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서 수영 8관왕을 달성한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를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다리 없는 수영선수, 사이클로 암을 이겨낸 암스트롱 등 신체장애를 극복해낸 많은 선수가 스포츠를 통한 인간 승리의 교훈을 말해주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얻은 극복 의지와 자신감이 장애 극복을 위한 노력에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자신감과 자기 존중감의 변화
스포츠를 시작한 많은 사람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가장 먼저 언급한다. 예전에 느끼지 못하던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자신감은 스포츠활동 그 자체에서 시작된다. 이전에 못했던 동작이 가능해지면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스포츠 자체에서 얻은 성취감과 자신감은 일상생활과 직무영역까지 확대된다. 스포츠에서 길러진 자신감은 자신에 대한 총체적인 믿음이라 할 수 있는 자기 존중감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다(효과크기 0.41. 효과크기란 다수의 연구를 통계적으로 종합하는 메타분석에서 사용하는 통계치로 0.10~0.30은 작은 효과, 0.4~0.7은 중간 효과, 0.8 이상은 큰 효과로 해석한다).
스포츠가 자신감을 높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체력이 좋아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체력의 향상은 자율신경계의 적응을 유도한다. 똑같은 강도의 일을 해도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혈압도 덜 올라간다. 체력에 여유가 생기면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어려운 일을 시도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스포츠를 하기 전에는 힘들었던 일들이 더는 힘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체력에 여유가 생기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할 여력이 생긴다.
지하철에서 뛰어내린 사람을 구하려 몸을 날리는 시민, 격투 끝에 괴한을 잡은 용감한 사람의 자신감은 체력에 대한 자신감에서 출발한다. 체력이 좋아지면 과거 힘들었던 일이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되고, 예전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도전감이 생긴다.
둘째, 신체 이미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지는 효과다. 신체 이미지란 자기 몸의 모습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말한다. 신체 이미지는 과거에 비해 현대 사회에서 더욱 강조된다. 스포츠를 실천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신체 이미지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효과크기 0.53).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 모두 신체 이미지를 향상시키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의 효과가 더 강하다.
운동선수의 신체 이미지가 일반인에 비해 좋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남자 선수는 일반 남자에 비해 신체 이미지가 우수하고, 여자 선수도 일반 여자에 비해 더 좋은 신체 이미지를 갖고 있다. 스포츠 활동은 신체 이미지를 높여 전반적인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질병이나 장애 등을 갖고 있어 신체 이미지가 나쁜 사람들에게 특히 효과가 좋다. 부상으로 신체 이미지가 손상된 사람도 스포츠를 하면 마찬가지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세가 바르지 않은 청소년, 사지 장애인, 수술 회복 환자, 비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스포츠 활동은 신체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우울증의 특효약
우울증은 행복을 단숨에 꺾어놓을 정도로 무서운 존재다. 우울증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스포츠 선수 중에도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극단적인 결과를 낸 사례가 있다. 경쟁적인 스포츠가 가져오는 부작용의 하나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꾸준히 실천하는 스포츠는 우울증 개선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미국 정부도 공식 보고서를 통해 스포츠 활동은 우울증을 낮춘다는 결론을 채택했다.
스포츠 활동을 통한 우울증 개선 효과는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이 매력이다. 일정 기간 약물과 스포츠의 우울증 개선 효과를 비교한 연구를 보면 처치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우울증 완치율은 스포츠 활동 집단이 가장 높았다. 약물복용 집단의 완치율이 50%를 약간 넘은 반면 스포츠 활동 집단은 약 90% 완치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약물이 즉시적인 효과를 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스포츠는 장기적으로 효과가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메타분석이라는 방법을 통해 나온 스포츠 활동과 우울증에 관한 결론도 분명하다. 스포츠 활동은 우울증을 감소시키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으며(효과크기 0.53), 그 효과는 심리적 건강상태가 나쁜 사람에게 더 높다는 것이다(효과크기 0.94). 다른 연령층에 비해 중년(25~64세)의 우울증 감소 효과가 가장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스포츠 활동이 우울증에 도움이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가설로 인류학적 가설, 모노아민 가설, 엔도르핀 가설, 사회적 상호작용 가설, 자신감 가설 등이 있다.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가설도 많은 모양이다. 먼저 인류학적 가설에서는 인류는 원시시대부터 생존과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신체활동을 주로 하는 생활양식을 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생존을 위한 신체활동이 크게 줄어든 것은 최근 50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며, 이 기간에 우울증도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본다. 인간은 유전적으로 신체활동을 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운동을 안 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 이 가설의 핵심이다. 스포츠 활동이 줄어든 신체의 활동을 보충하고 정신적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모노아민 가설과 엔도르핀 가설은 비교적 잘 알져져 있다. 모노아민은 신경전달물질로 감정 조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포츠 활동을 하면 모노아민의 분비가 촉진되고, 뉴런에서 수용이 촉진돼 신경의 의사소통이 활발해진다. 그 결과 우울증에 효과가 있다고 본다. 엔도르핀은 통증을 감소시켜주는 체내 물질로,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 스포츠 활동을 하는 동안과 직후에는 엔도르핀 분비가 촉진된다. 스포츠 활동 후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바로 엔도르핀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회적 상호작용 가설과 자신감 가설은 사회심리적인 설명이다.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는 기회가 생겨 고립감이 줄어들고 우울증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지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특히 도움이 되는 설명이라 하겠다. 자신감 가설은 스포츠 활동에서 얻은 통제감이 삶의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고, 궁극적으로 희망의 느낌을 갖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우울증에 비해 가벼운 느낌의 정서를 보자. 어떤 일을 하고 나서 바로 느끼는 감정을 가리켜 ‘정서’라고 한다. 스포츠 활동을 하고 나면 정서가 긍정적으로 바뀐다. 스포츠 그 자체는 힘들지만 끝나면 기분이 그전에 비해 좋아지는 ‘고진감래’를 체험할 수 있다. 스포츠 활동 자체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힘든 일임에도 그 후에 에너지가 더 생겨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역설적인 현상이다.
긍정적 정서
스포츠 활동 후의 긍정적 정서는 2~4시간 지속된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활동 전의 수준으로 돌아간다. 정서변화가 일시적인 것이긴 하지만 이런 체험이 매일 반복되면 성격에도 변화가 생긴다. 스포츠 활동으로 긍정적 정서를 매일 체험하면 삶의 태도도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스포츠 활동 전, 중, 후의 정서 변화도 흥미롭다.
스포츠 활동 후에 편안함과 유쾌함을 느끼는 것은 어떤 강도를 선택하든지 비슷하다. 하지만 강도가 높은 스포츠 활동은 도중에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활동이 끝나면 사라지는 것은 같지만 불쾌한 체험은 동기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트레이닝이 안 된 일반인에게 이러한 불쾌한 체험은 스포츠 활동을 중도에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스포츠가 주는 혜택이 탁월함에도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이런 정서 메커니즘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려면 불쾌한 체험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갖고 있는 것이 좋다.
스포츠를 통한 긍정적 정서의 확대 현상도 엔도르핀과 모노아민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엔도르핀은 스포츠 활동 중에 체험하는 행복감인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의 이유로도 꼽히는 물질이다. 스포츠 활동으로 대뇌피질에 있는 혈관의 밀도가 높아져 혈류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정서가 좋아진다는 뇌 변화 가설도 자주 언급된다. 또 스포츠 활동에 집중하면 일상의 번잡함을 잊기 때문에 정서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기분전환 가설을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일상의 걱정에서 벗어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스포츠 활동으로 인한 정서 변화의 이유를 한 가지로만 설명하기가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스트레스 대처 능력 증대
스포츠가 역경을 극복하는 계기로 작용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체력과 스트레스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체력이 좋으면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덜 느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역경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줄 수밖에 없다. 메타분석에서도 스포츠로 단련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스트레스를 상당히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효과크기 0.48).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더라도 스트레스의 근원이 사라지면 정상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체력이 좋아지면서 교감신경계에 적응현상이 일어난다. 체력이 강한 사람은 위협이나 도전에 직면하면 교감신경계가 아주 빠르고 강하게 반응한다. 에피네프린과 카테콜라민이 빠르게 다량으로 분비되어 위협에 대비한다. 하지만 이런 각성 반응은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빠른 속도로 정상으로 회복된다. 에너지의 집중력과 회복력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스트레스가 사라져도 계속 스트레스 반응이 지속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스포츠 활동이 스트레스 극복의 에너지가 되는 이유는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스포츠 활동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게 되면 목표달성의 성취감을 느낀다. 스포츠에서 체험한 목표 달성의 자신감은 삶의 일부도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연결된다. 스포츠를 통해 길러진 통제감과 자신감의 느낌은 삶의 다른 측면에 파급효과가 있어 도전과 역경 극복의 에너지가 된다.
국가 대표급 선수 생활을 마치고 늦깎이로 공부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인물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스포츠에서 배운 스트레스 극복 방법을 학업에도 적용시켰음이 분명하다. 세계적인 수준의 업적을 세운 인물, 최고 기업의 CEO 등이 스포츠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경우도 많다.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을 것 같은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가 있다.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힘과 방법을 스포츠 활동에서 얻기 때문이다.
스포츠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은 스트레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복적인 스트레스 노출은 교감신경계의 적응을 가져오고 체력을 높여주고 삶을 자신의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길러준다. 스포츠는 유스트레스(eustress) 역할을 하며 디스트레스(distress)를 날려버리는 효과를 가져다주는 유익한 활동이다.
뇌 활동의 촉진
스포츠 활동은 건강한 수면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면 수면시간이 10분 정도 늘어난다(효과크기 0.42). 특히 원기가 회복되는 서파수면(뇌파가 완만하여 거의 꿈을 꾸지 않는 숙면 상태) 시간이 5분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 활동의 지속시간이 길수록 수면에 도움이 많이 되므로 수면을 위해서라도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건강한 수면의 혜택은 스트레스 대처능력 향상과 함께 스포츠가 주는 좋은 선물이다.
스포츠 활동이 인지 능력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스포츠 활동과 뇌 활동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관한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 스포츠 활동을 하면 뇌에서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수준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물질은 뇌 세포의 생성과 연결을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스포츠 활동으로 체력이 좋아져 끈기 있게 공부해서 인지 능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스포츠 활동을 하는 그 순간에 뇌의 신경망이 연결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스포츠 활동과 뇌 활동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셈이다.
장기간에 걸쳐 스포츠를 실천하면 인지 능력이 좋아진다(효과크기 0.33). 연령대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는데 45~60세의 중장년층에게 가장 효과가 크다고 한다(효과크기 1.02). 청소년과 대학생 연령층에서도 효과크기가 높은 편이다. 일회성 활동에 비해 장기간에 걸친 스포츠 활동의 효과가 더 좋다는 점은 스포츠 활동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뒷받침해준다.
스포츠 활동과 뇌 활동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선진국에서는 법을 바꾸고 있다. 미국의 켄터키 주는 매일 30분 체육활동을 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학력을 높이는 데 스포츠 활동이 도움이 된다는 증거에 따른 것이다. 일리노이 주에서는 언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의 경우 수업 전에 운동을 시키도록 하고 있다. 운동이 뇌 활동을 촉진시켜 학습 효과를 높인다는 믿음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다.
스포츠는 소외계층에 혜택이 커
스포츠 활동은 건강한 사람보다는 신체적, 심리적으로 소외된 계층이 실천했을 때 효과가 더 크다. 장애인, 환자, 비만인, 정신건강 취약자가 스포츠 활동을 실천하면 혜택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예컨대 스포츠 활동으로 인한 자기존중감 향상효과는 일반 아동(효과크기 0.34)보다는 장애 아동(효과크기 0.57)에게서 크게 나타난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스포츠나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 있다. 건강한 사람을 위한 스포츠 보급 정책보다는 소외계층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효과 측면에서는 더 바람직해 보인다.
우울증 개선 효과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우울증 환자가 운동을 하면 그 효과가 뚜렷하다(효과크기 1.10). 건강한 사람이 운동했을 때에 비해 2~5배의 효과가 있다.
경기 침체로 실업자가 생겨나고 정신건강의 위기를 겪는 사람이 많을수록 스포츠 활동을 보급하는 정책을 더 활발하게 펼쳐야 한다. 스포츠가 역경을 극복하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 스포츠에도 빈부 격차가 존재한다. 부유층은 고급 스포츠센터 회원권을 갖고 있지만 취약 계층은 스포츠시설에 접근 자체가 힘든 실정이다. 부유층의 체형은 날씬해졌지만 취약 계층의 비만은 늘고 있어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 스포츠가 주는 혜택이 고르게 가도록 해야 한다. 스포츠를 복지 차원에서 고르게 나눠줄 수는 없는가☞ 취약 계층에 상대적으로 큰 효과를 낸다면 스포츠는 ‘행복 종합선물 세트’가 아닌가☞ 문제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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