암이 5년 생존율을 따지지만 전립선암은 생존율이 너무 좋아 10년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또 설혹 암이 재발해서 뼈 등 다른 장기로 퍼지더라도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80~90% 정도는 일정기간 암 세포의 성장이나 전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호르몬 치료란 전립선 암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남성 호르몬을 차단하기 위해 고환을 잘라내거나, 남성 호르몬 억제제 등을 투여하는 치료로서 전립선암에만 시행되는 ‘특별한’ 안전장치다.
천 교수는 “호르몬 치료도 안 듣게 되면 12~18개월 정도 만에 사망하지만, 처음 암이 발병해서 사망할 때까지 십수년, 길게는 20년 이상 걸리므로 대체로 자연적인 수명과 큰 차이가 없다”며 “그러나 치료하지 않으면 평균 6~8년 만에 사망한다”고 말했다.
남성암 중 증가율 1위…육류 섭취 줄여야
치료 방치하면 수명·삶의 질 반토막으로 돼
전립선암은 혈액검사나 직장(直腸) 손가락 검사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발암 인자는 노화며, 전체 환자의 5~10% 정도는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육류 위주의 식생활을 할수록 증가한다고 밝혀져 있다.
전립선암이 현재 우리나라 남성암 중 증가율 1위인 이유도 평균 수명이 증가한 데다 육류 섭취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머지않아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전립선암이 남성 1위 암이 될 것이라는 게 천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 천 교수는 전립선염이나 전립선 비대증은 전립선암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복부의 통증이나 불쾌감, 배뇨곤란, 사정(射精)시 통증 등을 유발하는 전립선염은 소변을 참아야 하는 버릇(또는 상황)이나 회음부 근육의 긴장 등으로 인해 소변이 전립선 안으로 역류하기 때문에 대부분 발병한다고 했다.
급성 전립선염인 경우 성행위를 통한 세균 감염이 원인일 수 있으나, 빈도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립선염 환자는 하복부의 긴장이나 압력을 증가시키는 요인들, 예를 들어 술, 커피, 맵고 짠 음식, 오랜 시간 앉아 있는 자세, 과도한 스트레스, 무절제한 성생활 등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쩔 수 없는 노화현상인 전립선 비대증은 배에 힘을 줘야 소변이 나오고, 소변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며, 소변줄기가 가늘고, 소변을 본 뒤에도 소변이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게 특징이다.
요도를 확장하거나, 전립선 크기를 줄여주는 약물 치료로 비교적 효과적으로 증상을 다스릴 수 있으며, 그래도 안 되면 요도를 통한 전립선 절제술 등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전립선의 일부를 잘라내면 성행위시 정액이 방광으로 역행 사정되는 부작용이 60~70%의 환자에게 나타난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현재 일부 대학병원과 개원 의원들은 온열요법이나 레이저요법 등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레이저요법 등은 전립선 절제술보다 간편하고 역행사정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지만, 증상 개선 효과가 떨어지고 재발이 잦다는 게 문제라고 천 교수는 설명했다.
◆ 천준 교수는…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천준 교수의 진료 차트엔 ‘프리(free)’ 또는 ‘무료’라고 붉은 사인펜으로밑줄 친 글자가 유독 자주 눈에 띈다. 초음파 검사비 등을 받지 말라는 사인이다. 병원 내 약제실에 메모를 보내는데 “이 환자에게 무슨무슨 약을 공짜로 주고, 모자라는 약은 제약사 누구누구에게 달라고 해서 채워 넣어라”는 내용이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이 ‘발각’돼 병원측으로부터 여러 차례 주의를 받았지만, ‘뚝심있게’ 프리 사인을 내고 있다.
“돈이 없다고 암 치료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전립선암 환자는 대부분 60대 후반 이상의 노인인데 가난한 환자가 많다”며 “옷 차림새가 남루하고 몇 마디 물어봐서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보이는 노인에겐 검사비나 약제비를 일부 면제해 준다”고 말했다.
1959년생인 천준 교수는 1984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병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쳤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암치료로 유명한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 엠디엔드슨병원과 버지니아대학 의과학센터에서 전립선암 연수를 했다.
그의 별명은 ‘마늘 교수’다. 툭하면 마늘 추출물이 전립선암과 방광암 등 비뇨기암의 예방과 치료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동물실험·임상 결과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늘 추출물을 이용한 비뇨기계 암 예방과 치료에 관한 미국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그 밖에 치료가 어려운 말기 전립선암 환자에 대한 유전자 치료법에 대한 연구에 몰두해, 미국에서 첫 번째 임상시험을 마치고 현재 일본에서 두 번째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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