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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비만

열량 높은 패스트푸드 담배만큼 위험할 수도

by 크리에이터 정관진 2008. 10. 8.

[열량 높은 패스트푸드 담배만큼 위험할 수도]



▣ 어린이 비만ㆍ변비의 주범, 각종 성인병 동시에 발생

미국에서 햄버거ㆍ청량 음료 등 이른바 ‘정크 푸드(junk food)’가 소송에 휘말렸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비만환자가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KFC 등 패스트 푸드 업체 4곳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미상원에서 패스트 푸드의 학교 내 판매를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제까지 그저 몸에 좋지 않다는 것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정크 푸드가 담배처럼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도 있음이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P&P가 지난해 한국인 1,282명을 대상으로 패스트 푸드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49.4%가 1주일에 1~4회 패스트 푸드점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이틀에 한 번 패스트 푸드를 먹는 사람도 13.6%나 됐다. 덕분에 패스트 푸드 상위 5개 업체의 연간 매출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패스트 푸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패스트 푸드의 해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주부 모임인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은 패스트 푸드를 건강을 해치는 음식으로 규정하고 “이런 것을 먹이느니 차라리 굶기는 게 낫다”고까지 말한다.


▣ 비만의 주범인 패스트 푸드

패스트 푸드의 지방 함유량이 논란이 되는 것은 비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중위생국의 보고서(1999년 기준)에 따르면 성인 남녀의 61%, 어린이(6~11세)의 13%, 그리고 청소년(12~19세)의 14%가 과체중 혹은 비만이며, 이는 20년 사이 3배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비만 관련 사망자도 한 해 30만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 30%가 소아비만이며, 소아비만 환자 10명 가운데 3명 이상이 고혈압, 지방간 같은 성인병 증세를 보이고 있다.


▣ 당뇨ㆍ고혈압도 유발

또 패스트 푸드는 대사성증후군(X증후군)발생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 대사성 증후군이란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증 등 여러가지 성인병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말하는데, 대사성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뇌졸중 협심증 등 심장혈관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박중열 교수는 “피자, 햄버거, 치킨 등 고열량 식품과 당분이 많이 함유된 청량음료가 대사성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스코클랜드 에어에의 한나연구소 세포생화학과장 빅터 재밋 박사는 최근 “고열량의 패스트 푸드와 청량 음료가 대사성증후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재밋 박사는 “당분이 많은 식품을 자주 섭취할 경우 신체조직이 장기간 높은 수준의 인슐린에 노출하게 되고, 장기간 신체 내에 남아 있는 인슐린은 간의 대사 스위치를 건드려 위험 물질인 트리글리세라이드(지방질)를 체내에 넘칠 정도로 내뿜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사성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중을 줄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름진 패스트 푸드와 청량음료의 소비를 줄이고 복합탄수화물과 어류, 올리브기름, 견과류에 함유된 양질의 지방 등이 골고루 들어 있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하루 세 끼 규칙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정크 푸드는 비만 뿐만 아니라 장 기능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을지병원 소아과 배선환 교수는 “소아과 외래를 방문하는 어린이의 7%, 소아 소화기 특수 클리닉을 방문하는 어린이의 25% 정도가 만성 변비 진단을 받을 정도로 어린이 변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고지방ㆍ고칼로리의 패스트 푸드를 즐겨 먹는 어린이에게 이런 증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패스트 푸드는 변을 만들어내는 섬유소가 매우 적고, 주성분인 단백질이나 지방은 대부분 장에서 소화가 되기 때문에 장내에 변이 오래 머물다 보면 변이 딱딱해지면서 변비를 유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의들은 최근 대장암 등 대장 질환이 급증하는 것도 정크 푸드 산업의 급성장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 햄버거의 30~40%가 지방

국내는 물론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햄버거의 정확한 성분이 발표된 적이 없다. 패스트 푸드 업체 가운데 메뉴판이나 햄버거 포장지에 햄버거에 포함된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의 성분비율과 칼로리를 표기하고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햄버거 고기(패티)의 맛과 형태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10% 이상의 우지(牛脂)를 섞어야 하며 대개 30~40%가 지방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패티로는 등급이 낮은 호주산 냉동육을 수입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년 전 홍콩소비자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홍콩 햄버거의 경우 지방 함유량이 35~45%였다.

패스트 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와 피자는 동물성 단백질, 지방, 설탕, 소금, 화학 조미료 등 그야말로 ‘쓰레기 덩어리’다. 어린이 성장과 대사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할 수 있는 채소는 극소량이거나 아예 없다. 또 감칠 맛을 내는 화학조미료는 글루탐산이 주성분인데, 이것이 신경조직에 흡수되면 신경세포막을 파괴하며 칼슘의 흡수를 방해한다.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강은희 과장은 “햄버거, 피자, 프라이드 치킨 등은 지방이 40~50%를 차지할 만큼 열량도 높다”며 “최근 ‘기름을 확 뺀’ 피자도 판매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피자의 주재료인 치즈에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아 정상적인 식사와 비교할 때 고지방 식품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명 패스트 푸드 업체의 제품에서 다이옥신, 퓨란 등 발암물질이나 환경호르몬이 다량 검출된 바 있고,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결과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기도 했다. <출처 : 한국일보 '헬르라이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