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차가버섯을 처음 시작한 2001년 당시는 검색포탈 1위가 야후였습니다. 네이버가 신진 업체로서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던 중이었지요. 그때 야후에서 "차가버섯"으로 검색하면 겨우 서너 개 업체가 올라오고 있었고, 그 뒤 조금 늘긴 했어도 상당 기간 동안 업체 리스트가 한 페이지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대략 2002년 말부터 갑자기 차가버섯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만 해도 차가버섯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자작나무님의 개인사이트와 제가 운영하던 업체의 사이트 밖에는 없었습니다.
차가버섯의 본산인 러시아에서도 80년대 개방 이후 구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반감과 서구 문물에 대한 동경으로 인해 러시아의 전통적인 것들이 묻혀지고 잊혀지면서 차가버섯에 대한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일반인들은 그저 자작나무에서 자라는 버섯으로 암에 좋다는 정도 밖에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서점에서 파는 약초 관련 서적에는 빠짐없이 차가버섯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 정도라도 참고했다면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그 정도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수준의 지식만을 가지고 마구잡이로 수입하는 업체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한 정보나 지식이 없었어도 제대로 된 물건만 들여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차가버섯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올바로 된 차가버섯을 들여온다는 것은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정보만 살펴보고 그대로 가져가도 될텐데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 분들이 들여오는 차가버섯에 제 사이트에 나와있는 내용들을 적용시킨다면 제대로 팔 수 있는 물건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차가버섯"에 대해서는 이미 이곳 카페지기께서도 여러번 설명하셨을테고, 앞으로도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영하 40도의 기온이 40일 이상 계속되는 북위 45도 이상의 지역에서 자작나무 속에서 10년, 바깥으로 나온 지 5년 이상 자란 차가버섯을 채취하자 마자 주먹 크기로 쪼개고 잘 건조해서 통기가 가능한 포장에 담아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보관한 것"입니다.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고, 각각의 내용에는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러시아 서점에 들러 책을 뒤져보는 노력만 해도 알 수 있는 이런 내용 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차가버섯이 암에 좋다는 말 한 마디만 듣고 아무 거나 마구잡이로 들여오다 보니 별 희안한 물건들이 들어왔습니다.
첫번째로 새끼 차가입니다. 적어도 5년 이상은 돼야 자작나무의 수액과 영양분을 충분히 저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냥 자작나무에 붙어있는 시꺼먼 물체만 보면 무조건 베어 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겨우 바깥으로 삐져나온 새끼 차가까지 마구 잘려나옵니다.
두번째로는 따뜻한 지역에서 자란 차가입니다. 따뜻하다고 해도 우리나라보다는 엄청나게 추운 곳이지만, 북위 45도 이상 지역의 시베리아에 비하면 그저 "따뜻한 남쪽나라"일 뿐입니다. 주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러시아 남부지역과 몽골, 중국, 그리고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채취된 차가입니다.
추운 지역의 차가는 환경이 척박한 까닭에 생장하는 속도가 느리지만 생명력이 강인합니다. 그래서 자작나무의 영양분을 악착같이 끌어당깁니다. 크기는 작지만 돌처럼 단단합니다.
그러나 덜 추운 지역의 차가는 그냥 공짜로 쑥쑥 자랍니다. 이런 차가들은 대략 자작나무 밖으로 나온 지 1~2년만 지나도 크기가 송아지 머리 만해집니다. 그래서 영양가도 별로 없습니다. 크기만 아주 보기좋게 우람합니다. 몸통을 손으로 눌러보면 말랑말랑한 것이 쑥 눌러져버릴 정도입니다.
그나마 이런 것도 채취하자마자 잘게 쪼개서 잘 건조해서 보관하면 건강에 얼마간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차가의 용도를 관상용으로 착각하는지 분재처럼 울퉁불퉁한 그 모양 그대로 자루에 담아 가져옵니다. 이런 차가버섯을 잘라보면 가운데가 텅 비어있습니다. 바깥쪽 부분의 조직이 생존을 위해 안쪽의 영양분을 뽑아 소모시키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 이런 것들을 박스에 담아 테이프로 완전 밀봉해서 가져옵니다. 박스를 칼로 잘라 열어보면 후끈후끈한 열기가 확 올라옵니다. 밀봉된 상태에서 발효가 되든지 부패가 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퍼런 곰팡이가 여기 저기 슬어있습니다.
이렇게 들여온 것을 햇빛 잘 드는 진열장과 진열대에 잔뜩 쌓아놓습니다. 조금이라도 존재하고 있었을지 모르는 영양분은 햇빛을 만나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이렇게 들어온 물건들이 개마고원 차가, 백두산 차가, 캄차카 차가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름을 붙인 채 판매됐습니다. 경동시장의 모업체가 몇 컨테이너를 들여왔다는 소리가 끝도 한도 없이 돌아다니고 있을 때였습니다.
거기다가 캄차카반도의 화산재가 날아다니다가 자작나무에 앉으면 그게 차가버섯이 된다는 둥, 소나무 기름을 넣어 먹어야 된다는 둥, 끓여서 재탕 삼탕을 해먹어도 된다는 둥, 200g으로 10리터를 만들어서 먹는다는 둥 온갖 근거없는 얘기들이 난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걸 가만 두고 볼 수가 있나요? 그걸 가만 뒀다가는 그때 갓 알려지기 시작한 차가버섯은 사람들의 기억에 잠시 안착해보지도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제 사이트에서 이런 내용의 불량차가들과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낱낱이 까발렸습니다. 상도의에 위배되는 행위라느니, 저만 살고 다른 업체는 다 죽이려고 든다느니 하는 종류의 욕을 엄청 많이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 싸움이 주로 제 사이트 게시판에서 벌어졌습니다. 한 마디로 전쟁이었습니다.
그 바람에 제 사이트가 일약 인기 사이트가 돼버렸습니다. 보통 점잖고 무미건조한 글들만 드문드문 올라오는 보통의 게시판과는 달리 제 사이트의 게시판에서는 하루도 안 빠지고 피튀기는 쌈박질이 벌어졌기 때문이지요. 제가 원래 한 성질 합니다.
그 덕에 야후 검색페이지가 두 페이지, 세 페이지로 넘어갈 만큼 차가버섯 업체가 늘어난 상황에서도 제 사이트는 차가버섯 검색 1위 사이트의 위치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광고로 사이트 목록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조회수를 비롯한 인기도와 야후측에서 사이트의 품질을 체크해서 부여하는 점수에 따라 검색 랭킹이 정해지고 그 순서에 따라 사이트 리스트가 배열되는 방식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업체들 다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재래시장에 돌아다니고 있는 차가버섯이 있는 모양입니다. 어쩌면 5~6년 전에 몇 컨테이너를 들여왔다던 그 물건들이 아직도 다 소진되지 못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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