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적(敵) 콜레스테롤] < 계란보다 튀김·동물성 기름 덜 먹어야 > 삼겹살이나 소고기 등심을 질펀하게 구워먹는 회식 자리가 마무리 될 즈음에는 으레 물냉면을 시켜 마지막으로 입가심을 한다. 그런데 그때 냉면에 곁들여 나온 삶은 달걀을 꺼내놓고 먹지 않는 이들이 많다. 콜레스테롤이 많다는 이유다. 계란에는 콜레스테롤이 약 240㎎ 들어있다. 따라서 계란 하나를 먹으면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하루 콜레스테롤 권장량 0~300㎎에 육박할 정도로 콜레스테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달라붙어 혈관을 좁게 하고 동맥경화를 유발, 협심증·뇌경색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 총 콜레스테롤치가 300㎎/㎗이상인 사람은 정상기준 200인 사람보다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4배 높은 것으로 조사된다. 그러면 달걀 노른자·새우·굴·오징어·조개·간·내장 등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피하기만 하면 안전한가? 그렇지는 않다. 고려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오동주 소장은 "혈중 콜레스테롤 상승은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과다 섭취해서라기 보다는 육류나 튀김 등에 있는 포화지방을 많이 먹어, 그것이 체내 대사과정에서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LDL)로 바뀌는 요인이 더 크다"고 말했다. 몸 속 콜레스테롤의 70~80%는 이처럼 간에서 지방 등이 전환되거나 세포활동을 위해 자체 생성하는 것이다. 음식섭취를 통한 콜레스테롤은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름진 음식을 잔뜩 먹고 달걀 노른자 반쪽 하나 참는 것은 넌센스이며, 동물성 기름 섭취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 의대가 8만 명을 대상으로 14년 동안 심장·뇌혈관질환 발생률과 달걀 소비량을 비교 조사한 결과, 둘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몸 속 콜레스테롤의 93% 정도는 세포막·조직·피부 등에 널리 퍼져 있으면서 세포기능에 필요한 지방질을 제공하고, 부신피질호르몬 등 각종 호르몬과 비타민D 등의 재료가 된다. 따라서 나머지 약 7%에 해당되는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그것도 세포 내로 잘 흡수되지 않고 혈액을 떠돌며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문제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지난해 LDL콜레스테롤치의 최적기준을 기존의 130 이하에서 100이하로 대폭 낮췄다. 이같은 배경에는 LDL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면 떨어뜨릴수록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팀이 2만53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평균 5.5년 동안 매일 콜레스테롤 강하제(조코·MSD)를 복용케 한 결과, 환자의 나이·성별·콜레스테롤 수치 등과는 상관없이 심장발작과 뇌졸중 발생 위험도를 약 1/4 낮출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6000여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콜레스테롤 강하제가 당뇨 환자의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25%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가 LDL콜레스테롤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콜레스테롤치가 낮으면 콜레스테롤의 혈관 보호 효과가 없어지면서 반대로 뇌출혈 위험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연세대의대 서일 교수(예방의학교실)는 "11만5200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총 콜레스테롤치와 뇌출혈 발생률을 비교 조사한 결과, 둘간에는 통계상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며 "건강인에서 낮은 콜레스테롤치는 우려할만한 사안이 아니고 오히려 콜레스테롤 치료 기준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분석조사에서 위험률이 2배 이상 높아지는 총 콜레스테롤치 는 240. 이는 한국인의 총 콜레스테롤치 상위 10%에 해당된다(보건복지부 국민영양조사·2000년). 이를 기준으로 한국 지질·동맥경화학회는 최근 각종 콜레스테롤치의 상위 10%를 약물복용 등이 필요한 치료기준치로, 상위 25%는 경계치로 정하는 고(高)지혈증 치료 지침안을 확정됐다. 지침안에 따르면, 남자 45세, 여자 55세 이상이면 콜레스테롤치 상승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동맥경화는 그전부터 시작하지만 이때쯤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로, 나이가 들수록 세포활동과 운동량이 적어 혈액내 콜레스테롤 축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내과 신현호 교수는 "연령에 관계없이 흡연을 하거나 고혈압·당뇨병·비만이 있는 사람은 고(高)콜레스테롤증에 의한 동맥경화에 더욱 취약하다"며 "가족 중에 협심증·심근경색증을 앓고 있거나, 콜레스테롤치가 높은 사람이 있다면 본인도 콜레스테롤치를 철저히 정기검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심층취재'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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