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지친 서민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는데…. 동료들에게도 너무 감사해요. 동료 여러분, 비바람 불거나 눈보라 치는 날 어려운 이웃들의 우산이 되어 주세요. 여보, 혜인아, 혜원아 미안해, 사랑해. 부디 건강하세요.”
지난 21일 부산 사하구 공무원 740여 명은 커다란 우산을 하나씩 받았다. 손잡이에 ‘건강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우산을 갑작스레 받은 공무원들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내 누가 보낸 것인지 알고는 눈물이 앞을 가려 말을 잇지 못했다.
우산은 부산 사하구 구평동사무소에 근무하다 지난 12일 직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하옥례(37·여)씨가 동료들에게 보낸 마지막 선물이었다. 우산은 남편인 김명창(37)씨가 구청을 직접 찾아가 전했다.
하씨는 세상을 떠나기 전 남편에게 “가족, 동료, 친구들을 남겨두고 먼저 생을 마감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가려니 너무 아쉽다. 나라의 일꾼인 공무원으로서 힘들고 지친 서민들에게 힘이 돼 줘야 하는데… 먼저 떠나는 저 대신 세상의 우산이 되어 달라”는 사연과 함께 선물을 부탁했다.
하씨는 15년여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누구보다도 성실했고 일 처리가 깔끔해 동료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자자했다. 2000년에는 주민등록증 카드 전산화 작업 공로로 행정자치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26일 집 인근 절에서 아내의 49재를 지내고 온 남편 김씨는 “아내는 그동안 도움을 주신 분들께 최소한의 답례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아마 (하늘) 위에서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