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규모 임상 시험 ‘COSMOS’ 결과, 노인의 멀티비타민 복용이 인지 기능 노화를 늦췄다./게티이미지
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은 '치매'다. 중앙치매센터에서 6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치매가 43%로 1위를 차지했다. 증상을 늦추는 게 최선인, 불치병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 치매 걱정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건강할 때부터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이다. 인지 기능이 정상인 노인에게 꾸준히 스무 가지 이상 성분이 들어간 멀티비타민을 먹도록 했더니, 인지 기능이 올라갔다. 나이 들수록 식사량이 감소하고 영양 흡수율이 떨어지면서 영양 섭취가 부족할 수 있는데, 이를 얼마나 잘 충족해 주느냐가 관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퍼 에이징'에 식습관이 영향
나이 들수록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변화인데,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파인버그 의대 알츠하이머센터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65세부터 인지 기능을 기준으로 ▲수퍼 에이징 ▲보통 ▲경도인지장애 ▲치매, 네 단계로 그룹이 나뉜다. 수퍼 에이징은 65세 이후에도 인지 기능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보통 그룹은 서서히 감소하고, 경도인지장애에 해당하면 정상 그룹보다 조금 더 인지 기능이 빨리 떨어진다. 치매에 걸리면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인지 기능이 감소한다. 연구팀은 수퍼 에이징에 해당하는 사람은 뇌신경 세포 수가 정상인 사람보다 4∼5배 많고, 피질이 얇아지는 속도도 확연히 느렸다고 밝혔다.
수퍼 에이징하려면 타고난 유전자, 충분한 수면, 활발한 사회적 상호작용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만, 그중 '충분한 영양 섭취'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대 의대 연구팀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진행한 전국 건강 영양 검진 조사를 분석한 결과, 다양한 영양소를 충분하게 섭취한 노인일수록 높은 인지 기능을 보였다. 네덜란드에서도 노인 4213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뇌 상태를 조사한 결과, 식습관 점수가 높을수록 뇌 위축이 지연돼 뇌 용적이 2㎖ 더 컸다. 단백질 섭취량이 많은 그룹은 적은 그룹보다 전체 인지 기능 점수가 24% 더 높았고, 기억력과 관련된 점수는 27% 높았다는 국내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영양소 섭취 중요성, 미국 대규모 연구로 확인
미국에서는 영양소를 잘 챙겨 먹는 사람의 '다른 공통된 특징'이 인지 기능 저하를 늦췄던 건지, '영양소를 잘 챙겨 먹는 게' 정말 주요했던 건지 확인하기 위해 'COSMOS'라는 대규모 임상 시험에 착수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브리검 여성병원, 하버드대 공동 연구팀이 스무 가지 이상 다양한 영양소 성분이 들어간 미국 센트룸 실버 제품을 수천 명의 노인에게 일정 기간 섭취하도록 한 후 ▲COSMOSMind ▲COSMOSWeb ▲COSMOSClinic, 세 가지 방법으로 인지 기능 향상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자 주도 연구로, 미국 센트룸의 후원은 연구자 요청으로 인한 약 제공 외에는 일절 없었다.
'COSMOSMind', 'COSMOSWeb' 연구에서는 각각 노인 2000여 명과 4000여 명을 대상으로, 매일 멀티비타민을 섭취하게 한 후 3년에 걸쳐 매년 한 번씩 인지 능력을 평가했다. 'Mind'연구에서는 전화로 회상·주의력·계산 능력을, 'Web' 연구에서는 컴퓨터 기반 평가로 기억력·구별력·판단력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두 연구에서 모두 일관되게 멀티비타민을 섭취한 노인의 기억력·실행 기능력이 모두 더 좋았고, 인지 노화 속도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COSMOSClinic' 연구에서는 노인 500여 명을 실제로 대면해 일화 기억력, 실행 기억력 등 전반적인 인지 능력을 분석했는데, 마찬가지로 멀티비타민을 복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일화 기억과 관련된 두뇌 노화가 늦었다. 평균 4.8년 뇌가 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대규모 실험 설계를 통해 멀티비타민의 인지 기능 보호 잠재력을 입증한 것"이라며 "꾸준한 영양제 섭취는 건강한 노인이 경제적으로 인지 능력을 개선할 방안의 하나로 보인다"고 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실제로 영양소 부족은 인지 기능과 연관이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영양제를 먹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간혹 과량의 영양소 섭취가 오히려 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픽=최우연
비타민 B·D·칼슘 챙기고, 짠 음식 피해야
인지 기능이 노화로 떨어지기 전인 중년기부터 자신에게 맞는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인지 기능은 빠르게 노화하는 기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8개국 12개 지역의 65세 이상 노인 1만 70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령 증가에 따라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능력이 인지 능력이었다. 특히 65세 이후로 감소 폭이 크게 증가했다. 그전부터 관리해야 노화가 가속되는 시기,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잘 관리하면 인지 기능을 올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에서는 노인 식생활 지침과 권장 영양 섭취량을 고지하고 있다. 건강하게 영양소를 섭취하려면 ▲채소·고기나 생선·콩 반찬과 유제품·과일을 매일 먹고 ▲짠 음식은 피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세 끼 식사와 간식을 꼭 먹어야 한다. 영양소 중에는 충분한 단백질과 수분 섭취와 함께 비타민 B군·D, 칼슘 섭취를 강조한다. 영양제나 음식을 통해 섭취할 수 있는데, ▲비타민 B군은 아보카도, 콩류, 통곡물, 견과류 등 ▲칼슘은 잎이 푸른 채소, 유제품, 뼈째 먹는 생선 등 ▲비타민 D는 달걀노른자, 정어리, 고등어, 대구 간유 등에 풍부하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3/11/202503110201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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