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쯤에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서 차가버섯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당뇨에 좋다고 알려진 여러가지 식품이나 원료 중에서 차가버섯이 단연 발군이라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당뇨 유병률은 공식적으로 7%선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의료계에서는 20%선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당뇨에 걸려있는지 모르고 지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지요.
2005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의 유병률은 7.3%로 50세 이상 남자와 60세 이상 여성의 유병률은 공식적으로 20%가 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는 노년층 10명 중 2명이 당뇨 환자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추정치를 적용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10명 중 서너명이 당뇨를 앓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해서 대중적인 당뇨식품을 개발하려고 했던 것이 그 대기업의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 기업은 이것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차가버섯이 대중적인 상품을 만들기에는 그 특징과 성격이 너무나 까다롭기 때문이었습니다.
차가버섯 추출방법의 기본은 저온 추출입니다. 70도가 넘으면 차가버섯의 가장 중요한 성분인 크로모겐 컴플렉스가 파괴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저온추출을 적용하면 대중적인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차가버섯은 자연물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미량의 곰팡이가 붙어있기도 하고 바이러스 및 병원균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해서 자연물을 원료로 하여 가공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멸균이 필수적입니다. 멸균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화를 하게 되면 그 뒤에 아무리 관리를 잘 한다고 하더라도 곰팡이등의 균류와 세균 및 바이러스가 자체 증식하여 아주 위험한 상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온추출 과정에서도 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이 턱없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현재 차가버섯 제품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러시아의 <Art Life>사 제품과 <K&T('키트'라고 읽습니다)>사의 제품은 복잡다단한 개발과정을 거쳐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저온 멸균처리 과정을 거친 제품입니다.
그러나 제품개발 과정에서 1~20원의 원가에도 일희일비하는 기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 과정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기업에서는 저온추출을 포기하고 고온추출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수행했던 실험에서는 "끓인 차가물"의 유효성분 함량은 거의 0%였습니다.
그런데 그 기업에서 수행한 실험에서는 차가버섯을 끓여도 저온추출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수준이지만 그런대로 당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효능이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군요. 아주 맹물은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저는 아직도 제가 했던 실험을 근거로 "거의 맹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재현성"이 확인되지 않는 것입니다. "재현성"이란 모든 과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입니다.
재현성이란 이런 것입니다.
고온추출 방식을 통해 추출된 차가버섯 원료를 당뇨에 걸린 쥐에게 투입합니다. 첫번째 실험에서는 10마리 중 2마리의 쥐에게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2차 실험에서는 10마리 쥐 중에서 3마리 쥐에서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와~~"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과학에서는 이 정도 실험치를 가지고 환호하지 않습니다.
3차 실험을 했더니 좋아지는 쥐가 한 마리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4차에서는 또 몇 마리 좋아졌다가, 5차에서는 한 마리도 좋아지지 않습니다. 이런 널뛰기와 같은 결과를 놓고 과학에서는 "재현성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반복되는 실험에서 비슷한 결과가 계속 "재현"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재현성입니다. 그래야 결과를 예측해서 투여를 하기도 하고 섭취를 할 수 있습니다. 반복성이라고 하기도 하고 법칙성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재현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할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실험했지만 "끓인 차가물"이 당뇨쥐에게 작용하는 효과에 대한 "재현성"을 확인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시장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파우치 제품은 이런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건강차"의 수준으로 아주 싸게 판매를 한다면 그리 나쁠 일도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저온추출에 의한 추출분말과 동격으로 행세하면서 암, 당뇨 등에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고가에 판매한다면 그것은 거의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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